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7] H형강 시장 1년, 무슨 일이?

2017-12-27     정호근 기자
올해 H형강 수요는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의 체감은 열악했고 피로감 또한 어느 때 보다 높았다. 반복된 실망에서 비롯된 불신과 시행착오는 올 한해 시장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이 됐다. 올 한해 H형강 시장을 되새길 월별 이슈를 정리했다.[편집자 주]


● 1월 : 삐걱거린 생산라인, ‘잇단 설비고장’

H형강 메이커의 설비고장이 잇따랐다. 연말 동국제강 포항공장에 이어, 1월에는 현대제철 포항 대형 압연라인이 소재 이탈 문제로 가동을 멈췄다. 대형 H형강은 현대제철 독점 생산 규격으로 시장의 공급차질 우려가 컸다.

겨울 비수기와 보유재고, 조기복구 덕분에 설비고장 여파는 다행히 크지 않았다. 다만, H형강 메이커의 연말 연초 예상치 못한 가동중단은 연초 시장의 변수로 눈길을 끌었다.

● 2월 : 원산지 불문 同價..‘가격구조 교착’

동절기 거래부진 여파로 H형강 유통가격이 급격하게 무너졌다. 오퍼가격 급등과 공급불안으로 수입산 H형강 가격은 견조했던 반면, 매출감소 부담으로 국내산 저가판매가 성행한 문제가 컸다. 국내산-중국산 가격차는 톤당 2만원에 불과했고, 베트남산과 일본산은 국내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 스틸데일리DB

H형강 가격구조 교착 문제는 수입산 시장에도 큰 부담이었다. 수입산 H형강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수요처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국내산과 수입산 H형강 모두 가격구조에 대한 제각각의 속앓이가 깊어졌다.

● 3월 : 중국산 폭탄수입, ‘스탭 꼬인 시장’

3월 시장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입물량이 쏟아졌다. 3월 한 달 동안 16만7,000톤의 수입 H형강이 집중투하 됐다. 70달러 이상의 2분기 쿼터가격 인상을 앞두고 중국산 H형강(14만3,000톤)이 일정을 앞당겨 밀려든 것이다.

수입업계도 곤욕스러웠다. 4월 이후 수입공백이 예정돼 있었지만, 과도하게 집중된 수입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재고로 묶이게 된 운영자금과 절실한 수익확보, 재고조절 등 복합적인 고민을 떠안게 됐다.

● 4월 : 손꼽아 기다렸던 성수기, “왜 이래?”

성수기 수요에 대한 기대는 큰 실망을 안겼다. 근본적인 수요 부재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대를 모았던 4월은 시세를 확인할 거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실망감이 커진 시장은 매출확보와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으로 크게 흔들렸다.

고민이 깊어진 H형강 메이커들은 가동률 확보와 내수판매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수출을 선택했다. 적극적인 수출확대 계획과 하절기로 예정됐던 대보수의 조기 시행 등 특단의 조치를 찾아 나섰다.

● 5월 : 봉형강류 최저價 굴육..‘마감 대란’

연초부터 지속된 수요침체 여파가 5월 시장에 집중됐다. 하락세를 이어오던 H형강 가격의 추락으로, 시장과 메이커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H형강 가격이 철근 밑으로 내려서는 비상식적인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봉형강류 최저가의 굴욕을 겪어야 했다.

가격 붕괴의 진통은 컸다. 메이커는 원칙마감을 선언했고, 유통업계는 감당할 수 없는 적자마감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우려했던 마감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이후 H형강 시장은 더욱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 6월 : 정가판매 정책 도입..‘분할 마감’

가격구조 개선과 신뢰회복이 절실했던 H형강 메이커는 ‘정가판매’ 개념을 도입했다. 현대제철은 동종업계 최초로 정가판매 방침을 선언하고, 규격·강종별 판매단가와 엑스트라 등 상세 가격표를 발표했다. 무분별한 저가판매를 근절하고 거래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H형강 메이커는 정가판매 정책 도입과 함께 이례적인 분할마감을 진행 하는 등 신뢰회복과 시세견인을 위한 다양한 조치에 나섰다.

