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제강사들이 철근에 이어 철 스크랩도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제강사들은 담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철근은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철 스크랩 담합 건도 재심을 청구하고 판결이 바뀌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철근 담합과 관련한 행정 소송은 2월 초에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날 예정이다. 제강사가 승소한다면 다행이지만 패배할 경우 제품 판매도 담합, 주원료 구매도 담합을 해 왔다는 세간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제강사들도 공정위와의 악연을 끊기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일부에서는 교육을 강화하는 등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에서는 공정위의 담합 의심을 피하고자 외부 통로를 차단할 움직임도 보여 자칫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기로 제강사들이 처한 환경은 혹독하다. 철근은 수요가 줄고 있다. 제강사들이 지난해 만든 흑자도 뼈를 깎는 감산과 수급 조절이 기반하고 있다. 북한 특수와 같은 예상하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공장을 마음껏 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중국산 봉형강 제품도 언제든 한국 시장을 교란할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H형강 시장도 경쟁 소재와 대체 공법의 개발로 시장이 잠식되고 있다. 주원료인 철 스크랩은 품질과 가격, 물동량의 부침이 커 제강사의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강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철 스크랩의 가공산업화와 제품의 고도화, 수요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탄소제로 시대를 대비한 기술 및 설비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어느 하나 개별 기업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다. 전기로 제강업이 한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공동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공정위 판결이 쓴 약이 되어야

담합은 경쟁 제한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편취한다는 점에서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업계 공동으로 해야 할 과제마저 기피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일부 제강사는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피하고자 무조건 모든 외부로 열린 문을 걸어 잠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제강사의 협회 탈퇴나 데이터 조사를 거부 등의 움직임이 몇몇 제강사에서 나오고 있다.

전기로 제강 업계가 처한 다양한 위기에 공동 대응의 필요한 상황에서 ‘무조건’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스스로 철근 산업의 사양화 시계를 빨리 돌리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공정위도 무리하게 조사를 하고, 기업들을 협박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이번 철 스크랩 심사보고서에서 공정위는 3조 원대의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 가능성 부과 가능성을 적시했지만 실질 과징금은 1/10로 줄었다. 또한 담합 과징금 부과 대상도 남부지역 제강공장들로 국한됐다. 공정위의 일련의 조사 과정이 조사 대상자와 기업을 협박해 리니언시를 유도하는 효과를 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는지는 몰라도 무리한 조사와 은근한 협박은 국가 기관이 저지른 또 다른 폭력이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을 적발하고 시장 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기업을 협박하고, 무리한 조사로 기업 활동을 저해할 권한까지 가진 것은 아니다.

전기로 제강사들도 산업의 특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담합의 소지가 있는 시스템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업계 전반의 일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미성숙한´ 대응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철 스크랩 담합 판결이 전기로 제강업계에 쓴 약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