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격, 4월 중순이 변곡점

- 원료가격, 정부경기부양 규모, 미 금리인상이 주요 변수 - 공급규제 효과는 반감, 공급자 중심에서 다시 시장중심으로 간다

2017-03-16     김홍식 부사장
중국 가격이 또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가파른 상승과는 다른 모습이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심지어 메이커나 현지 전문가들조차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향후 중국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해 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사라진 계절적 성수기 대신 정책과 선물가격 영향력 커졌다
최근 중국 내수가격 추이를 보면 계절적 성수기와 비수기 개념이 사라진 대신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 이로 인한 기대심리가 가격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이다. 특히 선물은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양회(전인대와 정협)가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최근 거시경제 환경을 감안하여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그러나 경기 호전에 대한 확신 부족과 재고 증가 때문에 예전과 같은 구매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것이 춘절 이후 가격이 올랐다가 소폭 하락하는 이유다.

◆공급규제 효과는 지난해보다 반감
그렇다면 향후 가격은 더 오를 수 있을까? 원가와 공급, 수요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우선 원료는 최근 국제 스크랩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메이커가 지난해처럼 원가상승의 잣대로 들이대기에는 부족하다. 전체 생산량의 90%가 고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 가격급등의 빌미를 제공했던 코크스는 6개월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고, 철광석은 보합세다. 원료 투입비중을 감안하면 원가 측면에서는 상승 요인이 없다.

두 번째는 공급측면이다. 지난해 가격상승의 일등공신은 공급규제였다. 특히 전례 없는 강력한 환경규제로 대형 철강사들의 감산(환경설비 투자)과 유도로(誘導爐)에 대한 폐쇄 조치는 쇳물부터 반제품 열연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때마침 원료가격까지 오르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 같은 현상은 크게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철강사들의 환경설비 투자가 끝난 상태고, 유도로도 전체의 80% 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노력은 13-5 규획기간 내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무슨 정책이든 처음이 가장 효력이 강한 법이다. 더욱이 유통이나 수요가들도 이미 학습효과(學習效果)를 경험한 상태이다. 오히려 지난해 대규모 공급규제에도 불구하고 1, 2월 전체 조강 생산량은 전년대비 5.8%가 늘었다. 신규 증설분과 허베이성(河北省)과 쟝쑤(江蘇), 저쟝(浙江)성 외 지역 내 메이커가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재고의 급격한 증세세다. 3월 초 현재 시중 재고는 1,600만톤으로 1월 대비 600만톤이 늘었다. 2월말 생산자 재고도 1,430만톤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150만톤이 늘었다.

◆예상 밖으로 좋은 중국 산업지표, ‘위기탈출 했다’ 속단을 일러
세 번째 수요측면에서는 여전히 부동산과 자동차가 경기를 견하고 있다. 건설기계도 판매가 크게 늘었다. 가전은 회복이 더디다. 고정자산투자의 경우 정부주도 인프라 투자는 줄어든 반면 민간프로젝트 투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양회 이후 경기부양책 발표를 기대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정부주도의 인프라 투자는 감소할 것이다. 대신 서비스산업이나 IT분야 등 이른바 중국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분야에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또 정부 투자보다는 세제혜택 등을 통해 민간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산업생산지수와 생산자 지수 등 제반 지표도 근 몇 년래에 가장 좋다. 지표만 놓고 볼 때 중국경기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내수 중심 성장’과 ‘구조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성공을 거뒀다거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신흥국 경기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이로 인해 중국 내수 및 수출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의지와 정책기조로 봤을 때 최소한 급경한 경기 냉각, 이른바 경착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월 중순까지는 눈치 보기 지속, 최대 변수는 미국과의 마찰 줄이기
결론적으로 원가 측면과 공급 측면에서는 상승 요인보다는 하락 요인이 많다. 수요 측면에서는 상승요인이 많지만 시중 재고와 생산량 등을 감안했을 때 가격급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남은 것은 대내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구조조정의 강도,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갈등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될 것이다. 외생 변수로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꼽을 수 있는데, 횟수와 속도가 관건이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변수들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까지가 4월 중순이 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기간까지는 눈치 보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가격 등락 폭은 지난해보다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며, 변동 횟수는 오히려 더 잦아질 전망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공급자 중심 시장도 이르면 하반기부터는 다시 시장 중심으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