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망-후판] 기대감 고조..마지막 고비 넘는다!

- 조선 중심 수요 부진 올 하반기 ‘고비’ - 하반기 가격 상승동력 지속 불투명

2018-07-09     유범종 기자
상반기 국내 후판시장은 종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조선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은 여전했으나 후판가격은 오히려 강한 상승동력을 유지했다. 중국발(發) 고가 수출정책과 국내 후판 밀들의 강한 수익 개선 의지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하반기 환경은 상반기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상반기 후판시장의 주요 이슈들을 되짚어보고 하반기 시장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상반기 회고]

1. 후판 소비 부진은 여전했다!

올 상반기 국내 후판 공급시장은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열악환 환경이 지속됐다. 특히 조선을 중심으로 한 소비 침체는 후판업체들의 공장가동률 하락으로 직결되며 평균 공장가동률을 80% 이하로 끌어내렸다.

실제 본지 조사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국내 후판업체들의 판매량은 390만톤 수준에 그치며 채 400만톤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내수판매를 기준으로 보면 올 상반기 288만톤으로 크게 급감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2% 추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스틸데일리 DB

조선산업의 경우 올 들어 수주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으나 2016년 수주절벽 여파로 아직까지 건조량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은 구조조정과 극한의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중견 조선사들도 극한의 원가절감을 추진하며 후판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국내 후판 공급에서 조선용 비중은 절반을 상회한다. 국내 후판업체들은 조선용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비조선용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이 역시 건설 등 대표적인 공급과잉 시장에서 기존 공급사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여건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은 후판 수입도 대폭 줄어든 것이다. 올 상반기 국내에 통관된 후판 수입량은 약 64만여톤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저라고 일컬어졌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3만톤 가량 적은 양이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생산업체들의 비조선용 확대 전략이 맞물리면서 수입산의 입지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당분간 후판 수입량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 스틸데일리 DB


2. 수요와 동떨어진 가격 상승..요인은?

상반기 국내 후판가격은 수요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연초 톤당 67만원 수준이던 국산 GS강종은 6개월 사이에 76만원 선까지 뛰었다. GS강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후판 강종들도 비슷한 폭의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의 1년 가까이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보인 셈이다. 이는 중국발(發) 가격 강세와 국내 후판 밀들의 강한 수익 개선 의지가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 스틸데일리 DB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후판가격은 수급논리로 결정되어 왔으며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 등락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인접국이자 글로벌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 수출가격에 밀접하게 연동하는 구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가격이 국내가격의 바로미터가 된 셈이다.

중국 밀들은 환경규제에 따른 생산 축소와 높은 내수가격을 바탕으로 수출가격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다. 실제 지난해 6월 말 톤당 470달러(SS400, CFR기준) 남짓 수준에 불과했던 중국 후판 수출가격은 현재 톤당 63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후판 밀들의 강한 수익 개선 의지도 한 몫했다. 그 동안 후판업체들은 조선산업 불황으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공급가격을 이어오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개별업체당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후판 적자가 났다. 국내 후판업체들은 후판 적자를 내부적으로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고 올해 적극적인 가격 인상을 추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반기 전망]

1. 하반기 수요 개선 어려워..마지막 고비 되나?

올 하반기 국내 후판 내수시장 수요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전망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국내 조선건조량은 620만GT로 상반기 대비 250만GT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016년 수주절벽 영향이 지속된 까닭이다.

▲ 자료: 포스코경영연구원

그러나 내년부터는 조선 수요 회복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부터 늘어난 수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량은 지난해 동기대비 37.3% 대폭 증가한 920만GT를 기록했다. 보통 신규 수주 후 1년 이후부터 건조에 후판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후판 수요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2020년부터 황산화물 규제 강화, EEDI 2단계 등이 도입되면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한 선주들의 노후 선박 발주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후판 소비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하반기 가격 상승 여지 ‘제한적’..변수는?

국내 후판가격의 강한 상승동력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체감하는 수요 침체가 상반기보다 큰 가운데 판매경쟁 격화, 중국 발 수출가격 정체, 원료가격 약세 등이 동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당분간 추가 하락 여지가 크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연초 톤당 76달러(호주산 61.5%, 중국향 CFR기준)를 웃돌았던 철광석 가격은 7월 초 63달러 선까지 빠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50달러 초반까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 자료: CU스틸

철광석 가격 하락은 중국발 선물 거래 규제 영향이 크다. 그 동안 전세계 철광석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중국이 최근 정부 주도로 투기성 선물 거래를 강하게 단속한 부분이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쌓여가는 중국 철광석 재고와 늘어가는 글로벌 철광석 생산량 역시 가격 하락 요인이다. 중국 항구에 쌓인 철광석 재고량은 현재 1억5,000만톤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2004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중국 밀들의 한국향 고가 수출정책이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현재 중국 밀들의 한국향 수출가격은 톤당 630달러(SS400, CFR기준) 내외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다. 향후 중국 밀들의 고가 수출정책이 갑자기 탄력을 잃게 될 경우 국내가격도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조선용 시장에서의 공급 축 간의 치열한 경쟁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중국산을 중심으로 비조선용 점유율 확대를 위한 판매경쟁은 하반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 공급 축 간의 동시다발적인 판매경쟁은 자칫 전반적인 시장단가 하락과 마진 축소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내 후판업체들은 올 하반기 판매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지 아니면 한 가지를 택할지 ‘집중과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