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에게 듣는다] - 경한·네비엔 임순태 대표

- 시장 순응 정책 필요 ... 전기로 일괄 공급 시스템 갖추고 파 - 300억 투자해 130만톤 공급체계 구축 계획

2017-05-22     손정수 기자
한국 철강산업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의 CEO 인터뷰를 통해 한국 철강산업의 위상과 향후 나아갈 바를 정리했다. 국내 최대 철 스크랩업체인 경한-네비엔의 철 스크랩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임순태 대표를 만나 한국 철 스크랩 산업의 미래와 나아가야 할 바와 경한-네비엔의 미래 준비도 들어 봤다.
▲ 경한·네비엔 임순태 대표이사

Q> 임대표님께서는 해외 유학파이자, 제강사에서 근무하는 등 철 스크랩업계에선 드문 경력 소유자다. 철 스크랩에 입문하게 된 배경은 뭔가?

A> 임순태 대표 :
해외 유학 후 경력으로 강원산업(現 현대제철)에 입사했다. 현재 포항공장 주력 설비투자의 대부분에 관여했다. 설비투자, 생산관리, 건설공정관리, 물류, 원료관리, 검수, 구매 등에 참여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경우 물류 시스템의 근간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그렇게 놓고 보니 생산을 빼 놓고 모두 해본 것 같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고, 철 스크랩은 전기로 제강의 쌀이다. 철 스크랩은 사명감의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91년 물류팀장을 하면서 철 스크랩과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에 필생의 업(業)으로 인생을 걸고 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았다.

Q> 철 스크랩업체들의 실적이 말이 아니다. 수익성을 개선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철 스크랩 유통으로 2%이상 영업이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물론 환경자원, 물류 등의 사업다각화도 검토의 대상이지만 철 스크랩 본연의 가치창조를 위해서는 업계 내부적으로는 과당경쟁이 지양 되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제강사의 가격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

작금의 철 스크랩 시장은 기대심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제강사도 그렇고 유통도 그렇다. 그만큼 재고의 쏠림이 크다. 서로 불필요한 재고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철 스크랩업계와 제강사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해야 부가가치가 향상된다.

가격은 시장에 맡기면 지나치게 싸거나 비싸게 살 이유가 없어진다. 국내 철 스크랩의 경우 제강사가 무조건 싸게 사려고 해선 안 된다. 수입품과 비교해 적정한 가격을 만들어 준다면 가격을 떠나 꾸준히 유통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통업계의 과당경쟁도 줄고, 제강사로 봐선 불필요한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제강사도 유통도 시장을 역행해 구매하고, 재고를 쌓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철 스크랩업계 내부적으로는 자급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고, 제강사와의 관계도 보다 발전적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가공이 부가가치 창출에 역행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가공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특히 장척류 가공과 철 스크랩 정제는 제강사의 손을 벗어나 철 스크랩업계의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 시장에 순응하는 것이 철 스크랩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하는 임순태 대표

Q> 한국 철 스크랩 산업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 철 스크랩 산업의 성장은 어떨 것이라고 보나?

A>
철 스크랩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을 볼 수 밖에 없다. 양쪽 모두 장점이 있다. 미국은 대형 철 스크랩업체들이 주도하고 있고, 일본은 상사가 중심에 서 있다. 우리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일본의 상사 대신 대형 구좌업체들이 중심이 될 것이다. 구좌가 중심이 되고 제강사와 철 스크랩업체들이 패밀리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이러한 변화는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몇몇 대형 구좌업체들은 전기로 혹은 제강사 별로 단순 납품에서 벗어나 정제, 장입, 회수율 관리까지 참여하는 “철 스크랩을 일괄 납품 관리 시스템” 제공업체로 전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기로 제강사 입장에서도 골치 아픈 철 스크랩 구매와 관리를 외주화 함으로서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제강사의 책임 원료 공급 시스템을 담당하는 것”이 꿈이다. 현재 이러한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Q> 경한-네비엔도 그렇게 성장하는 것인가?

