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망-열연] 무너질 것인가? 버틸 것인가?

- 예견된 상반기 가격 약세 “거품 빠졌다” - 하반기 열연 소비 정체..내수경쟁 격화 우려

2018-07-06     유범종 기자
상반기 국내 열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졌다. 수출은 해외 각국의 수입규제 강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수출 길이 막히면서 공급 축들은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점유율 경쟁을 본격화했다. 연초 고점에서 출발했던 시장가격도 하향 전환됐다. 하반기에도 수요 침체와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며 그리 녹록지 않은 여건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상반기 열연시장의 주요 이슈들을 되짚어보고 하반기 시장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상반기 회고]

1. 열연價 고점 출발..예견된 하락 전환

상반기 국내 열연가격은 지루한 가격 하락으로 점철됐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연초 톤당 78만원을 호가했던 포스코산 GS강종은 반년 사이에 72만원 내외로 떨어졌다. GS강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열연 강종들도 비슷한 폭의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톤당 17만원이 오르며 기록적인 폭등세를 연출했던 것과 정반대의 흐름을 가져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가격 조정에 대해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거품이 제거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 스틸데일리 DB

실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열연가격은 유례없는 큰 폭의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 중국 수출가격과의 강한 연동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밀들은 원료가격 급등과 환경규제에 따른 생산 축소 등을 기반으로 강력한 수출가격 인상 드라이브를 걸었다. 중국 밀들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톤당 150달러 가량의 열연 수출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원료가격이 하향화되고, 동절기 감산 등이 종료되면서 중국 열연 수출가격은 급격한 상승을 멈추고 톤당 600~630달러(SS400, CFR기준) 내외에서 박스권 등락을 유지했다. 중국가격 정체는 국내가격을 밀어올리는 동력까지 약화시켰다.

극심한 내수 부진은 가격 하락을 촉발하는 또 다른 강한 매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동차, 건설, 가전 등 주력 수요산업들은 연초부터 열연 구매물량을 최소화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가 소강상채에 빠지면서 소재인 열연 필요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 열연재고 적체는 갈수록 심화됐으며 이는 업체간 저가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2. 소비 정체 “수출 줄고 내수 포화”

상반기 국내 열연 공급시장은 생산업체들의 전략 수정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 동안 적극 추진해왔던 수출 확대 전략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격화된 해외 무역규제로 제동이 걸렸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내수로 물량이 대거 투입됐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열연 생산업체들의 올 상반기 총 판매량은 609만톤 남짓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 가운데 수출은 198만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판매량 중 수출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39% 수준에서 7%p 떨어진 32%에 그쳤다.

▲ 스틸데일리 DB

현재 열연 수출시장은 해외 각국의 수입규제 강화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미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은 한국산 열연에 대해 높은 수준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거나 세이프가드, 쿼터제 등을 진행하면서 벽을 높이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주력 수출지역으로 자리매김했던 미국의 경우 지난 5월부터 한국산 열연에 대해 70% 수준(2015~2017년 평균 수출량 기준)의 쿼터제 시행을 본격화했다. 포스코는 종전 58%를 웃도는 수출관세에 쿼터제까지 도입되면서 올해 미국향 수출은 어렵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해외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국내 열연 수출전선에 큰 차질을 빚는 요소가 된 것이다.

반면 동기간 열연 내수판매는 411만톤으로 오히려 14% 가량 대폭 늘어났다. 수출 물량이 줄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해 국내 생산업체들이 가격 대응 등을 통해 내수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다만 국내 생산업체들의 판매전략 변화로 내수시장은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수입은 국내 생산업체들의 수입대응 강화와 중국 밀들의 저가 수출 지양이 맞물리면서 대폭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열연 수입통관은 249만여톤으로 최근 4년새 가장 적은 양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도 수입이 늘어날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스틸데일리 DB


[하반기 전망]

1. 하반기 수요 기대감 ‘제로’..치열한 경쟁 예고

하반기 국내 열연 수요는 상반기에 이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올 상반기 명목소비량(내수+수입)은 659만톤 남짓에 그쳤다. 전년동기대비 10% 줄어든 양이다. 하반기는 더욱 열악한 환경이 예고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자료에 따르면 열연 주력 수요산업인 자동차의 경우 올 하반기 생산량은 200만5,000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올 상반기보다 4만7,000대 축소된 양이다. 자동차 생산은 내수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공장설비 보수 및 중단 등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한국GM 군산공장 생산 폐쇄 여파 등으로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가전시장도 내수 포화와 수출경쟁력 저하, 국내 생산업체들의 현지화 전략 등으로 올 하반기 생산 축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타격과 제조사의 공장 이전 등으로 수출 위축이 예상되고 있다.

건설투자도 올 하반기 본격적인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주택 성장 둔화와 함께 SOC 예산 축소 등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하반기 열연 소비는 주력 수요산업의 동반 부진으로 어려운 여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자료: 포스코경영연구원

이 가운데 열연 각 공급 축들의 판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내수시장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중국산 등은 치열한 혼전 양상을 빚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올해 미국향 수출 쿼터를 반납한 만큼 하반기 내수 점유율 확대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밀들도 내수와 수출 부진을 생쇄하기 위해 인접국인 한국으로의 수출에 전력투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대제철이 포스코가 반납한 미국향 열연 수출 쿼터를 양도받은 만큼 하반기 수출 확대를 위해 내수 판매를 얼마만큼 조절할지 여부가 하반기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하반기 열연價 좌우할 주요 변수는?

하반기 수요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열연가격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로는 원료가격 및 중국산 가격 변동이 꼽히고 있다. 특히 철광석의 경우 열연 생산원가의 6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하반기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종 전망기관에 따르면 하반기 국제 철광석 가격은 추가적인 하락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연초 톤당 76달러(호주산 61.5%, 중국향 CFR기준)를 웃돌았던 철광석 가격은 7월 초 63달러 선까지 빠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50달러 초반까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 자료: CU스틸

철광석 가격 하락은 중국발 선물 거래 규제 영향이 크다. 그 동안 전세계 철광석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중국이 최근 정부 주도로 투기성 선물 거래를 강하게 단속한 부분이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쌓여가는 중국 철광석 재고와 늘어가는 글로벌 철광석 생산량 역시 가격 하락 요인이다. 중국 항구에 쌓인 철광석 재고량은 현재 1억5,000만톤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2004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중국 밀들의 고가 수출정책이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하반기 중국 내수시장의 기대감은 커진 상황이나 대내외적인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향후 중국 밀들의 고가 수출정책이 갑자기 탄력을 잃게 될 경우 국내가격도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하반기 자금난에 시달리는 업체들의 덤핑판매와 저가경쟁 확대 가능성 등도 열연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국내 열연가격의 마진 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 큰 폭의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