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이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탄소 중립, ESG, 친환경차 등 철강업계를 둘러싼 메가트렌드가 확 바뀌면서다. 이에 본지는 신년 기획 인터뷰로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를 묻다>를 기획했다. 학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국 철강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세 번째로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김현철 과장을 만나 정부의 철강산업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다. [편집자주]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김현철 과장
▲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김현철 과장

Q> 급변하는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 철강산업이 갖춰야 할 경쟁력과 대응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우선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철강수요 위축이라는 불리한 경영환경에도 최선을 다해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 있는 철강기업인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위기 때 진정한 실력이 드러나듯이 해외 주요 철강업체들의 가동중단 상황에서도 우리 철강 기업들은 조업중단 없이 생산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바로 우리 철강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철강산업을 둘러싼 근본적인 환경변화는 우리가 가진 경쟁력의 유효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우선 무역 환경의 어려움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철강 232조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조치가 전 세계 철강산업에 연쇄적 효과를 일으켜 각국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EU에서 출발한 탄소국경조정 논의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중이다.

수요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대표적인 수요산업에서 더 가볍지만 더 강인한 제품을 요청하고 있다. 수요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철강제품의 고도화도 함께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적으로는 사업장 안전•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탄소국경조정, 수요산업의 변화, 안전과 환경에 대한 요구. 우리 철강산업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대응전략은 바로 ‘연대와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선도 기업만이 대응할 수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철강산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모든 주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 협력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역량을 공유해야만 넘어 설 수 있는 과제들이다.

Q>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에 대해 정부에서는 어떤 견해와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A>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음 네 가지를 지원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친환경 전환이다. 미국•EU 등 선진시장의 탄소국경조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지난 해 우리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였다. 우리 철강산업의 에너지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근본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철강산업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계획이다.

둘째, 철강산업의 디지털 전환도 함께 지원한다. 지난 1월 ‘철강 디지털전환 연대’가 출범하였다. 전기로 AI, 철강제조 빅데이터 플랫폼, AI를 활용한 안전•환경문제 해결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해 나갈 예정이다.

셋째는 고부가가치 혁신 기술개발이다. 우리 철강 생태계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담당하는 중소•중견 철강사들의 고난도 고부가가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미래차•신에너지용 소재 등 미래 유망산업 철강•금속 소재 개발에 25년까지 3,000억원 이상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유리한 통상 환경 조성이다. EU 세이프가드, 미국 232조 조치 등 세계 각국의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 꾸준히 대응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해외의 탄소국경조정 도입의 영향을 신속하게 분석하기 위해 올해 정책용역을 추진할 예정이고, 철강글로벌포럼, OECD 철강위원회 등 다자간 채널을 통해 우리에게 유리한 통상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무역장벽은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현재 한국산 철강재는 19개국으로부터 78건의 수입규제가 시행 중으로 각국의 보호 무역조치에 집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19로 인한 수요감소로 글로벌 통상환경이 더욱 엄중해졌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불합리한 수입규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미 통상교섭본부 내에 ‘신통상진서전략실’을 신설하여 수입규제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하여 기업의 수입규제 대응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수입규제국과의 고위급 면담, FTA 이행위원회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아웃리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대국 무역구제기관과 양자협의체를 구성하여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WTO등 다자채널을 통해 우리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Q> 최근 들어 주춤해졌다고는 하나 수입 철강재에 대한 업계의 모니터링과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A>
수입 철강재에 대한 업계의 고민과 우려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철강산업이 수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입재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바람직한 정책방향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부적합한 수입 철강재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며,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는 업계의 신청이 들어오면 법령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것이다.

국내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국산 철강재의 사용 의무화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철강업계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는 한편 철강재의 안전성을 강화하여 국산 철강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조선업계와 건설업계 등 수요산업과 철강산업 간 수급과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하다. 정부 입장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A>
기업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지난 2월 2일 철강업계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비전’에 호응코가 ‘철강업계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 지난 2월 2일 철강업계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비전’에 호응코가 ‘철강업계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Q> 최근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비전’에 호응코자 국내 철강업계가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그린철강위원회에서 산자부의 역할과 계획중인 ‘2050 탄소중립 산업대전환 비전과 전략’ 수립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우리 철강업계는 지난 2월 2일 그린철강위원회를 통해 국내 산업계 최초이자 아시아 철강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출범•선언식에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참석하여 철강업계의 선제적인 탄소중립 공동선언에 호응하여 정부에서도 아낌없는 지원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하였다.

향후 산업부는 그린철강위원회 및 산하 정책•기술 분과 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정부-업계 간 탄소중립 정책 추진방향과 글로벌 동향을 공유하고, 업계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청취할 계획이다.

아울러, 업계와 함께 철강산업의 친환경 저탄소 산업 전환을 위한 대규모 R&D 사업을 기획하여 수소환원제철, 연원료 효율 개선, CCUS, 수소 이송용 강재 개발 등 철강산업 탄소중립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적 기반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산업부는 연말까지 전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탄소중립 전환 전략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산업대전환 비전과 전략(제조업 르네상스 2.0)”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획기적 감축을 위해서는 산업계의 자발적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하는 만큼, R&D•세제지원, 규제혁신, 법적 기반 마련 등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방안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그 내용을 “비전과 전략”에 담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린철강위원회는 물론 탄소중립산업전환 추진위원회, 탄소중립 표준화위원회 등 민•관 거버넌스를 계속해서 가동하여 더욱 가깝게 업계와 소통해 나가도록 하겠다.

Q> 일각에서는 정부의 탄소중립 비전 등 최근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속도가 국내 철강업계 현실상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
철강업종은 국가 전체 탄소배출량의 16.7%, 산업분야 탄소배출량 30%를 차지하는 탄소 최다배출 업종으로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은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것을 정부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저탄소경제가 거역할 수 없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로 대두됨에 따라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미래 생존의 문제가 되었으며, 얼마나 기민하게 친환경 신산업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앞으로의 수출경쟁력 및 신성장동력 확보 여부와 직결될 것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분명하나 정부의 탄소중립 비전은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 탄소중립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정부는 철강업계가 지속가능한 경제 목표를 향해 자발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혁신기술 R&D를 지원하고 업계의 참여유인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 체계 설계, 투자환경을 정비하는 등 법•제도적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Q> 향후 산업부가 철강산업의 성장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 나가고자 하는지 또는 철강업계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기초가 튼튼할 때만 더 높은 건물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튼튼한 철강산업은 대한민국 모든 산업 발전의 기초이다. 또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것이 산업부의 존재 이유다.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기 위해 산업부는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열린 자세로 철강업계 관계자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임을 약속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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