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포스코 침수 사고 이후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아마도 '열연'이었을거다. 포스코 관계자가 아닌 기자에게 향하는 질문에 '열연'이란 단어는 언제나 디폴트 그 자체였다. 

포스코에 질문하여 들은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마찰도 발생했다. '들은 팩트'를 전달하면 돌아오는 대답의 대다수는 "아닐텐데" 혹은 "그럴리가 없을텐데"였다. 

포스코의 침수 복구는 시장의 예상과 우려와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포스코의 침수 복구 계획이 나와도 시장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포항1열연 복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언급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1열연 복구 후 정상가동 보도자료가 나가자 그제서야 '빨리 됐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2열연은?"이란 질문이 이어지기 일쑤였다.

2열연 관련하여 인도 JSW에서 설비지원을 받아 11월 중 입고되어 복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의 다음 질문은 열연 소둔산세 공장 복구 계획으로 이어졌다. 일단 2소둔 라인의 가동이 12월 첫째주로 예상된다라는 대답은 '내년 1분기 중으로 스테인리스 열연 공급이 정상화되긴  어렵다'란 확신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놀랍게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복구가 빨라져서 다행"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쯤이면 기자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시장이 원하는 건 빠른 복구가 아니라 복구 지연에 따른 단가 인상인가, 시장 개방인가. 아니면 포스코와 시장의 신뢰 문제인가. 

다시 돌아와 설비 복구라는 것이 일부 시장의 지적처럼 돌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 석연치 않은 피드백에 대한 의문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다음은 포스코의 열연 공급 대체 계획에 대한 이야기다. 포스코 해외 생산 법인과 해외 밀과의 협력관계 등을 활용한 열연 공급에 대해서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월 중 포스코는 장가항에서 AP 임가공을 마친 열연 3~8T 코일을 시중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중순 경이면 가공센터들을 통해서 열연 제품이 공급될 예정이다. 11월에 공급될 물량 규모는 약 5천톤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두고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당초에는 포스코가 유통향 열연 공급을 재개하면서 수요가 위축된 시장에서 가격이 약세를 보이게 될 것이란 의견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포스코 가공센터들의 포스코재 열연 취급량이 약 월 8천~1만톤 수준인데 현재 대체 공급되는 양을 고려하면 열연 공급 부족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여기에 앞으로 입고될 수입재 열연 문제까지 소환됐다. 본지가 파악한 10월 통관 스테인리스 열연 물량은 약 7~8천톤 정도로 추정된다. 11월에 입고될 열연 물량에 대해서도 '많을 것이다'와 '예상보다 적을 것이다'란 추정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추정은 업체별로 자사 수입량에 근거한 추측치일 것이다. 

이쯤되니 시장 예측을 두고 머리가 복잡해지고 귀가 얇아지기 시작한다. 물론 열연 물량과 관련한 의혹은 시간이 지나면 증명될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이토록 '열연'에 몰두(라고 쓰고 집착이라고 읽는다)하는 것은 그만큼 열연 재고가 상당히 타이트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결국 가격과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고금리와 킹달러란 겹악재 속에서 현금 유동성을 갖춘 일부 업체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업체들의 자금경색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연말 재고조정과 경기침체 속 수요부진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열연'과 관련해서 섣불리 예측이 안 되는 것도 하나의 리스크다. 분명 타이트하다고 하고 물건이 없다는데 일부 업체들의 단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뭔가 이유가 있을텐데 쉽사리 예단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이토록 불확실성이 짙어진 지금, 당장 열연 재고와 판매 단가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내년 1분기는 어떻게 흘러갈 지를 두고 시장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그나마 힌트를 찾아내야 한다면 국내산이든 수입재든 입고될 열연 원가와 가격 추세로 귀결될 것이다. 내년 1월적 오퍼가격과 포스코의 12월 가격 예측. 불행히도 뭐 하나 쉬운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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