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국내 철 스크랩 할당 · 제한 왜?

- 수입 급증 · 재고 불균형 · 쏟아지는 납품량 탓

2017-10-11     손정수 기자
전기로 제강사들의 입고 통제, 할당이 확산되고 있다. 제강사들의 재고가 평소에 비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고 제한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아침 7대 제강사(표 참조)의 철 스크랩 재고 조사 결과는 80만톤이다. 9주만에 80만톤을 회복했다. 올해 최대 재고는 지난 4월 둘째 주 120만5,000톤이다. 숫자 상으로 놓고 보면 아직 50% 정도 추가 구매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철근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가을 성수기에 진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강사의 입고 통제와 할당 같은 구매 규제는 의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강사의 속사정을 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 제강사의 입고 통제 할당 등은 1) 많은 수입 2) 재고의 불균형 3) 쏟아지는 납품량 4) 전략적 선택 등에 따른 것이다.

추석 연휴 불안정한 시장에 대비해 주요 제강사들이 대량의 철 스크랩 수입 계약을 맺었고, 납품도 대체로 추석 연휴와 연휴 직후로 몰아 놨다. 추석 연휴에 따른 시장의 불안정성을 수입으로 완화 시킨다는 전략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입 항구마다 채선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수입 철 스크랩의 입고로 당분간 각 제강사의 야드는 수입 철 스크랩으로 인해 쉴 틈이 없어 보인다.

현대제철의 경우 10월말부터 미국 대형모선 철 스크랩까지 가세하게 된다. 또 일본 철 스크랩 계약량도 11월말까지 평소보다 많은 편이다. 높은 수준의 수입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이유는 장척류 등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철 스크랩이 많아 야드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추석 연휴 전까지 철 스크랩 수급 불안으로 제강사들은 철 스크랩이란 철 스크랩은 기준을 다소 완화하더라도 사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제강사들마다 장척류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효율성을 저해하는 장척류 등에 대한 소진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강사의 구매력은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의 경우 장척류를 중심으로 입고 제한을 했으며, 남부 제강사들도 장척류 비중이 많아 야드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 관계자는 “보유 재고 중 가공이 필요한 철 스크랩 비중이 늘었다.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입고량 폭주다. 한국철강의 경우 평소의 2배 이상 납품이 이루어졌고, 대한제강 등 주요 제강사들도 평소 납품량을 1.5배 상회했다.

쌓아 놓을 공간은 부족하고, 수입은 많고, 국내 철 스크랩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추가 구매가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제강사들의 가격 정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국제 철 스크랩 가격의 불안정성이 더해지면서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의 하락 기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책도 입고 통제 및 할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