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고철동향] 응답하라 ´1993´

- 경량등급 유통가격 톤당 10만원 붕괴…1993년으로 회귀 - 고철가격 저가 수준 장기화 예상..발생처 가격을 낮춰야 살길 - 고철 업계 선수금 악습 이번 기회에 사라져야

2015-11-28     윤용선 기자
국내 중량A 등급의 유통가격이 처음으로 톤당 10만원을 넘어선 것이 1993년이다. 당시 상승 탄력을 받은 국내 고철가격은 중량A 기준 톤당 8만원 수준에서 톤당 13만원 수준으로 60%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한바 있다. 이후 국내 고철가격은 2004년 중국의 성장이 본격화 되기 이전까지 톤당 10만원 초반 수준에서 가격이 유지됐다.

금주 국내 중량A등급 구좌업체 야드매입 평균가격은 톤당 13만 2,0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20년전 수준으로 가격이 회귀한 것이다. 그러나 유류비 및 인건비 등 고철을 수집하기 위한 비용은 고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고철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고철업계 원로 분들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고철을 무상으로 수거할 수 있는 시기였다고 전한다. 고철가격이 낮아 거리에 고철을 버리기도 했으며, 공장에서 발생한 고철을 치워주기만 해도 고마워하는 발생처가 많았다는 것이다. 즉, 1990년대는 부지런한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고철가격 저가 수준 장기화 예상..발생처 가격을 낮춰야 살길

고철 가격은 과거로 돌아갔지만 고철시장은 변한 것은 없다. 고철업체의 난립으로 구매경쟁은 치열하며, 고부가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로 고정비만 높아진 상태이다.

따라서 고철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철시장의 주변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발생처의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고철업체의 마진이 확보되지 않는 것이 경계해야 할 0순위인 것이다.

과거 고철시장은 많은 양을 취급하면 수익이 높아졌다. 구매 가격이 낮아 취급량 만큼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많은 양을 취급한다고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양을 취급할수록 적자 폭만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많은 양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구매 경쟁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마진을 포기한 구매가 이루어 지기 때문이다.

충분한 마진 확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고철업체의 생존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락장에서 재고 확보는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어렵게 확보한 물량이 화근거리가 되는 것이다. 마진 확보를 위해서는 재고 손실도 감안한 구매가 필요해 보인다. 구좌업체의 경우 야드 매입가격은 제강사 납품가격대비 톤당 5만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도 공장에 선수금을 지급하고 고철을 확보하는 업체가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시황에서 선수금을 주고 고철을 확보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될 뿐이다. 오히려 낮아진 가격으로 고철업계의 악습인 선수금 제도를 없애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