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강관은 차별화가 어렵고 부가가치를 높이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더욱이 국내처럼 상공정이 없이 강관만 생산하는 경우는 더욱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한다. 소재(열연이나 후판)가 원가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역시 고정관념이라고 본다. 업체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세아제강이다.

세아는 한국을 대표하는 강관업체이자 전 세계 10대 강관사 중에서 고로가 없는 유일한 강관사이기도 하다. 61년의 역사와 규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은 수익성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강관사들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에서도 세아는 발군의 실적으로 거뒀다.

세아제강의 호성적 뒤에는 ▲소재업체와의 끈끈한 협업관계 ▲공장별로 특화된 제품 포트폴리오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R&D센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세아제강 R&D 센터
▲ 세아제강 R&D 센터

세아는 1977년부터 기술연구소를 운영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세아제강 R&D센터’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포항공장 내에 자리 잡은 세아제강 R&D센터는 연면적 2,070㎡(626평) 지상 2층 규모다. 1층에는 화학, 물리, 정밀 시험실과 6개의 인스펙터룸으로 이뤄져 있고, 2층에는 사무실과 회의실이, 옥상에는 휴식공간과 30kw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7월 열린 준공식에서 이휘령 부회장은 “강관제조기술의 산실이자 우리의 자부심이기도 한 기술연구소가 R&D센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더 큰 도약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대딛는다”면서 “R&D센터 준공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기운을 돋아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일 대표도 “R&D센터 건립은 도약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며, 이를 기점으로 연구개발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기술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포항공장에 있는 R&D센터를 직접 방문, 백남준 센터장과 R&D센터의 역할과 비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센터의 정체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무한탐구(無限探究)’라는 글자가 새겨진 표지석이 눈길을 끌었다.

Q> 세아제강은 국내 강관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 7월 R&D센터를 개설했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세아제강 R&D 센터 백남준 센터장
▲ 세아제강 R&D 센터 백남준 센터장

A> 한마디로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 향상을 통한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강관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소가 필요했고, 세아제강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합니다.

세아제강의 연구 역사는 깁니다. 1977년 연구개발부로 발족을 해서, 1987년 강관업계 최초로 기술연구소 설립인가(과학기술처 411호)를 받았고, 1996년에는 세아제강 기술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지난해 ‘R&D센터’로 확대 개편한 것입니다. 제품 사용 환경이 가혹해지면서 고객의 품질 요구수준은 더 높아지고 있고, 이러한 니즈(Needs)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기술수준을 더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고객 니즈를 한 발 더 앞서나가는 선구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R&D센터로 조직을 확대 개편한 것입니다.

Q> 세아제강 R&D센터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A> 선행적 연구개발을 통한 세아제강의 미래 영속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연구기관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제품 설계와 요소 기술 등을 중심으로 고객가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조직도 기존 2개 팀에서 선행연구팀, 스마트기술팀, 품질경영팀으로 분리, 재편해서 전문성을 강화했으며, 기술 및 공정개발 조직을 한 공간에 결집시켜 신속한 의사소통과 업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층 발전된 기술력을 확보하고, 제조원가를 절감함으로써 높은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No.1 강관업계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세아제강의 미래 성장을 주도하고 중심거점 및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Q> R&D센터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A> 국내외 모든 공장에 대해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신제품, 신기술, 신사업 발굴 ▲국내 및 해외 사업의 생산성 품질 향상을 위해 공정설비, 용접기술, 스마트팩토리 핵심기술 등을 연구하며 전문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관 업계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AI, 자동화, 로봇 시스템(Robot system), 빅데이터 시스템(Big data system) 구축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고품질&고부가가치 제품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생산하는 기술 솔루션을 연구하고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수요, 신사업에 대한 신제품 개발 활동 및 지원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과 연구기반 시설 확충으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최고의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R&D센터는 ‘무한탐구(無限探究)’의 노력과 열정으로 세아제강의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지속 가능한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센터장님께서는 어떤 연유로 연구소를 맡게 되셨습니까? 또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연구소 업무를 해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A> 저는 입사 후 주로 품질 부문에서 일을 했습니다. A/S 등 고객을 대하는 업무가 많았지요. 이러한 업무경력이 최고경영자 시각에서는 ‘고객 니즈나 트렌드, 고객 관점의 사고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사고와 창의성을 발휘하라는 주문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공법, 신기술, 신제품 개발 등 새로운 발견 및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 연구 개발자들의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전에 따른 추진 전략을 세우고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해 가면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2019년에는 세아제강의 생산 제품의 6가지를 ‘세계일류상품’으로 등재하였습니다. 국내 강관 제조사 중 세계일류상품에 6개 강관 제품이 등재된 곳은 세아제강이 유일합니다(국내 강관 제조사 중 최다 보유). 세아제강의 품질 및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해외 현지 공장 증설과 관련해서도 미국 SSUSA 설비 투자 및 베트남 SSV 제2공장 준공 업무를 진행하여 성공적으로 완수하였습니다. 또 신제품 개발을 위해 정부과제에 적극 참여한 결과, 2건의 사업 승인을 받고 연구 과제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또한 단순 연구에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된 기술을 활용하여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20년 성과활용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연구자율성 촉진을 통한 혁신적인 연구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R&D 샌드박스’도 선정되었습니다.

