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산 철강 쿼터 도입..강관 수출 파장은?

- 미국향 강관 수출 쿼터제..전년대비 ‘반토막’ - 현지 투자 확대 및 수출지역 다각화 노력

2018-04-04     유범종 기자
최근 미국이 철강에 대한 무역제재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국내 강관업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그 동안 주력 수출국인 미국시장을 보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해왔던 국내 강관사들은 무역제재에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러한 수출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생존을 위한 특단의 정책 수립이 시급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주력 수출국인 미국의 통상정책을 짚어보고 국내 강관업계의 대응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美 무역장벽 견고..한국산 강관 ‘수출길’ 막히나?

최근 해외 각국의 철강 무역규제 가운데 가장 눈여겨봐야 할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해 맹렬한 기세로 철강 수입규제를 추진 중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한국산 철강 관세 면제 협상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철강의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면제하는 동시에 미국으로 보내는 철강 양을 줄이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 협상 결과로 한국은 미국 정부가 추진한 25% 철강 수입관세 부과 대상국에서는 제외가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쿼터제를 도입하면서 수출에 대한 불안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미 정부의 합의안에 따르면 한국산 철강재의 對美 수출의 경우 지난 2015~2017년간 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쿼터를 새롭게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평균 수출량이 383만톤 수준임을 고려하면 향후 미국향 수출량은 연간 최대 268만톤을 넘지 못하게 됐다.

특히 판재류의 경우 전년대비 111%의 상대적으로 높은 쿼터를 확보했으나, 주력 수출품인 강관류는 전년대비 약 절반 수준(104만톤) 밖에 쿼터를 확보하지 못해 강관 수출은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 자료: 한국철강협회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강관의 미국향 수출은 약 203만톤으로 전체 수출의 65% 비중을 차지했다. 절반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그 동안 미국은 고가 수출이 가능하고 자동차 및 에너지용 소재 등의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한국산 강관의 주력 수출지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특히 송유관과 유정용 강관의 경우 미국향 수출 비중이 80~100%로 해당 품목 수출의 대부분이 미국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업체별로 살펴봐도 국내 주요 강관 수출업체인 세아제강의 경우 對 미국 수출 비중이 20% 상회하고 있으며, 강관 전문 철강사인 휴스틸은 매출의 60%, 넥스틸은 80%를 미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는 자칫 타 수출시장에서의 풍선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워질 경우 결국 유럽 등 기타지역으로의 수출 확대가 불가피하나 이는 해외 각국의 수출업체들과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자료: 임포트지니어스

▲ 강관 수출업계, 생존 방안은 없는가?

국내 강관 수출업체들은 미국 무역제재 강화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 확대, 수출지역 다각화, 생산량 축소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생산량 축소다. 이미 넥스틸은 생산라인 5개 중 12만톤 규모의 수출용 생산라인 1곳에 가동을 중단했다. 휴스틸도 당진공장의 7개 생산라인 중 대미 수출용 라인 1개 생산을 3월 초 멈췄다. 향후 미국의 무역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설비 가동 중단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 현지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아제강은 지난해부터 SeAH Steel USA, LLC. 가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에서 유정용 강관의 제품 생산에서부터 후처리까지 가능한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15만톤으로 미국 수출량을 전량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상당부분 부담을 완화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넥스틸도 국내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해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넥스틸은 올 상반기 중 총 3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휴스턴에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폭탄 관세를 피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강관 수출업계는 미국 수출 길이 막힌 만큼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유럽 등 새로운 수출지역 다각화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강관협의회도 수출판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이들 지역의 에너지강관 조사 진행과 함께 기술교류도 활발하게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강관 수출의 새로운 교두보로 멕시코가 주목 받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 건수가 약 2,500건으로 4번째로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향후 한국산 물량의 미국 유입이 감소할 경우 가격이 높은 미국시장으로의 진출을 서둘러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내 멕시코의 강관 생산 증설이 제한적인 부분과 현재 멕시코내 석유 및 가스 인프라 확장에 따른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강관사들의 멕시코 공략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2%가 부족하다. 통상은 단순히 산업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현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출을 통한 기업 성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의 공조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

특히 최근 미국의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중재안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져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이와 연관된 수요산업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를 인지하고 난무하는 해외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