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 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단순했던 철근의 종류도 다양하게 변했다.

최근 철근 제강사에서는 SD300 일반 철근부터 SD600 초고강도 철근까지 생산할 뿐만 아니라 각 강종에 맞춰 내진철근도 생산하는 추세다.

단순히 생각하면 다양한 종류의 철근이 있는 만큼 사용자가 자재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선택지가 많아지고 그만큼 다양한 설계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빈도가 적은 규격의 경우는 제강사에서도 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을뿐더러 이는 최종 수요자인 건설사에게 수급 불안의 원인이 된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KS인증 삭제 요청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SD300 철근이 정확히 그런 경우다.

업계에서 SD300 철근은 공공연하게 사양화를 거치고 있는 규격으로 알려져 있다. SD400 규격이 대중화되면서 제강사의 SD300 생산 비중이 1% 수준까지 줄어들었고 민간 건설현장에서는 좀처럼 설계에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제강사들은 생산 비중이 1%에 불과한 SD300을 생산하는 데에 있어 별도의 일정과 재고관리 요인이 발생함에 따라 올해 7월부터 엑스트라 차지를 기존 1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인상한 상태다. 사실상 SD300을 주문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의도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생산과 재고관리의 번거로움, 건설사 입장에서는 비용과 수급의 번거로움이 발생하는 SD300 철근 사용을 고집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D300 철근은 여전히 관급공사에서 사용되고 있다. LH,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는 현장이다 보니 건설사나 제강사 모두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현재 철근시장에서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SD400 철근으로 SD300 철근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민간 건설현장에서는 SD300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물건이 아니고서야 더 나은 대체제가 등장한다면 기존의 것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게 맞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작금의 상황이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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