현대제철 · 구좌, "이러지도 저러지도"

- 현대제철 구좌, 적자 하소연 인상 요구 빗발 ... 현대제철, 조금만 버티면? - 시중 가격 급등에 톤당 2만원 이상 적자 ... 구좌, "이익 포기 적자만 면하게 해 달라!" - 현대제철. 재고 충분, 수급 여유, 철근 수익 악화 등 ´고민고민´

2018-08-08     손정수 기자
현대제철이 철 스크랩 가격을 톤당 1만원 올린다고 발표했다. 구좌업체들의 인상 요청에 1만원 인상으로 화답을 한 것.

구좌업체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가격을 동결하는 동안 시중가격이 톤당 3만원 이상 올랐다. 최소한 2만원은 인상해 줘야 적자를 면할텐데..."라며 말을 아꼈다. 현대제철의 인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제철 구좌업체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톤당 2만원 이상 인상해 구매 중이다. 시세를 따라가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구매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2만원 인상으로 나타난 것.

현대제철과 납품업체간의 갈등은 경쟁사들의 인상이 기폭제가 됐다.

수도권 시장의 경우 주요 제강사의 구매가격이 적게는 2만원, 많게는 3만원 올랐다. 특별구매까지 고려하면 중량A의 제강사 납품가격은 톤당 40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현대제철 인천 공장의 중량A 어음 구매가격은 37만5,000원 수준이다. 8일부터 톤당 1만원 인상했지만 여전히 시장 가격에 못 미친다.

이러한 현상은 중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량과 길로틴 소재로 넘어가면 더 심하다는 것이 현대제철 납품사들의 말이다. 길로틴 소재의 경우 구매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시장에서 판재 특수강용 경량압축 구매가격은 톤당 39만5,0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수도권 시장의 길로틴 모재 가격도 35만원~36만원으로 수직 상승한 것. 현대제철의 길로틴A 구매가격은 8일부터 톤당 38만원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그러나 납품 원가는 39만원 이상 이어서 현대제철의 구매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다.

이러한 상황은 경량 등 다른 등급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현대제철 납품업체들은 “지난 5월에도 현대제철의 가격 동결로 수 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8월에 다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고민도 깊다.


현대제철의 철 스크랩 재고는 적정 이상이다. 수입도 충분해 공급부족에 따른 인상 요인은 당분간 찾기 어렵다.

현대제철의 추격 인상에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인은 철근 가격과 수익성이다. 철근 가격이 한계까지 올라 철 스크랩 가격 인상이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대제철로서도 납품사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추격 인상 결정이 쉽지 않은 상태다. 현대제철이 1만원이라는 소극적인 인상에 나선 것도 이러한 고충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의 추격 인상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쟁사와의 관계다. 경쟁사들의 인상은 다분히 공급부족과 낮은 재고에 따른 것이다. 현대제철이 추격 인상에 나설 경우 경쟁사들의 추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시황 인식도 발목을 잡고 있다.

다음 주 후반 동국제강의 대형모선 입고 및 하역이 시작되면 수도권 시장의 수급 개선 여지가 생기게 된다. 또한 철 스크랩 가격이 1~2주내 고점에 도달하면 시중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 있다.

즉, 현대제철로선 2주 안팎을 버티면 국내 철 스크랩도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대제철은 버틸 체력도 갖추고 있다.

현대제철은 1만원 인상이라는 소극적인 카드를 내 놨고, 납품사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