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價 급락에 고로업계 ´전전긍긍´

- 고로업계 원가부담 올 상반기까지 커져 제품 전가 ´불가피´ - 원료 스폿價 하락 전환으로 시중價 인하압력 확대 우려

2017-01-16     유범종 기자
연초부터 원료 스폿(Spot)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국내 고로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국내 고로업체들의 원료 구매방식은 분기계약 기준으로 스폿가격에 후행하는 구조다. 올 들어 국내 고로업체들의 생산원가 부담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원료 스폿가격 급락이 자칫 제품 시중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고로 생산원가, 올 상반기까지 ‘우상향’

올 상반기까지 국내 고로업체들의 제품 생산원가 부담은 가중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국내 고로업체들은 올 1분기 강점탄 분기가격 협상에서 톤당 285달러(FOB기준)에 최종 합의한 상태다. 지난해 4분기 가격이 톤당 215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70달러나 수직 상승한 가격대다.

또 다른 주요 원료인 철광석도 전분기 평균 스폿(Spot)가격으로 유추해볼 때 1분기 70달러 내외 수준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12달러 가량 대폭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기반으로 1분기 고로업체들의 톤당 조강 생산원가를 추정해보면 약 319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조강 생산원가가 톤당 249달러 내외였음을 고려하면 70달러가 대폭 오르게 되는 것이다.

▲ 스틸데일리 DB

통상적으로 국내 고로업체들의 원료 재고일수는 평균 약 30일이다. 따라서 1분기 원료가격 급등은 오는 2~3월부터 쇳물원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품 주문납기까지 고려할 때 상반기 내내 제품 출하단가는 상당히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국내 고로업체들은 생산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당분간 제품가격 인상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고로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로업체들의 원가부담은 커지기 시작했다. 올 1분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원료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한다면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원료 스폿價 급락..고로업계 ‘버티기 관건’

문제는 연초부터 원료 스폿가격이 급락하면서 제품가격에 대한 시중 인하압력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츠(Platts) 자료에 따르면 국제 강점탄 스폿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빠르게 하락하며 이달 9일 기준 톤당 202.5달러까지 내려갔다. 단기고점이던 지난해 11월 말과 비교하면 100달러 이상 폭락한 상태다.

동기간 또 다른 주요 원료인 철광석도 톤당 71달러로 7~8달러 내려갔다. 복수의 전망기관들에서는 원료시장의 구조적인 공급과잉 하에서 중국의 석탄 공급개혁 등 일시적인 변수로 급등했던 가격 거품이 지난해 12월을 고점으로 올해는 지속적으로 하향화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 원료가격은 강점탄이 톤당 170~200달러, 철광석이 톤당 55~60달러 전후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단기적인 변수로 일시적인 등락이 나타날 수도 있으나 전반적인 추세는 하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자료: Platts

결국 이러한 원료 스폿가격 하락은 국내 고로업체들의 상반기 제품가격 인상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제품가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중국 수출가격이다. 중국 밀들의 경우 대부분 원자재 구매를 스폿(Spot)계약으로 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변동과 제품 수출가격 조정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따라서 원료 스폿가격 급락은 중국 제품 수출가격 동반 하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시중가격에 대한 강한 인하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원료 스폿가격이 내려갈 경우 수요업계의 매입 축소까지 발생할 수 있어 가격뿐 아니라 판매전선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고로업체들의 원료가격은 스폿가격과 시간차가 발생한다. 가격이 올라가는 국면에서는 크게 문제될게 없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고로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고로업체들은 올 상반기 원료가격 변동에 따라 제품가격 인하압력이 커져도 최대한 판매가격을 유지해 수익성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