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3사, ´설비 감축´ 대신 ´감산´ 택해

- 설비 감축 “현실적으로 어렵다” 입 모아 - 공장 가동률 조절 및 수입대응 통해 위기 돌파

2017-02-24     유범종 기자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이 극심한 수요 부진의 대응책으로 감산을 선택했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설비 감축 부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생산업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주력 수요산업인 조선 침체와 만연해진 공급과잉, 저가 중국산의 범람 등으로 후판 구조조정이 시급한 사안이라고 판단, 업계 자발적으로 400~500만톤 수준의 단계적인 설비 감축을 종용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3사의 총 생산능력은 1,280만톤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명목소비를 감안할 때 약 300~400만톤 가량의 과잉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후판 명목소비는 약 750만톤 내외로 전년보다 150만톤 이상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설비 감축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진 상태다.

그러나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은 설비 구조조정 대신 공장 가동률 조절을 선택했다. 설비 구조조정에 따른 자사 경쟁력 저하와 인력 조정에 대한 부담 등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포항 1후판공장에 대한 가동 중단을 검토해왔으나 최근 이를 백지화시켰다. 선급용 고급후판을 주력으로 생산했던 1후판을 세울 경우 다른 후판공장의 효율적인 가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이는 전체적인 후판 생산비용 증대로 이어져 타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포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 포스코는 가동률 조절을 통해 수급밸런스를 맞춰나갈 계획이다. 포스코는 3월부터 5월까지 포항 1,2,3후판에 대한 잇단 수리를 예정 중이다. 향후 수급여건에 따라 유동적인 감산정책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도 입장은 동일하다. 현대제철은 2014년까지 당진 1,2후판 설비합리화를 통해 오히려 생산능력을 350만톤 규모까지 확대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신규투자를 마친 상태라 쉽게 설비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현대제철은 당분간 감산을 통해 물량을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급강 위주의 영업전략을 펴나간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의 경우 이미 지난 2012년과 2015년에 걸쳐 포항 1,2후판을 잇달아 폐쇄하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바 있다. 동국제강 입장에서 보면 이제 당진 후판공장만 남은 상황에서 후판사업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설비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동국제강은 당진공장의 가동률을 조절하며 위기를 극복한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특성상 설비 구조조정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설비 폐쇄는 큰 위험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생산업체 입장에서 보다 안정적인 감산정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라며, “후판 3사의 감산과 함께 수입대응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충분히 수급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