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이번엔 국내산이 먼저 뛴다”

- 가격교착 상황 속 수입산 철근 선제적 가격인상 ‘난망’ - 시장의 국내산 선호..재고공백 체감도 국내산이 먼저 - 시세전환 국면에서 전략적 판단 중요..‘효과적 대응 밀접’

2017-02-21     정호근 기자
최근 년도 철근 시장의 시세변화는 수입산 철근이 견인했다. 중국산 철근 시세가 먼저 뛰고, 덩치 큰 국내산 철근 시장이 흐름을 이어가는 형태다. 시세하락 역시 동일한 순서가 반복됐다. 이러한 패턴은 수입산 철근 시장이 규모의 성장을 이룬 2015년 하반기 이후 더욱 정형화됐다.

이번엔 기존의 패턴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국내산 철근 가격이 먼저 오르고, 그 뒤를 수입산 철근이 일정 간격을 두고 따라가는 형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수입산 철근이 선제적인 가격인상으로 시세를 견인하는 역할에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 스틸데일리DB

철근 가격 하락세가 멈춰선 이유는 복합적이다. 이 가운데 중국산 철근 오퍼가격 급등과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큰 자극으로 작용했다. 기존의 패턴대로라면, 수입업계의 가격인상 발표가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입업계는 침묵하고 있다.

수입업계가 가격인상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 이번엔 국내산 철근이 시세반등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설득력을 몇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 국산 수입 가격차 ‘수입산 가격인상 발목’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산과 수입품간의 가격차 문제다. 현재 국내산-중국산 유통 가격차는 톤당 2만원 선으로, 사실상 맞붙어 있는 구조다. 가격불문 물량확보에 나서는 극심한 품귀 상황이 아니고서는 수입산 철근이 먼저 가격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산 철근 가격이 먼저 오르면서 수입산 철근의 상승공간을 만들어줘야 가능하다.

수입산 철근이 선행했던 최근 년도 가격반등 기점의 국내산-중국산 가격차는 톤당 7만원~9만원이었다. 충분한 가격차가 형성된 여건이어야 국내산을 의식하지 않고 수입산 가격반등이 가능하다. 그동안의 철근 가격 상승은 중국산이 먼저 가격차를 좁히고, 부담스런 격차로 좁혀지기 전에 국내산과 동반 상승하는 패턴이었음을 상기할 만 하다.

■ 국내산 철근에 쏠린 선호..‘거래회복도 국내산부터’
두 번째 이유는 선호도다. 국내산-수입산 철근의 가격교착과 같은 맥락이다. 가격교착 상황이 이례적으로 장기화되면서 수입산 철근의 선호도는 크게 떨어졌다. 현재의 가격교착이 더 길어진다면, 수입산 철근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연초 거래부진은 국내산과 수입산 철근 모두의 부담이었다. 하지만,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 관심사가 국내산 철근 쪽으로 쏠리는 것은 달라진 선호를 반증하는 것이다. 거래회복은 침체됐던 시장이 가격반등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의 선호는 의미가 크다.

■ 수급변화 체감도 국내산이 먼저..‘재고공백 실감’
세 번째는 수급변화의 체감이다. 가격이 오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수급불균형, 즉 공급부족으로 인한 품귀다.

성수기를 앞둔 제강사 재고수위는 역대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만큼 낮은 상황이다. 극심한 유통판매 부진에도 지난 주 목요일 제강사 보유재고는 23만톤에 불과했다. 거래회복 흐름을 고려할 때, 남은 2월 동안 제강사 보유재고가 늘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넉넉지 못한 보유재고 탓에, 2월 하순 대부분 제강사는 부득이한 배정판매에 나서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동일 강종과 규격의 재고공백이 체감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현재의 재고상황이 지속될 경우, 3월 이후 성수기 시장에서 품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불안은 수입산 철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2월 하순 현재 수입산 철근 시장은 거래회복이 지연되면서 당장의 재고공백을 실감하기 어렵다. 가격교착으로 국내산 철근 선호가 높아진 상황에서, 수입산 철근 공급불안은 오히려 국내산 철근 수요를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 내 철근 생산원가 상승 이슈 역시 단기적으로는 국내산 철근에 대한 선호와 가격상승을 돕는 재료로 볼 수 있다.

‘국내산과 수입산 중 어느 가격이 먼저 오르냐가 왜 중요한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큰 흐름을 공유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래부진과 시세하락으로 고전하던 시장의 방향이 바뀌는 시점에서 전략적인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하는 각자 입장에서 효과적인 시장대응을 위한 선택과 밀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