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기준價, ‘원칙’과 ‘현실’ 난처한 실랑이

- 기준價 결정 원칙 공감하지만…시황악화 ‘난감’ - 제강사·건설사 일방적 주장 민망..’명분 없는 충돌’ - “한걸음씩 양보, 원론적 해법으로 거래혼선 막아야”

2018-03-21     정호근 기자
철근 기준가격 결정이 순탄치 않다.
제강사와 건설사는 2분기 철근 기준가격 결정을 위한 물밑 교섭 중이다. 차기 기준가격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타진하는 수준으로, 방향성이나 조정폭 어느 것도 가닥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기준가격 결정 원칙을 고수하기 힘든 시황이 부담이다. 제강사-건설사 모두 힘겹게 다져온 기준가격 결정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연초 철근 시장의 갑작스런 추락을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를 두고 난처한 고민을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의 가격결정 요건을 반영할 경우, 톤당 2만원 선의 인상요건이 산출된다. 남은 2주차의 가격요건을 마저 반영할 경우, 기준가격 인상요건은 좀 더 늘어날 수 있다.

▲ 스틸데일리DB

제강사는 시황악화를 충분히 인정한다 해도, 기본적인 인상요건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스크랩 외에도 부자재를 비롯한 원가상승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일시적인 시황을 빌미로 기준가격 결정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지난해 극심했던 공급부족 상황에서도 기준가격 결정의 원칙을 지켜온 만큼, 건설사도 원칙의 일관성으로 상호 신뢰를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도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준가격 결정의 원칙을 깰 수 없다면서도, 기준가-유통가격의 과도한 격차나 1분기 기준가격에 대한 불만을 외면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부정할 수 없는 원칙과 현실의 부담에서 갈등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건자회 총회에서 차기 기준가격 관련 공감대를 수렴해 철근 업계와의 시각차를 줄여갈 계획이다.

제강사-건자회 양측 모두 명분 없는 충돌을 난처해하고 있다. 가격결정의 원칙과 일관성을 부정할 수 없는 건설사나, 시황악화를 부정할 수 없는 제강사나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기 민망한 것은 마찬가지다. 또 한번 대승적인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근 제강사나 건설사 모두 충분히 공감할 만한 고민”이라며 “다만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시장에서 일시적인 시황변화로 신뢰의 틀을 깨는 것은 또 다른 충돌을 예약하는 것 일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명분과 실리를 나눌 수 있는 대안은 한걸음씩의 양보”라며 “원론적인 해법으로 성수기의 거래혼선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