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철강업종을 망라해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환경이다. 스크랩은 산업 특성상 환경과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특히 중국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로비중 확대와 함께 스크랩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스크랩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가격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향후 스크랩은 금융상품화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일부대기업과 펀드자금까지 가세하면서 대형화를 추진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덩달아 기존 스크랩 납품상들도 길로틴이나 압축기 등 설비증설에 나서는 모습이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스크랩시장의 구도를 다시 한 번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스크랩업계의 투자는 가공분야에 집중돼 있고, 일부는 잔여물인 ´더스트´나 자동차, 가전 페기물 처리 설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대형집진기를 투자하고 스크랩업계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업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포항 철강산업공단에 있는 ㈜포항철강(대표 이재상)이 그 주인공이다. 환경을 강조하는 시대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집진기 투자의 배경은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친구 권유로 시작한 늦게 시작한 스크랩 사업, 신용과 의리가 성공비결”

올해로 창업 16년째를 맞고 있는 ㈜포항철강(대표 이재상)은 현재 포스코 구좌업체다. 포항산업공단 4단지에 위치한 포항철강은 대지 4,000평에 건평 1,080평(2개의 창고동이 있다) 규모로 월간 7,000~8,000톤의 스크랩을 취급하고 있다. 이 중 철근이나 특수 재질 등 포스코에서 쓰지 않는 스크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포스코에 납품하고 있다. 매주 거래량만 금액 기준으로 10억원에 달할 정도로 업계에서는 숨은 강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장이 스크랩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실로 우연이다. 일찍부터 사업에 눈을 돌렸던 그는 이 사업 저 사업으로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고, 지금의 사업을 하기 전에는 큰 실패를 경험한다. 대인기피증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그에게 어느 날 친구가 “스크랩을 사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했다. 남은 것이라고는 몸뚱이밖에 없었던 그는 일반 고물상부터 시작을 해서 오직 신용과 의리 하나로 한 우물을 팠다.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스크랩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한번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A사 전무님이 스크랩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왜 나에게 부탁을 하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바로 담당자를 불렀어요. 마침 제가 찾아간 날이 기존 업체와 계약이 만료되는 날이었습니다.”

포항철강은 지금도 포스코와의 거래만 고집한다. ‘지금 같은 시황에서는 이곳저곳에 납품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는다. 과거에도 다른 제강사로부터 달콤한 유혹도 많았지만 실리(實利)보다는 의리(義利)를 선택했다. 내일 가격이 오르는 것을 알면서도 납품을 했다. 이사장은 ‘조금 더 많이 주는 제강사를 찾아 철새처럼 행동하는 것보다 단일 업체와 거래를 하는 것이 본인의 성격과도 맞다’고 말한다.
대신 구매대금 결제와 납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약속을 지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다보니 초기 월 3,000톤 수준이던 포스코의 주문량은 6,000~7,000톤 수준까지 늘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영업을 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중간상들이 많아졌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이사장은 한사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 한다.

“지금의 공장은 철강 수입업체가 창고로 쓰고 있던 곳인데, 2018년 인수를 하자, 주변에서는 부지가 너무 크다느니, 저렇게 큰 창고가 무슨 필요가 있냐고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넓은 야드는 지금과 같은 시황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더 많고, 집진기를 설치하려고 보니 넓은 창고는 공사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스크랩도 환경투자 해야 살아남는다...집진기 투자 결정”


최근 이사장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집진기다. 포항공장에 5억원을 투자하여 분당 1,600㎥를 처리할 수 있는 대형 집진기 설치가 진행 중이다. 스크랩업체가 가공설비가 아닌 대형 집진기를 설치하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럼 왜 가공설비에 비해 집진기 투자가 부진할까? 이에 대해 이재상 사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우선 투자비가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집진기를 투자하려면 설비 외에도 창고가 필요합니다. 신규 설비로 대형 집진기를 설치할 경우 10억원 가까이 소요되는데, 집진기를 설치한다고 해서 당장 수익이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 스크랩 거래가 현금 중심이다 보니 그 정도 자금이면 스크랩을 더 구매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확실한 법 규정이 없는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 왜 이사장은 집진기 투자를 생각했을까? 그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고, 이로 인한 규제도 더 많아질 것입니다. 물론 정부가 스크랩을 산업폐기물이 아니 도시자원으로 분류하고, 스크랩업계에 대해서도 집진기 설치기 자금지원을 해줘야 하지만, 스크랩업계 스스로가 합법적이고 당당하게 사업을 해야 대접을 받는다고 봅니다. 포스코의 권유도 있었지만 향후 환경 규제에 대비하고, 경쟁사와 차별화 차원에서 선제적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그가 눈여겨 본 것은 대형 압연공장에서 나오는 압연 롤이다. 수명이 다된 압연 롤은 메이커가 입찰을 통해 매각을 하는데, 낙찰을 받은 업체가 상태가 좋은 것은 수출을 하고, 나머지는 산소절단을 거쳐 스크랩 처리를 한다.(또 다른 방법으로 급속 냉각 후 드릴로 구멍을 뚫어 파쇄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기 소모량이 많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포항철강 역시 최근 압연 롤 입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압축이나 길로틴 등 기존 가공설비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압연 롤에는 크롬이나 니켈 등 강한 성분이 많아 특수 절단을 하다 보니 작업 중에 연기와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반강 제품을 절단할 때보다 30배 이상 연기가 나와 말 그대로 하늘이 온통 노랗다고 표현한다. 따라서 집진설비를 갖춘 업체에 대해서만 메이커 입찰에 참여 하도록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에서는 입찰을 받은 뒤 비오는 날에 작업을 하거나, 재하청을 줘서 산속에서 불법 작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경주에서는 주민 신고로 이러한 불법 사례가 적발돼 영업정지처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포항철강은 2018년 이전과 동시에 소형집진기(분당 500㎥ 처리)를 설치했으나 압연 롤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대형 집진기 설치로 환경규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게 됐으며, 각종 압연 롤 입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스크랩은 나에게 천직...외형보다 내실 있는 회사 만드는 것이 중요”

이 사장은 국내 스크랩 산업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크랩을 산업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하는 관련 법규 개정이야 정부의 몫이지만, 정보전달 수단을 발달로 소상(小商)과 대상(大商)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 대상은 가공과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맞춰 포항철강도 포크레인 1기와 압축기 1기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저는 스크랩이 천직(天職)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좋은 사업이 없어요. 성격과도 맞지만 외상이 없으니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부도 염려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업계와의 관계도, 정보도 모두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또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내실이 있는 회사, 감(感)보다 시스템으로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