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가공업 고사 위기 왜?

- 슈레더 모재 부족에 가동률 ´뚝뚝´ ... 가동 중단 잇달아 - 기요틴, 모재에 제품 가격차 적정수준 이하 ... 편법 가동 부추겨

2017-08-01     손정수 기자
철 스크랩 가공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서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의 기피사업이 되고 있다. 철 스크랩 가공사업의 현황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한동안 철 스크랩 가공은 제강사의 중점 요청 사항이자, 철 스크랩 유통업이 가야 할 길로 여겨졌다. 철 스크랩 가격 상승과 일부 제강사의 지원이 맞물리면서 철 스크랩 가공설비가 잇달아 확충됐다. 그러나 최근 철 스크랩 가공설비에 투자하겠다는 업체들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 기요틴
- 수도권과 영남 집중 투자

철 스크랩 가공 설비의 대표주자는 기요틴이다. 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총 101기의 기요틴이 있고, 설비능력은 10만톤 정도다. 지역별로는 경인이 39기 3만6,700톤으로 가장 많고, 영남과 호남이 각각 26기 3만950톤과 2만3,400톤이다.

경인은 국내 최대 인구 밀집지역이어서 장척과 생활 철 스크랩의 가공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기요틴의 필요성도 많아 설비투자가 많이 진행된 것이다. 영남은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발생지역으로 공장 철 스크랩을 중심으로 가공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호남지역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가공 철 스크랩이 다량 발생한다. 특히 세아베스틸의 근거지가 있는 곳에서 기요틴 수요 및 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반면 충청 8기, 강원과 제주는 각각 1기씩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기요틴 보유 지역인 수도권의 경우 업체별 보유 기수는 0.5대, 호남은 업체별 보유 기수가 0.9대로 업체별 보유 정도는 호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된 기요틴 설비는 국내가 47기, 수입품이 54기다. 수입 기요틴은 일본의 후지카와 모리타가 각각 16기와 12기, 독일의 린데만이 8기, 이탈리아 베짜니 등이 3기 도입돼 뒤를 잇고 있다. 국산은 명진 강원 삼오 순으로 많았다.

- 철 스크랩 유통, 기요틴 가동 편법 성행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은 기요틴 투자에 소극적이다. 설비투자 자금이 있더라도 투자비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큰 문제는 기요틴 소재와 기요틴 가격과의 차이가 적다. 제강사들은 기요틴 가공비를 2만원 정도로 보고 가격 정책을 운영 중이다. 제강사가 2만원으로 보는 것은 이유는 외주 처리 결과 때문이다. 그러나 철 스크랩 유통업계는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톤당 4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요틴업체들은 제강사들이 토지사용료와 감가상각 등을 제외하고 원가를 산정해 유통업체와 운영비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요틴업체 관계자는 “모재에서 차이를 두지 않으면 기요틴은 적자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요틴 낮은 등급의 기요틴 모재를 섞어 총 구매가격을 낮춰 공급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기요틴 가동률이 낮은 것도 기요틴 업체들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국내 기요틴 설비의 가동률은 60~70% 정도로 추정된다. 기요틴 가동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014년 이후 철 스크랩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요틴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소재 공급과 설비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 외에 가장 큰 이유는 제강사의 정책이다.

제강사가 기요틴 소재를 구매하고 있고, 가격차이도 톤당 2만원 정도에 불과해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기요틴 업체보다 제강사 납품이 더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기요틴 가동이 유통업체를 옥죄는 것은 물동량의 변화도 한 몫을 한다.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이 가격 변화에 따라 유통량이 크게 변한다. 즉 기계장치 투자로 고정비가 꾸준히 발생하지만 시황 변화에 따라 소재 공급량은 들쭉날쭉한 상태다. 결국 기요틴 업체로선 가동률이 불규칙해 경영의 안정성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고정비 상쇄를 위해 꾸준히 가동하고 납품하는 구조를 갖추게 됨에 따라 시세평가 차익을 거두기도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 졌다.

기요틴업체들은 생존을 위해선 모재 가격이 하락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제강사들이 기요틴 소재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급부족이라는 현실 세계에서는 어려운 주장일 수 밖에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요틴을 가동해 얻는 이점은 철 스크랩을 등급과 사이즈에 관계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장점을 찾기 어렵다. 지금 처럼 소재가 부족할 때에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2. 슈레더, 고사직전

슈레더산업은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완전 가동업체는 찾기 어렵고 가동 중단업체는 찾기 쉽다. 그나마 현재 가동중인 슈레더 공장은 경한, 인선E&T, 거해슈레더, 기전산업 정도다. 2009년 이후 투자가 크게 늘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가동 중단이라는 결정하기 어려운 결정뿐이었다.

