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일본산 스크랩 비드가격을 4만 8,500 엔(H2, FOB)으로 발표했다. 지난 비드가격보다 1,300 엔 하락한 이번 가격이 시장에 제시된 후 현대제철은 이른바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오퍼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만 톤 이상의 수입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시장에 확실한 고점 시그널 전달

 

현대제철의 이번 비드가격은 성약보다는 가격제시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본의 스크랩 가격이 아직 하락하지 않은 상황에서 4만 8,500 엔의 가격을 일본 공급처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현재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으로 계약의 성사보다 수입 가격의 하락을 제시하는 것으로 국내 시장에 가격 하락의 시그널을 주는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비드가격이 공개되자 국내 유통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퍼지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제강사 입고량이 늘어나고 있고 공사현장 등 발생도 늘고 있어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 비드로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초까지만해도 유통량이 극히 적어 한가했는데 최근 며칠은 제강사로 들어가는 스크랩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4만 8,500 엔을 한국 도착가격으로 환산하면 51만 7,000 원 가량으로 수도권 제강사의 경량A 구매가격 (47만 2,000 원) 보다 4만 5,000 원 가량 높고, 영남권 제강사의 경량A 구매가격 (53만 5,000 원) 보다는 1만 8,000 원 가량 낮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이번 비드 이후 포항공장에서의 스크랩 구매가격 인하를 공지했다.

 

일본 시장 가격 하락 견인 효과

현대제철이 비드가격을 발표한 직후 일본 도쿄제철도 스크랩 구매가 인하를 발표했다. 전세계 스크랩 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가격 상승 기조를 유지하던 일본이 이번 비드를 기점으로 가격 하락기로 접어든 셈이다. 도쿄제철은 22일 오후 스크랩 구매가격을 전 공장에서 톤당 500 엔 인하했다. 국제 시황과 관계없이 오르던 일본 스크랩 가격 역시 최근 단기고점 전망이 나오고 있던 상황에 현대제철의 비드가격이 가격 하락의 트리거로 작용한 셈이다.

한일 양국의 스크랩 시장은 최근 가격의 상승과 하락국면에서 서로가 서로의 근거가 되며 가격을 견인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과 대만 등 주변국 스크랩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일본의 주요 수출국이 한국으로 좁혀진 탓이다. 일본 내 스크랩 가격의 하락은 한국의 스크랩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다시 일본 내 스크랩 가격의 하락해 한국의 수입 가격이 하락하는 연쇄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제철은 비드가격을 낮게 제시하는 것으로 한일 양국의 스크랩 가격 하락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한 수입 트레이더는 “코일과 형강을 주로 생산하는 도쿄제철의 경우 제품가격과 스크랩 가격의 상관관계가 한국의 철근 제강사들보다 더 뚜렷하고 현재 스크랩 재고가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져 예전과 달리 현대제철의 비드가격을 따라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면서 “그러나 도쿄제철이 어제 다하라 공장에 이어 오늘은 전공장에서 가격을 인하하면서 일본의 스크랩 가격이 한국의 스크랩 가격과 동반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미소. "이후에도 계속 하락하게 될 것"

성약 여부가 관건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계약이 이뤄진 것은 일종의 ‘보너스’ 같은 효과로 여겨진다. 자세한 오퍼량과 성약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최소 2만 톤 이상의 계약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는 밝힐 수 없지만 이번에 오퍼량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왔다”고 전하며 “등급을 제한해 오퍼를 받았는데, 평소처럼 전등급에 대해 오퍼를 받았으면 10만 톤을 훨씬 상회하는 오퍼가 들어왔을 것으로 짐작되는 양”이라고 말했다. 수입 트레이더 역시 이번 오퍼에 대해 “4만 8,500 엔에 만족하는 공급처는 당연히 없지만 이번 계약이 배에 실리는 10월의 가격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공급처들이 많았다”면서 “정확한 계약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애초의 예상보다는 많은 양의 계약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비드를 통해 국내산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임을 시장에서 확인한 셈이 됐고, 일본산 가격도 이후 하락이 확실하다고 보여진다”며 “애초에 예상하고 계획했던 것보다 오퍼량이 더 많아 내부적으로는 가격을 더 낮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오갈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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