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이는 철근 시장, 갈등 커진 거래

- 견인차 역할 찾은 실수요..심상치 않은 수급개선 - 당분간 재고감소·부족감 확산 압박..수입산도 가세 - 예정된 악재 외면 불가, 변동성·리스크 경각심 여전

2018-06-12     정호근 기자
철근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갑작스런 시황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남은 6월의 거래 방침을 어떻게 세워야 할 지 난감해 하고 있다.

최근 철근 제강사들의 가격인상(할인축소) 방침이 쏟아졌다. 대부분 철근 제강사는 11일~14일 출하 분부터 톤당 1만5,000원~2만원의 마감가격 인상 방침을 발표한 상태다. 이를 반영할 경우, 유통향 최저 마감가격은 톤당 64만원~64만5,000원으로 상향조정 된다.

지난 5월 말부터 거론된 인상 계획을 떠올리면 뜻밖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6월 들어 흐지부지 되는 듯 했던 제강사의 태도가 갑자기 완강해진 것으로 느껴졌다. 6월 시장의 눈치를 살펴오던 제강사가 기대 이상으로 개선된 시황에서 자신감을 찾은 것으로 보여진다.

실수요 회복이 심상치 않았다. 5월 말부터 시동이 걸렸던 실수요 출하가 6월 들어 확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실수요가 탄력을 받은 배경은 아직 명확치 않다. 다만, 상반기 동안 일정을 미뤄온 공사 현장이 계절 비수기 진입이나, 7월부터 시작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앞서 공사 일정의 고삐를 당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강사 보유재고의 급감이나 일부 규격의 부족감 확산 또한 급물살의 배경이다. 5월 말 시중가격 상승으로 유통 수요가 살아난 데다, 6월부터 본격적인 실수요 회복까지 더해지면서 전반의 시장 수요에 탄력이 붙었다.

▲ 스틸데일리DB

적자판매와 과다재고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집중감산까지 맞물리면서 제강사 보유재고는 뚝 떨어졌다. 지난 5월 하순까지 58만톤을 넘어서던 제강사 보유재고는 지난 주 후반을 기점으로 30만톤 선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시장의 낮은 재고수위도 갈등을 키웠다. 기대감이 높지 않았던 유통시장은 재고 비우기에 주력해왔다. 5월 말 가격상승으로 매입량이 다소 늘었지만, 당장 필요물량을 채운 것일 뿐 넉넉한 재고확보에 나섰던 것은 아니었다. 확신 없는 시장에서 비수기 진입 부담과 분기 말/반기 말 매입부담이 작용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 당분간의 호재 vs 예정된 악재 ‘상충’

철근 시장의 수급개선 체감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대 관건이던 실수요 회복이 견인차 역할에 나선 가운데, 가격상승을 의식한 거래심리도 활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제강사 보유재고의 추가 감소나 그로 인한 일부 규격이 재고부족 체감 또한 확대될 공산이 크다. 국내산의 온기를 넘겨 받은 수입산 철근의 재고소진과 공백 체감 또한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산과 수입산 철근 시장의 수급개선 체감이 시너지로 맞물린 구조다. 수입산 재고가 소진 될 경우, 국내산 철근의 존재감은 절대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당분간 철근 시장을 견인할 가장 확실한 동력은 수급개선이다. 그런 측면에서, 심상치 않은 탄력을 받은 실수요 회복세가 얼마나 강하고 길게 이어지느냐가 우선적인 관건이다.

위기감을 벗어나지 못한 철근 제강사의 가격정상화 의지 또한 중요한 동력이 됐다. 수급개선과 시세회복 자신감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격방침의 관철 여부가 관건이다. 제강사가 비수기 진입 불안감을 밀어내고 시장의 신뢰를 주도하느냐가 주안점이다.

철근 시세회복을 견제할 악재도 외면하기 어렵다.

가장 강력한 견제 변수는 기상악화다. ‘철근 제강사의 가격인상이 장마 전까지의 승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하절기 기상악화는 큰 부담이다. 올 여름 장마에 대한 예측은 아직 분분하다. 운 좋게 마른장마가 연출되지 않는다면, 장마와 폭염 등 본격적인 기상악화는 점점 가까워지는 부담이다.

인하 대세가 예정된 철스크랩 가격도 불편하다. 물론 철스크랩 가격보다 큰 관건은 수급이다. 하지만 철스크랩 역시 철근 가격의 중요한 연동지표라는 점. 지난 5월 하순 철근 가격 상승의 중요한 동력이 철스크랩 가격 급등이었다는 점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준가격 인하 가능성도 압박 요소다. 5월 철스크랩 가격상승으로 기준가격 인하요건이 줄긴 했지만, 방향성이 바뀐 상태는 아니다. 만약 남은 6월 동안 철스크랩 가격 하락폭이 더해질 경우, 3분기 기준가격 인하 무게는 늘어난다. 비수기 진입과 맞물린 기준가격 인하가 유력해질 경우, 6월 하순 철근 시장의 거래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다시 커진 변동성..”리스크 조절 집중해야”

철근 시장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다. 그럼에도 다소 늦은 시동이라는 점과 상충 변수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불편하다. 시황 개선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은 떨어질 수 있다.

개선된 시황을 충실하게 활용할 필요는 있지만, 무턱대고 기대를 부풀리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견고하지 못한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하는 방향성을 쫒기 보다, 시장을 흐름을 단기로 쪼개서 전략과 대응을 민첩하게 바꿔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지난 상반기 동안 철근 시장은 치명적인 시황악화를 겪었다. 이 때문에 국내산과 수입산 취급업체 모두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만회의 의욕보다 추가적인 리스크를 조절하는 선택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