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공청회 개최..’무역확장법 232조’란?

- 美 제조업계, “한국산 OCTG가 미국 산업 피해 유발” - 일각에서는 반대 목소리, “급작스런 수입 중단 시 노동 시장에 큰 피해”

2017-05-29     정예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지시한 데 따라 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청회가 지난 24일 (현지시간) 열렸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 업체들로부터 한국 철강업계에 대한 비판과 철강 수입을 제한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이번 공청회에서 미국 철강업계와 정치권은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의 덤핑으로 안보에 중요한 철강 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하며 즉각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요구했다.

US스틸의 관계사 Tubular Products의 데이비드 린툴 사장은 한국 철강업계를 거론하며 “한국 기업들의 유정용강관(OCTG)이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라며 자국 산업 피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미국 철강노조의 레오 제러드 위원장도 “한국이 유정용강관 제품을 덤핑하는 바람에 미국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미국은 해외 기업들에게 시장을 공짜로 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Section 232 Steel Hearing (출처 : AISI 트위터 @aisisteel)


이날 중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공격 대상이 된 주요 철강 수출국은 정부 관계자가 직접 공청회에 참석해 자국 기업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하지만 한국의 정부 관계자 발언은 없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청회에 직접 나설 경우 오히려 미국 측의 반감을 일으킬 수 있고 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라며 "발언시간이 제한돼 브라질, 독일, 캐나다, 일본 정부도 공청회에서 발언하지 않았다. 정부 입장은 미국 상무부에 별도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국 기업 관계자 중에서는 이병배 현대제철 미국법인장이 5분의 발언권을 얻었다. 이 법인장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 등에 2021년까지 3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점을 언급하며 “이런 투자 계획은 현대제철과 미국 업체로부터 냉연 강판을 구매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마련됐다. 현지 조달만으로는 충분한 고품질 냉연 강판을 확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물론 미국 현지 측에서도 반대 입장이 있었다. 미국 수요업체들은 ‘무역확장법 232조’는 오히려 국가안보를 해치는 조치라며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미국산 품질이 좋지 않은 품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4월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철강업계 CEO들과의 만남 이후 진행됐다. 따라서 미국 현지 업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향 철강재 수출에 이미 다방면에서 무역 제재를 받고 있다. 철저한 준비와 대응을 통해 국내 산업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지난 4월 20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철강업계 CEO들과의 만남에서 ‘Section 23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출처 : AI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