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대폭 인상 시장 향방은?

- 제강사, "오를만큼 올랐다" .... "적자에 추가 인상 못한다" - 유통, 국제가격 아직도 강세 ... 시중 재고도 부족

2018-03-14     손정수 기자
이례적으로 전국 제강사의 철 스크랩 가격 인상 발표가 13일 러시를 이뤘다. 수도권과 남부 봉형강 제강사 인상을 발표를 넘어 판재특수강업체들의 인상 발표도 줄을 이은 것. 사실상 전국 제강사들이 14일자로 가격을 올린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현대제철과 환영철강이 14일부터 톤당 2만원 올렸다. 영남에서는 대한제강, YK스틸, 한국철강이 톤당 1만5,000원 인상했다. 양 지역 봉형강 제강사들의 가격 인상은 2회에 걸쳐 총 3만원으로 확대됐다. 가격 인상에는 특수강업체들도 가세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이 14일자로, 톤당 1만5,000원 올렸고, 세아베스틸도 1만3,000원~1만7,000원까지 등급별로 상향 조정했다.

아직 단가 조정 발표를 하지 않은 제강사가 있지만 가격 인상 발표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 제강사 상황 어떻길래...

제강사의 빠른 가격 인상은 재고 부족과 물동량 감소가 가장 큰 이유다. 지난 7일 가격 인상 이후 제강사의 입고량은 더욱 줄었다. 스틸데일리의 주간 제강사 철 스크랩 재고 조사 결과 전주 대비 7.9% 줄었다.

영남권 제강사들의 하루 입고량은 가격 인하 전(7일 이전)의 경우 적정 수준 대비 15~20% 정도 부족했다. 그러나 가격 인상 발표 후(7일 이후)에는 납품량이 업체별로 적게는 500톤, 많게는 1,000톤 정도 추가로 줄었다. 적정 수준의 25~30% 가량 납품량이 못 미친 것.

이 때문에 제강사들의 야드 재고는 크게 감소해 조만간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졌다.

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대제철의 경우 재고가 60만톤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일본 철 스크랩을 비롯해 수입이 여전히 뒤를 받쳐주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제강사들은 적정 수준 이하로 줄어든데다 7일 가격 인상 후 입고량이 줄어들면서 재고 감소 속도가 빨랐다.제강사 관계자는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매량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영남권과의 가격차이가 톤당 2만5,000원 안팎이어서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의 소외감과 실망감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가격차 해소를 위해 인상폭을 영남에 비해 크게 가져간 것으로 판단된다.

판재특수강업체들도 생철류 공급부족과 시중 물동량 감소로 재고가 바닥권까지 줄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도권과 영남 모두 재고 부족과 가동률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강사의 높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 가격 인상 후 시장은?

제강사들의 1차 목표에 도달했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이번 가격 인상기 상승폭을 3만원 정도로 봐 왔다. 국제 시장 여건을 고려 할 때 1월 가격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 철근 등 제품 경기 악화로 철 스크랩 가격 강세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 보다 크다.

이 때문에 제강사들의 저항은 커질 전망이다. 특히 봉형강 전기로 제강사의 경우 철근 가격까지 폭락한 상황이어서 철 스크랩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 보다 크다. 제강사 관계자는 “2월 철근 제강사들은 대부분 적자일 것이다. 3월도 낙관적이지 않다. 철근가격이 변수이지만 60만원대 초중반 수준이면 적자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익 때문에 추가 인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인 것이다.

제강사들이 추가 인상을 어렵게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수급 개선이다. 가격 인상으로 국내 시장 물동량이 늘어나는데 더해 다음 주부터 철 스크랩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제강의 경우 다음주부터 일본 철 스크랩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또 YK스틸은 변압기 고장 등으로 제강량이 감소해 철 스크랩 재고 핍박이 없는 상태다. 한국철강도 수입을 늘리고 있어 수급에 숨통이 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제강사의 감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철 스크랩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보수를 앞당길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 관계자는 “수입은 늘어나고 수요는 줄어들 경우 철 스크랩 수급은 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제강사들이 기대하는 또 다른 요인은 철광석과 석탄 가격의 하락이다. 최근 1~2주 사이에 철광석 석탄이 폭락해 철 스크랩 가격에 심리적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반면 유통은 생각이 좀 달라 보인다. 이번 제강사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구좌업체 관계자들은 “이번 인상으로 늘어날 물동량은 제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약 10~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것. 지난 주 인상과 함께 줄어든 물량 정도가 회복된다는 계산인 것이다. 여전히 제강사의 재고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만큼 시장의 가격 상승 기대감은 남아 있다는 것이 유통업체의 판단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제가격이 아직 오르고 있고, 국내 가격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 유통상들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이 보는 또 다른 요인은 시중 재고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유통업체들은 산업경기 위축과 철거 시장 부진으로 중소상의 재고가 여전히 부족해 매도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 시장의 칼자루는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들은 최소한 추가 1회 정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고, 급락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제강사들이 대폭 인상을 발표했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