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형강 수입대응, 지금이어야 하는가

- 중국산 반덤핑 이후 격변..비중국산 약진 ‘위협’ - 과거 시행착오 큰 부담, 신중한 득실 계산 ‘중요’

2018-08-03     정호근 기자
H형강 업계가 수입대응 중단 3년 만에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힘겹게 관철한 중국산 반덤핑 효과의 상실과 빠르게 확산되는 비중국산 수입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입대응 재개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의 시행착오와 다양한 득실의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탓이다. H형강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한 수입대응에 대한 고민을 되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 H형강 수입대응 화두, 왜 부상했나?

국내 H형강 시장은 중국산 반덤핑 시행 이후 격변을 이어왔다. 지난 2015년 7월 30일 발표된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조치는 5년 간 28.23%(홍룬 32.27%)의 반덤핑 관세 부과와 중국 메이커 7개사의 가격인상약속(가격/물량 제한)이 상징적인 계기가 됐다.

반덤핑 시행 직전인 2014년의 H형강 수입은 105만톤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절대적인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수입산 H형강의 시장점유율 또한 37.2%로, 국내 H형강 업계의 위기감 또한 절정에 달했다. 위협적이던 중국산 H형강 수입은 반덤핑과 자국 내 시황 호조를 배경으로 급감했다. 2017년부터 본격화된 중국산 H형강 수입감소는 올 들어 신규계약과 보유재고가 완전한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비중국산 수입의 약진이다. 중국산 H형강에 주력해오던 수입시장의 당연한 반작용이다. 중국산 반덤핑과 수입감소가 본격화되면서 H형강 수입업계는 대체 공급선 확보에 주력해왔다. 실제로, 수입감소가 본격화된 2017년 중국산 수입이 전년 대비 54.6%가 감소한 반면, 비중국산 H형강 수입은 48.2%가 늘어나면서 중국산 수입량을 넘어섰다.

▲ 스틸데일리DB

급속히 늘어난 비중국산 H형강 수입은 새로운 위협일 수 밖에 없다. 힘겹게 관철한 중국산 H형강 반덤핑의 퇴색을 넘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졌다. 비중국산 H형강 수입은 기존 공급선이던 일본산을 비롯해 중국산 반덤핑 직후 부상한 베트남(포스코)산이나 대만산, 바레인산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이 가운데 새로운 복병으로 부상한 바레인산 H형강에 대한 관심은 각별했다. 중동산 H형강 수입이 사실상 처음인 데다, 비중국산 수입시장의 확산이 예상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크게 높였던 게 사실이다. 중국산의 부재 속에, H형강 수입시장은 다양한 논란 속에서도 자리를 굳힌 베트남(포스코)산과 바레인산을 두 축으로 일본산 H형강이 수량과 구색의 보조를 맞추게 됐다.

새롭게 재편된 H형강 수입시장은 여전히 위협이다. 중국산의 공급공백 여파로, 올해 상반기 H형강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39만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만8,000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산을 넘어 33만톤을 기록했던 비중국산 H형강 수입이 큰 변수다.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중국산 H형강이 가격인상약속의 연간 한도량인 58만톤만 회복해도, H형강 수입량은 잠재적으로 반덤핑 이전의 규모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처음 아닌 H형강 수입대응, 과거에는?

국내 H형강 메이커는 중국산 반덤핑 시행 직후인 지난 2015년 8월 수입대응재 판매를 공식 중단했다. 중국산 H형강의 위협적인 저가공세가 본격화된 2012년 3월부터 시작됐던 수입대응재 판매를 3년 5개월 동안 지속했다.

당시 수입대응 중단 선언은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수입대응의 명분과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는 입장이었다. 그 이면에는 수입대응재가 본연의 효과를 내지 못한 데다, 시장 내 거래와 가격의 교란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컸다는 지적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 스틸데일리DB

실제로, 수입대응재 판매를 중단했던 2015년의 국내산 수입대응재와 중국산 H형강 가격차는 톤당 8만원~11만원이었다. 그 가격차만으로도 시장은 선택의 고민이 없었으며, 실질적인 수입대응 효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오히려 국내산 시장 내에서 일반재 가격하락을 부추기는 문제로 작용, H형강 메이커 수익성의 발목만 잡았다는 지적을 부인하기 어려웠다.

당시 H형강 메이커 사이에서 수입대응재가 ‘수입대응이 아닌, 경쟁사 대응재’라는 비난이 오가기도 했다. 위협적인 수입산 H형강을 방어하기 위해 시작된 수입대응재 판매가 본연의 목적보다, 동종 메이커 간의 출혈 판매경쟁이나 판매촉진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유통시장의 혼선 또한 부작용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H형강 유통업계는 일반재와 수입대응재 거래를 병행하면서 거래량과 마진을 조절했던 게 실상이었다. 유통업체들이 같은 제품에 이름만 다른 수입대응재 구매에 열을 올렸던 이유는 너무나 분명했다.

■ 수입대응 재개, 신중한 득실 계산…’현실적 대안 중요’

위협적인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은 정당한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즉흥적이거나 감정적인 대응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문제다. 자칫,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웠다’는 지적을 받아선 안될 일이다. 이성적이고 신중한 득실 계산과 충분한 준비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수입대응 재개를 검토하는 H형강 메이커를 향한 공감대다. 편치 않았던 과거 수입대응의 시행착오를 우려하는 시각이다.

현재 H형강 시장의 가격구조에서 당장의 수입대응 효과는 클 수 있다. 7월 H형강(소형 기준) 시장의 가격구조는 국내산 톤당 84만원, 베트남(포스코)산 톤당 81만원, 바레인산 톤당 79만원으로 압축돼 있다. 국내산과 주력 수입원과의 가격차는 톤당 3만원~5만원에 불과하다. 국내 H형강 메이커가 수입물량을 겨냥한 저가공세에 나설 경우, 해당 수입시장은 충분히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8월 이후 연이어 입항되는 바레인산 H형강이 국내 메이커의 방어기재를 자극한 것은 맞다. 다만, 바레인산을 포함해 H형강 수입시장의 재편은 아직 진행 중이다. ‘최소한의 수입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 아니라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수입시장의 향배를 좀 더 면밀하게 모니터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수입대응 재개로 잃을 수 있는 시장의 자산이 너무 많다. 판매부진과 수익악화로 고전하던 H형강 시장은 힘겹게 선순환을 회복한 상태다. 비수기 시장에서도 엄격하게 가격인상 방침을 관철할 만큼, 메이커의 판매/가격 방침과 거래에 대한 신뢰는 어느 때 보다 높다.

‘지난 5월에 고심하던 수입대응을 철회하지 않았다면, H형강 시장의 시세회복은 가능했을까’라는 의구심을 곱씹을 만 하다.

한번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과 손실을 고려 할 때, 수입대응의 선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더욱이 전체 H형강 시장의 수요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H형강 업계는 수입감소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월 20만톤을 넘나드는 역대급 내수판매 행진과 올 상반기 월평균 3만톤에 불과했던 수입산 H형강의 비교는 이성적인 계산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시장 스스로 질서를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H형강 메이커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수입산 H형강 시장을 제압할 수 있는 구조다. H형강 수입시장 또한 이를 모르지 않는다. 힘의 논리가 아닌, ‘모두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으로, 시장의 균형을 찾아가는 노력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