슈레더산업이 위기에 빠진 것은 소재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철강자원협회의 자료에서 처럼 국내에는 한달에 약 6만여톤의 모재가 필요하지만 정작 공급량은 3만톤에도 못 미친다.

모재 부족은 모재 구매 경쟁을 낳고, 구매경쟁은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원가를 맞추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또 그나마 일본 등에서 수입됐던 폐차도 거의 실종된 상태여서 모재 부족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됐다.

발생량을 고려하지 않은 슈레더 증설이 불러온 참사다.

슈레더 모재의 부족은 국내 철 스크랩 유통의 구조적 문제와도 맥이 통한다. 국내 슈레더 설비들은 대체로 자동차 바디 가공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경량A 등 생활 철 스크랩 가공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성 문제다.

경량A를 슈레더 처리 할 경우 회수율은 60% 수준이다. 40%가 이물질이거나 잔재로 빠지게 된다는 것. 결국 슈레더 C로 납품하기 위해 생철가격 수준에 구매를 해야 모재 확보가 가능하게 된다는 계산이 된다.

슈레더 처리하면 효과가 가장 좋은 말깡통 같은 경우도 동일하다. 말깡통을 슈레더 처리하면 표면의 주석도금이 모두 벗겨지게 되고, 이물질도 말끔히 제거된다. 그러나 말깡통 구매경쟁에서 슈레더 업체들이 일반 업자를 가격적으로 이기기 어렵다.

슈레더의 톤당 가동비용은 약 1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결국 그만큼 모재가격을 싸게 사거나, 아니면 그만큼 비싸게 팔아야 한다.

슈레더업체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폐기물 처리다. 자동차 폐기물이 특정폐기물로 분류돼 한정된 소각장에서 소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소각장 부족으로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슈레더 업체 관계자는 “ASR의 소각비용이 지난해 초 6만원이었다. 최근에는 15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슈레더를 가동하고 있는 면면을 보면 대체로 슈레더만 가동하는 업체들이 아니다. 인선E&T처럼 폐차장이 주력이거나, 경한이나 기전산업처럼 다른 사업을 영위하지 않으면 사업하기 어려운 것이 슈레더”라고 설명했다.

3. 철 스크랩 가공 발전 방안은?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제강사들이 철 스크랩 가공산업에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제강사가 굳이 가공산업 발전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 제강사들은 주력이 철근이나 형강류를 만든데 철 스크랩을 녹이고 있다. 정제된 철 스크랩은 특수강 등 일부 업체만 필요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철 스크랩의 질적 변화보다는 가격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제강사들의 입장이다.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은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은 제강사의 구매정책, 특히 기요틴이나 슈레더 모재를 비싸게 구매하는 구매정책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공급이 부족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기요틴은 장척을 쓰기 좋게 가공하는 것이다. 장척과 단척간의 가격차이가 톤당 1만원에 불과하다. 기요틴 소재와 제품의 가격차가 그 정도에 불과하면 가공이 되겠나?” 반문했다.

철 스크랩 가공산업의 발전은 철 스크랩 정제의 활성화를 통해 제강사의 회수율을 높이게 된다. 철 스크랩과 철강산업 모두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또 발생처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가공되어야 환경문제를 완화하고 제반 비용을 줄여갈 수 있다. 철 스크랩 가공산업의 발전은 제강사의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

산업연구원의 정은미 박사는 “철 스크랩 가공산업이 발전해야 제강사들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 제강사들이 주도적으로 설비투자 등 철 스크랩 가공의 산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선진국 제강사들은 철 스크랩 가공산업의 선진화를 유도해 왔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시장에서는 가공설비는 부담이다. 기요틴도 슈레더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철 스크랩 유통업체 관계자는 “슈레더와 기요틴이 효자 노릇을 하기 위해선 모재가격이 하락해야 한다. 모재가격 하락은 제강사가 구매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자급이 향상되어야 제강사가 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모재 구매의 경쟁이 완화되는 시점, 자급이 대폭 향상된 시점에나 빛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