Q>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국내 강관사들은 대미수출 차질과 소재가 급등, 국내 수요 감소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강관사들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줄어든데 반해 세아는 좋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그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2020년 이휘령 부회장께서 APEX 활동(All-round Pipe EXpert, SeAH Steel : 경쟁력 No.1에 도전하는 다재다능한 파이프 전문가, 세아제강) 선포 및 ‘강관시장 경쟁력 No.1’을 향한 도전을 선언하였습니다. 단기적 실적에 희비하기 보다는 긴 호흡으로, 경쟁력의 기본을 더욱 충실히 다지며 장기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전략과 사고 및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환경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강관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설비 합리화와 투자를 단행하며, 신성장 동력을 확보 (해상풍력 & LNG 시장)하기 위하여 사업다각화, 즉 포트폴리오를 구현하였습니다. 또한 위기와 변화의 요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필코 돌파하겠다는 도전정신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진 기업문화(세아DNA)와 더불어 전 직원이 한마음이 되어 최선을 다한 결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록한 배경이라 생각합니다.

Q> R&D센터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까?

A> 2020년 KSA(한국표준협회)로부터 포항공장의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개선 방향 설정 및 추진을 위한 스마트팩토리 Master Plan을 수립하였습니다.

세아만의 고유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Smart Factory Platform) 개발을 통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추적 리더 역할을 선도하고, 설비의 자동화, 지능화, 예지정비 및 생산최적화와 운영 효율성 확보로 고부가가치 제품 창출을 목표로 ① Big Data System 구축 (제품/제조, 설비에 대한 Big data 구축), ② 신기술 접목을 통한 공정 통합화/작업간소화 (Machine vision, Robot 자동화, RPA 기술 적용) ③ 스마트 매니지먼트 시스템 (물류 : 원재료 재고 관리, 재공품&적재품 Tracking system / Utility :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을 적용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구축을 통하여 단순 근로자에서 지식 근로자로의 변환, 1인 다공정화 및 생산라인 합리화/설비효율 향상으로 경쟁력 및 생산성 극대화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대부분 강관사들이 새로운 시장개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른 소재와의 싸움을 해야 하고, 소재메이커와 협업이 절실합니다. 세아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A> 국내외 연구기관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제품설계와 요소기술 등을 중심으로, 고객가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철강사 및 해외 주요 Mill과의 정기적인 기술교류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등의 특수한 상황에 의한 제약이 있어 기술회의가 축소되고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지만 매년 15~20회 정도의 소재메이커와의 기술교류회 진행을 통한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학연(産學硏) 공동연구 진행을 통한 연구개발 및 기술 교류를 통하여 고질적 난제 해결을 위해 연구소 및 대학들과 공동연구 추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스코기술연구원 에너지 수송용 강관 소재 및 조관기술 개발 연구 협정,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POMIA) 기술협력 협약 체결 등 여러 유관기관과의 연구 기술협력 협약을 통하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세아제강R&D센터의 단기, 장기 비전은 무엇입니까?

A> 금년 목표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어떻게 가공비 20%를 절감할 것인가가 과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2019년부터 중기 Master Plan을 운영 중에 있으며 매년 Master Plan을 개정, 보완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선행적 연구개발을 통한 세아제강의 미래 영속성 확보’라는 비전 아래 ▲World Top-tier 기술 경쟁력 확보 ▲차세대 고부가가치 창출 ▲기술 경영 시스템 구축 ▲One-SeAH platform 구축 ▲전문가와 핵심 인재 양성 등의 5가지 미션을 수립, 이를 수행하기 위해 모든 연구원이 한마음으로 연구 개발에 임하고 있습니다.

연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회사의 미래 먹거리 창출과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등 R&D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여 세아제강을 진정한 경쟁력 No.1 기업으로 이끌어 100년 기업으로서의 초석 마련하고자 합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힘들고 어려운 개발, 개선 등의 업무 속에서 우리 직원들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기쁘고 즐겁게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