A>
전기로(제강사)별로 책임을 지고 원료를 공급하는 방식은 우리 혼자서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때가 맞아야 하고 우리도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니라고 본다.

우선 첫 번째 관문은 자급이다. 자급률이 90%가 넘게 되면 전기로 제강사가 철 스크랩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두 번째 관문은 제강사와 납품업체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현대제철과 상당한 신뢰를 쌓아 놓았다고 생각한다. 수급의 변화나 기대감 때문에 납품을 중단하거나 인위적으로 줄이는 일은 지양하고 있다.

내부 경쟁력도 갖춰 놓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철 스크랩 가격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또 철 스크랩 정제와 가공, 회수율 관리에 이르기까지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취급량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철 스크랩 일괄 납품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제강사는 원가 경쟁력 향상, 납품업체는 부가가치 향상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임순태 대표는 철 스크랩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Q> 경한의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 해 달라

A>
철 스크랩 자급과 공급과잉 시대에 대한 준비는 매출량 확대에서부터 시작 된다. 우리는 2021년까지 총 300억원을 투자해 취급량을 현재의 연간 50~60만톤에서 130만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영남의 주요 거점에서 전체 판매량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다. 물량을 늘리기 위해선 다른 지역의 사업을 강화하거나 신규로 개척해야 한다. 대전, 부산, 강원, 호남에도 센터를 둘 계획을 갖고 있다. 사실상 강원산업 시절 센터가 복원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다행히 관계사인 삼표시멘트가 전국망을 이미 구축해 놨다. 삼표시멘트와 연계하면 각 지역의 야드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모를 갖추게 되면 그만큼 경쟁력 있게 철 스크랩을 조달 할 수 있을 것이다.

▲ (주)경한·네비엔 로고
Q> 철 스크랩 산업을 옥죄고 있는 외부 환경 중 법과 관련된 것도 다수 있는데…

A>
부산 생곡단지가 철 스크랩 전용단지가 된 것은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철 스크랩 산업은 앞으로도 크게 변할 것이다. 특히 자원순환법이 시행되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곡단지와 같은 곳이 전국적으로 더 생겼으면 좋겠다.

직접적으로는 철 스크랩 가공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경한만 놓고 보면 ASR(폐자동차 전지물)이 가장 큰 문제다. 과거에는 ASR의 잔재를 시멘트업체에 무상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용 소각장에서 소각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소각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처리 능력은 연간 15만톤 정도다. 발생물량은 40만톤 정도로 추정된다. 턱없이 부족한 소각시설로 인해 소각비용도 높고 소각도 어렵다.

반면 슈레더 가격은 생철보다 낮다. 이래저래 사업이 어려운 상태다. 이렇다 보니 14개사 중 10개사가 부분 가동 혹은 비가동 상태다. ASR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던지 소각장을 더 확대하던지 해야 한다고 본다.

길로틴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그러나 길로틴도 제강사가 직접 가공을 하고 있는데다 운영비용보다 낮은 수준에 납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강사가 길로틴을 줄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씀은?

A>
모두 시장의 순리에 따라 순응하는 사업 전략에 기반을 한 것이다.

제강사와 철 스크랩 업계에 인식의 변화를 강조하고 싶은데, 순리와 순응이다.

물량 잠김과 쏠림이 반복되는 것은 상호 순리와 순응의 상호교감이 미흡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양 업계가 단순 원료 수급 관계에서 보다 진전된 각 업계의 역할과 그 역할을 활성화하기 위한 유기적인 공조 체계 형성되어야 한다. 일방적인 수직 관계에서는 진정한 상호 협력 관계가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제강사는 시황에 따라 적정한 가격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순리이고 공급사는 제강사의 정책을 신뢰하고 호응하는 것이 순응 아닌가!

이와 같이 시장의 순리와 순응이 수용되는 정책적 마인드가 우리 업계가 직면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한-네비엔은 국내외 철 스크랩 가격, 제강사의 재고 현황, 제품가격과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격 전망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과잉재고를 가져가는 것은 위험이 크다. 적정재고를 가지고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사는 재고를 1주일 1회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