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서 돌아온 스파이럴 설비..어디로 가나?

- 매각한 줄 알았던 현대하이스코의 스파이럴강관 설비 - 알고 보니 현대건설이 현지 프로젝트 위해 ‘임시’로 사용 - 국내로 돌아와 ‘입지’ 물색 중..울산 R사가 유력 후보

2017-01-16     정예찬 기자
현대하이스코(現 현대제철)의 연산 5만톤 규모의 스파이럴 강관 설비가 쿠웨이트에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쿠웨이트 현지 업계에 매각했던 줄로만 알았던 바로 그 설비다.

취재 결과, 해당 설비는 현지 강관 업계가 아닌 현대건설이 현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강관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대구경 강관을 생산해 쿠웨이트로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생산해 조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하에 진행된 계획이었던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설비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최대 생산 가능 길이인 36m까지 무리 없이 생산해내 현대건설의 프로젝트 진행 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해당 설비를 ‘생산설비’가 아닌 ‘기자재설비’로 등록했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요 대응 후 상업생산이 불가했을 것”이라며, “프로젝트 종료 후 설비의 국내 귀환은 이미 정해져 있던 시나리오였을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 스파이럴 강관 생산 라인 (본 사진은 현대제철과 관계 없음)


국내 어디에 설치되나?

5만톤 규모의 스파이럴강관 설비는 3년전 현대하이스코의 품에서 떠났으나, 이제는 현대제철의 품으로 돌아왔다. 본지 기자가 이 소식을 처음 접했던 것은 지난해 여름의 일이다. 당시 설비를 실은 배가 쿠웨이트에서 출항해 해상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설비의 목적지는 울산 소재의 D강관사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한편, 또 다른 강관사인 H사도 현대제철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끝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설비가 국내에 도착해 지금은 현대제철이 보관 중이다.

최근 추가 취재를 통해 울산 소재의 R강관사를 통해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이 좁혀진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제철 내부 관계자들과 외부 업계 관계자들의 정보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한 관계자는 “올해 여름 설비 가동을 목표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한편, 해당 설비와 관련 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전했다. “현대제철의 강관공장이 울산에 있기 때문에 울산 지역에 스파이럴 설비를 두는 것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스파이럴 설비의 특성상 부지 확보가 필수적이다. 30m 이상 길이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소 1만평 수준의 공장부지가 필요하다. 또한 원자재 조달과 제품의 수출을 위해서는 부두 인근에 자리잡아야 한다. 하지만 D사와 R사 모두 ‘부두 옆 1만평’ 부지 확보가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계획의 수정 또는 신규 부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현대제철 울산공장 전경. ERW강관공장과 경량화공장이 한 부지 내에 자리잡고 있다.(사진=현대제철)


2017년 강관 수출 전망 밝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국제 유가 상승세, 그로 인한 북미향 에너지용 강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에는 중동 지역에 지연되어 왔던 프로젝트의 재개에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송유관 등 대구경 에너지용 강관은 물론, 건설용 강관의 중동 수요 발생에 국내 대구경 강관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따라서 현대제철도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추어 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7년이 대구경 강관 시장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