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당수의 제강사 구매 담당 임원이 교체됐다. 현대제철이 사업부제로 전환되면서 이재환 본부장이 생산 판매 구매까지 맡게 됐다. 동국제강은 하성국 상무가, 세아베스틸은 윤찬식 이사가 올해부터 구매를 지휘하고 있다. 대한제강 구매팀은 와이케이스틸로 일원화 됐으며, 한국특강도 새로운 경영진에서 구매를 총괄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제강사 임원이 교체된 것이다.

필자는 15년 전쯤 한 제강사 신임 사장의 물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사장으로 부임한지 1~2개월 정도 지난 어느 날 필자에게 10가지 질문지를 보여 주었다.

맨 위에 적혀 있던 것이 왜 비싼 수입 철 스크랩을 (우리만 많이) 수입해야 하는가(?)라는 것이고, 두 번째가 재고는 비용인데 왜 직원들이 재고를 많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세 번째는 특별구매 계약구매 등 각종 야드 음성적인 지원책이 있는데 필요한 것인가(?)하는 것들이다.

한 회사는 수입팀 해체 소문이, 또 다른 회사에서는 납품사 지원에 대한 부정적 발언이 소문으로 돌고 있는 것을 보면 제강사의 고민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우물 속은 삶이자 우주 전체이다. 그런 점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스스로 무엇을 바꾸기 어려울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원래 주어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새로운 시각에서 철 스크랩을 바라보고 바꿔 나가는 것은 어느 기업에서나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새로 임원이 오고, 세대 교체를 하는 이유도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서일 것이다.

제강사는 철 스크랩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제강사 구매 수장의 교체는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변수일 수 밖에 없다. 수장의 교체로 정책이 한 순간에 바뀔 수도 있고 실제로 상당한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부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100만 톤의 재고를 보유하겠다는 발언으로 인해 가격이 수직 상승하기도 했고, JIT를 하고 싶다는 말에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기도 했다. 철 스크랩은 일반적인 경제 상식과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임원의 상식이 이 시장에서는 비상식이 되기도 한다. 제강사의 정책은 철 스크랩 시장의 상식이 일반적인 경제 상식과 같아지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아직 유격이 있고 그 간극을 어떻게 메워갈 것인지가 제강사의 고민이다.

주요 제강사의 구매 정책은 역사성을 갖고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변화는 임원의 교체가 아니라 시장 환경의 변화나 나름의 이유가 바뀌었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 정책은 태산보다 무거워야 하기도 하지만 또 결정됐다면 빠르고 강력하게 적용되어야 철 스크랩 시장만의 상식을 깨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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