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철근 사는 제강사 대리점

- 제강사 유통 대리점, 시중재고 매입 증가 ‘확연’ - 예측불허 마감價·자금경색·시중재고 저가매력 ‘눈길’ - 시세 바닥감도 한몫..”이번 주 방향성이 새로운 대세 결정”

2018-05-23     정호근 기자
철근 유통 대리점들이 시중재고 매입에 나서고 있다. 시장 흐름의 변화와 마감 부담 등 복합적인 계산의 판단이다.

불확실한 시세와 궂은 날씨, 연휴의 부담 속에서도, 시중재고 매입에 나서는 철근 유통점들이 확연히 늘었다. 지지부진한 유통 수요로 애를 먹던 유통점들이 제강사가 아닌 시중재고를 매입하는 속사정에서 철근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실감할 만 하다.

적자위기 탈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철근 제강사는 앞다퉈 유통 마감단가 인상(할인축소)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제시된 제강사의 철근 마감단가는 톤당 61만원~63만원까지 다양한 가운데, 철스크랩 가격상승을 의식한 추가 인상까지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중가격이다. 제강사의 가격인상 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철근 유통가격은 톤당 57만5,000원~58만원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지부동인 시장가격과 제강사의 마감단가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

제강사에서 직접 철근을 받던 유통 대리점의 시선이 시장으로 돌려지고 있다. 제강사에서 받는 철근의 유통원가(마감가격)를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할인 조건을 최대한 반영한다 해도 현재의 시중가격과 비교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요약하면, ▲예측불허 마감가격 ▲자금경색이 심각해진 유통점의 고마감(적자마감) 공포 ▲시중재고의 저가매력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제강사의 저조한 유통판매 배경 또한 순수한 수요부진 외에도 유통점들의 절박한 선택에서 풀어볼 수 있다.

늘어난 바닥인식도 주목할 이유다. 철근 유통시장은 단기 시세도 예측하기 힘든 절정의 불확실성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심상치 않은 시황변화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바닥을 점치는 견해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내 고마감과 자금경색에 시달려온 철근 유통점 입장에서 만회의 절박함 역시 크다. 다만, 시세차익을 노리는 유통점들의 매입 대상이 제강사가 아닌 시중재고를 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통점이 필요한 철근을 시장에서만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시중재고 매입 외에는 제강사 매입이 불가피하다. 시세 바닥감과 일정 폭의 유통가격 상승을 점치는 이유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제강사 구매와 사활을 건 마감단가 인상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철근 제강사와 유통점이 각자의 절박함으로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제강사가아닌 시중재고로 눈을 돌리는 유통점들의 속사정을 눈 여겨 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닥감을 의식해 시중재고 매입을 늘리는 유통점들 또한 불확실성을 의식해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주의 시세 방향성이 새로운 대세 형성의 중요한 의미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