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소설인지 진짜 팩트인지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그럴싸한 AD에 관한 소문이 버전을 바꿔가며 스테인리스 시장을 휩쓸고 지나는 중이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소문들을 하나둘 종합해 보면,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무역위와 정부의 결론은 답정너처럼 이미 내려졌고, 절차상의 과정이나 법령 조항 자체의 숫자도 뒤바뀌어 있다. 심지어 AD에서 제외될 해외 밀들의 이름도 돌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및 대만산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제품 예비조사 판정일이 다가온 가운데 시중에서는 관련 루머가 무한 생성 중이다. 덕분에 소문이 한바퀴 돌 때마다 기자의 전화기와 카톡창도 불이 나고 사실 확인을 위해 앵무새가 되어 여기저기 수도 없이 반복해 크로스 체크를 해야하는 시간도 배로 늘어났다.

소문의 근원지를 찾아가다보면 결국 각자의 입장과 희망사항이 투영된 AD 조사 결과에 대한 루머가 대다수였다. 또한 그만큼 찬반의 격론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관련 일정이 있을 때마다 전후로 시장이 시끌해졌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9월 25일 이후 신청인측발 소문으로 3개월만에("연말이면 다 끝난다") 예비판정이 나고 잠정관세가 부과되어 이전에 수입됐던 물량도 모두 소급될 것이라는 말이 12월 초까지 시장을 뒤흔들었다. 돌이켜보면 결과는 사실이 아니었다. 결국 예비조사는 2개월 연장에 들어갔다.

2차 이해관계인 회의가 끝난 직후에도 이미 게임은 끝났으며 예비판정 이전에 수입된 물량 모두 소급적용 된다는 소문이 버전을 바꾸며 퍼졌다. 동시에 AD에서 제외됐다는 중국과 대만의 몇몇 밀들의 이름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조사를 통한 덤핑과 산업피해 판정은 무역위원회의 영역이고, 관세 부과와 소급 결정은 기획재정부의 영역인 것만은 분명하다.

해당 국가와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조율은 본조사에서 진행되는 절차인데, 사전에 제외된 리스트가 존재한다면 AD 조사는 굳이 왜 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일부 소문처럼 인니 청산을 응징하기 위해서? 제2의 GTS 설립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서?

기자의 의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소문처럼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면 무역위와 기재부는 형식적인 절차와 과정만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인데 요즘같은 시대에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건가?

현재까지 팩트는 포스코가 지난 7월에 신청한 3개국 스테인리스 평판압연제품 AD 조사가 받아들여져 9월 25일부로 예비조사에 들어간 것, 2개월 예비조사 연장이 들어갔고, 그 사이 두 차례의 이해관계자 회의가 진행된 것, 오는 2월 18일 예비조사 결과가 무역위원회 회의를 통해 공개된다는 것, 예비판정이 나왔다는 것을 전제로 무역위워회가 기획재정부로 예비판정 의결사항을 건의한다는 것, 예비조사 이후 본조사로 들어간다는 것 정도다.

업체마다 시나리오 예측에 따른 민첩한 사전 준비와 움직임이 생존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결과에 따라서 운명이 뒤바뀌거나 새로운 태세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찬반 대립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고, AD 조사 과정에서의 파열음은 예상보다 강렬한 상태다. 양측의 주장대로라면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고 있거나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덤핑조사와 산업피해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인 보호 무역주의 스탠스는 잠깐 논외로 두더라도, 국내에 최근 몇 년간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난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유를 막론하고 메이커고 유통이고 실수요고 너나 할거 없이 수입물량을 취급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졌던 영향이다.

시장의 자정능력을 믿고 맡기기에 시장은 지나치게 과열되었고 구조적인 모순은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이렇다더라´라는 루머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한 시장의 성찰이 우선 되어야 한다.

무분별하게 들어왔던 수입에 대한 규제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하는지, 포스코를 비롯한 메이커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건전한 시장의 밸류체인 형성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 스테인리스 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누군가에 대한 응징이나 처벌이 목적이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하는 수많은 업체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존을 위한 상생이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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