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철근 시장

- 원부자재 가격폭등, 특단의 가격인상 ‘요동’ - 순탄치 않은 성수기 진입..‘9월 시장도 흔들’

2017-08-29     정호근 기자
■ 8월 다시보기 : 조용하던 비수기 시장, ‘혼돈’과 ‘갈등’

비수기의 절정을 보내던 철근 시장이 예상치 못한 혼돈에 빠졌다. 심상치 않던 철스크랩 가격이 폭등세로 돌변하면서 철근 업계가 순식간에 적자위기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사활을 건 가격인상 발표가 쏟아지면서 8월 철근 시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8월 철근 제강사들의 철스크랩 매입가격은 최소 톤당 5만원, 많게는 7만원까지 뛰었다. 속앓이를 이어온 부자재 가격상승을 빼더라도, 당장의 적자를 걱정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특단의 가격인상이 이어졌다. 8월 하순 현재, 7대 철근 제강사가 가운데 6개사가 제각각의 가격인상을 발표한 상태다.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있는 현대제철의 가격인상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 됐지만, 사활을 건 가격인상 대세는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시장도 큰 혼란에 빠졌다. 이미 중국 발 가격폭등으로 들썩였던 철근 유통시장은 제강사들의 가격인상 발표에 다시 한 번 요동쳤다. 절정의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톤당 62만원까지 떨어졌던 1차 유통가격은 톤당 65만원까지 크게 뛰었다.

수입산 철근 시장도 빠르게 움직였다. 8월 중국 사강 오퍼가격인 톤당 565달러(10mm,CFR)로 제시되면서 공급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 당장의 신규계약은 물론 향후 공급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시중 재고 매집이 늘면서 유통가격은 거침없이 올랐다. 8월 초 61만원까지 떨어졌던 중국산 철근 1차 유통가격은 64만원까지 치솟았다.

가격인상이 쏟아졌던 철근 시장은 곧바로 마감대란으로 이어졌다. 실수요와 유통 각각 3개씩의 기준가격이 제시된 상황에서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마감을 진행할 지에 대한 갈등이 커졌다. 여기에 제강사별 판매 가격차가 2만5,000원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철근 시장은 8월 거래분 마감을 종잡기 어렵게 됐다.


▲ 스틸데일리DB

■ 9월 미리보기 : 변수 많은 가을, ‘갈등되는 성수기’

모두가 경악했던 8월의 혼란은 9월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마지막까지 눈치전쟁이 불가피할 8월 거래분 마감은 물론, 제각각의 가격이 공존하는 9월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의 고민이 깊어졌다. 철근 시장의 사고파는 갈등이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예상치 못한 원자재 가격폭등과 사활을 건 가격인상으로 들썩였던 철근 시장의 수급변화도 빨라졌다. 8월 중순 제강사 보유재고가 6개월 만에 20만톤 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비수기의 정점을 지나면서 수요가 빠르게 살아났다. 휴가에서 복귀한 실수요가 강한 회복세로 돌아선 데다, 가격상승에 자극을 받은 유통시장의 구매심리도 수급변화를 견인했다.

다양한 이슈들로 어수선했던 사이 철근 시장은 사실상의 성수기 국면으로 돌아섰다. 계절적인 흐름에 따르는 본격적인 성수기로 보긴 아직 이르지만, 시세상승과 공급불안감이 확산된 영향이 컸다. 남은 8월 하순을 거치면서 9월의 본격적인 성수기 거래로 이어질 전망이다.

9월 철근 시장의 첫 번째 주안점은 제강사의 가격인상 여부다. 8월 하순에 쏟아졌던 제강사들의 가격인상 발표의 관철여부는 물론, 9월의 추가적인 가격인상 여부가 시장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제강사별 판매가격의 엇갈린 흐름이 지속되는 문제 또한 9월 철근 시장의 부담으로 더해질 전망이다.

두 번째는 철스크랩 등 원부자재 시세다. 치솟던 철스크랩 가격은 8월 말을 앞두고 추가 상승을 멈춘 상태다. 하지만 해외 철스크랩 가격이 국내산 시세를 크게 웃도는 데다, 방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락과 상승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철스크랩 가격의 향배가 철근 시세에도 예민한 변수로 주목된다.

세 번째는 수입산 철근 시장의 움직임이다. 보다 정확히는, 종잡기 힘든 중국산 철근 가격의 움직임이다. 수입시장에서는 9월 중국산 철근 신규 오퍼가격이 톤당 6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과도한 상승에 대한 경계심 또한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