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철 스크랩 인상 대신 철근 감산"
- 현대제철, "철 스크랩 인상 없다!" ... 타 제강사 영향 주목 - 현대제철, 추격 인상 포기 ... 조기 고점 도달 가능성도
2018-05-24 손정수 기자
현대제철로선 철 스크랩 구매가격 인상은 가뜩이나 악화된 봉형강 수익성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추격 매수 선택이 쉽지 않다. 구좌들도 시중 구매경쟁을 위해선 추격 매수해야하지만 현대제철이 시장가격을 따라 붙을지 미지수다. 양측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현대제철은 최대한 철 스크랩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철 스크랩 인상 대신 철근 감산을 선택했다. 아직 감산 물량 등 구체적인 것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철근 감산이 필요하다는데 내부 의견을 모았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철근 감산을 결정한 상황에서 철 스크랩 추격 인상은 쉽지 않은 선택일 수 밖에 없다. 감산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상쇄시키기 때문.
현대제철이 철 스크랩 추격 매수를 포기한 것은 아직 철 스크랩 재고 상황이 넉넉하다는 판단에서다.
2주간 철 스크랩 물동량이 크게 줄었지만 현대제철의 철 스크랩 재고는 적정 수준 이상이다.
3개공장 재고는 70만톤 수준이다. 지난 1년간 최저 재고에 비해 70% 정도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평균 재고 대비로도 17% 정도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40만톤에 육박하는 일본 철 스크랩이 대기 중이고, 3카고의 미국 철 스크랩도 6월과 7월 입항한다.
현대제철은 국내 물동량이 줄더라도 6월 초까지 철 스크랩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넉넉한 재고의 힘을 바탕으로 다른 제강사들이 재고를 확충하고 경쟁 제강사들이 구매가격 인하로 전환될 때 까지 최대한 버티겠다는 것이 현대제철 구매팀의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의 추격 매수 포기의 또 다른 이유는 악화된 수익성때문이다. 최근 철근 롤 마진이 추락해 손익 분기 수준까지 떨어진 것. 철 스크랩 가격 상승은 곧 그 만큼의 적자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가격을 동결하고 납품량이 적더라도 기존 재고와 그나마 현대제철행으로 흘러가는 물량만으로 작금의 보릿고개를 넘는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 구좌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철스크랩 시세가 단기간 2~3만원 가량 치고 나간 사이 현대제철의 동결로 구매경쟁력이 약화됐다. 이미 적자가 뻔한 유통 물량은 손을 뗐다.
현 고민은 하부의 중소상 보호를 위해 구매가격을 올려 현대제철의 가격 현실화 시점까지 기다릴 것인지 여부다. 현대제철 구좌업체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구매가격을 시장가격 수준까지 올릴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추격 구매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현대제철 구좌는 시장가격의 하단에 맞춰 가격인상을 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추격 매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길로틴 소재까지 매입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제철 구좌 중 길로틴 보유업체들은 길로틴 소재 구매를 위해 톤당 1만원 혹은 2만원씩 개별 인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 구좌업체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구매가격을 동결했지만 그렇다고 길로틴 공장까지 쉴 수는 없다. 공장 가동을 위해 시장가격에 맞춰 구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적자 전환을 우려한 전략이지만 관련 구좌업체들은 손실 최소화가 당면한 과제가 된 것이다.
현대제철과 관련 납품업체에게 시련의 시기가 열린 것이다.
한편 국내 최대 철 스크랩 소비 업체인 현대제철이 추격 인상을 단념함에 따라 철 스크랩 시장에 미칠 영향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철근 제강사들이 현대제철의 뒤를 이어 철근 수급 안정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감산을 선택할 지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현대제철의 철 스크랩 구매량 감소가 경쟁 제강사의 구매량 증가로 이어질 것인지도 관심사다.
현대제철의 추격 매수 포기 및 감산 결정이 철근 가격 상승과 철 스크랩 가격 조기 고점 도달 효과를 거둘 것인지 주목된다.
한 제강사 구매 팀장은 "지금은 철 스크랩 인상이 아니라 감산을 통한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