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최근 철근 유통시장에서는 마감할인이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맞춰주겠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에 고시가격 아래로 유통시세가 형성되는 경우가 허다한 게 2022년 국내 철근 업계의 현실이다.

마감할인이 존재한다는 건 제품의 공급원가를 유통업계는 물론이거니와 생산업계에서도 당장 알 수 없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다. 실제 일정 기간이 지나고 마감이 진행되어야만 공급원가가 얼마인지 알 수 있다.

그전까지는 단지 생산업계와 유통업계 간 믿음의 정도에 따라 각자가 공급가격을 예측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이 유통시장에 투영되어 시세가 결정되곤 한다.

생산업계가 맞춰주는 가격과 유통업계가 믿었던 할인가격이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모르겠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이심전심은 사실상 철근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유통업계의 굳건한 믿음이 깨지면서 불신이 쌓이거나 애초부터 불신이 가득해 독자적인 판매방침을 고수했던 일부 유통업체들만 이득을 보는 형국이 반복되곤 한다.

관련 시장 관계자가 아니라면 이해 못할 일이다. 생산업계에서 제품에 대해 고시한 가격보다 낮은 시세로 제품을 판매하고 추후 마감 시 할인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거나 마진을 남기는 구조를 정상적이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이러한 거래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철근 생산업계는 원칙마감을 강조하며, 몇 년간 마감할인의 근절을 외쳤다. 하지만 최근 판매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감할인이 다시금 부활했다. 담당기자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심지어 업체 간 엇박자를 그리며 마감할인을 진행하는 바람에 유통시세 혼란은 장기화되고 현재까지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통시세가 고시가격 밑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실정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수년 간 진행한 원칙마감 기조를 깰 바에는 관련 업계의 원성이 자자한 가격이원화 체계를 조정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다.

안타까움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서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마감할인 구조를 없애기 위해 수년 간 지속해온 원칙마감 기조에 균열이 생겼다. 나아가 유통시장에는 “그러면 그렇지…”라는 불신이 과거보다 두텁게 쌓여 버렸다.

결국 과거보다 상황이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생산업계의 다음 스텝은 이전보다 더욱더 확고한 개선의지가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통업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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