● 7월 : 중국산 수입공백 장기화..‘본격 구도변화’

3월 폭탄수입 이후 중국산 H형강의 공백이 커졌다. 사실상의 수입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수입시장도 고민도 깊어졌다. 눈에 띈 변화는 베트남(포스코)산의 최대 공급축 부상이다. 수입업체들은 매출확보를 위해 철근 등 여타 품목 수입에 뛰어 들었다.

▲ 스틸데일리DB

국내산 H형강의 수입대체 효과도 가시화 됐다. 수입산 H형강의 공급 감소와 가격경쟁력 약화 덕분에 국내산 H형강은 수요부진 부담을 덜게 됐다.

● 8월 : 가격인상 총력戰..‘수입산은 매출 포기·수익 주력’

H형강 시장의 공급주체(국내산·수입산)는 시세회복 총력전에 나섰다. 여름 비수기의 부담에도, 미뤄져온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수요의 재개와 수입산 공급 감소, 대보수로 인한 생산차질 등에 기대를 걸었다.

수입업체들의 태도변화도 확연해졌다. 중국산 공급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재고부족 체감이 늘어난 데다, 4분기 역시 추가 수입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수입산 H형강 시장은 매출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 9월 : 원부자재 가격폭등, 위기? or 기회?..‘깜짝 판매실적’

원부자재 가격폭등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H형강 메이커는 적자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판매가격 인상이 절박해졌다. 시장 또한 설득력이 높아진 판매가격 인상에 신뢰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H형강 메이커는 규격별 판매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이를 의식한 시장의 가수요 또한 적극적이었다. 그 덕분에 H형강 메이커의 9월 판매는 31만8,000톤(내수 22만6,000톤)으로 역대급 규모의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올 한 해의 최고점이기도 했다.

● 10월 : 바레인산 H형강 상륙..‘긴장과 논란’

비상한 관심을 모아온 바레인산 H형강이 상륙했다. 바레인의 야마토 계열사인 SULB사 제품으로, 토목용 중심 17개의 다양한 범용 규격이 수입됐다. 바레인산 H형강은 중국산 수입공백과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수입산의 틈새시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 인천항에 하역된 바레인산 H형강

바레인산 H형강은 곧바로 논란이 됐다. 시장의 큰 관심을 모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비(非)인증 제품이라는 공세가 거세게 제기 됐고, 시장 또한 고민을 풀지 못했다. 9월 말과 10월 중순 2번에 걸쳐 2만5,000여톤이 수입된 바레인산 H형강은 내년 초 추가 공급을 예정하고 있다.

● 11월 : 무너진 가격체계 난국..‘특단의 현실화’

11월 H형강 시장은 총체적 난국을 맞게 됐다. 10월에 이어 11월까지 성수기 거래 침체와 가격하락이 깊어지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 메이커-유통 가격차가 톤당 1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이례적인 괴리 등 시장 전반의 왜곡이 심각했다.

메이커는 11월 판매(마감)가격을 파격적으로 현실화하는 해법을 선택했다. 시장과의 거리를 좁히고 가격방침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더 이상 원칙마감 카드를 꺼내 들 수 없었던 심각한 현실 때문이다.

● 12월 : 미완의 숙제..그리고 신KS·수입 변수

H형강 메이커는 11월의 가격 현실화를 출발점으로 연말 시세견인에 나섰다. 연말의 만회는 새해의 부담을 더는 의미이기도 하다. 호재 없는 시장에서 이뤄낸 가격회복 성과는 긍정적이었다. 다만, 시장과의 엇박자는 여전했고 미완의 숙제를 내년으로 넘기게 됐다.

연말 시장이 주목한 이슈는 크게 두 가지였다. 내년부터 의무 도입되는 신KS와 당분간의 공백이 예견되는 수입이다. 신KS 여건에서의 수입 시장 변화 또한 연말의 고민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