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 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철강재 가격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내 철강재 가격은 다소 조정을 거치는 모습이지만 국내 철강재 가격 상승은 이제 본격화된 모습이다.

후판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유통시장 호가는 뒤돌아서면 오르는 탓에 숨쉴 틈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열연 등 다른 철강재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던 반면 후판은 지난해 11월까지도 큰 가격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걱정은 전체 후판 수요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향 후판 가격 협상이다. 제대로 제조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비조선향 제품 판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확보는 물건너갈 수 밖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후판 제조업체들은 조선업체들에게 가격 인상을 통보해 놓은 상태지만 조선업체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수주단가 부담과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상이 어렵다는 인상을 내비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상하반기 이어질 협상도 협상기한을 넘기거나 매월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채 후판만 납품되는 상황이 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체들로서는 최대한 협상을 늦춰 철강재 가격이 급등한 만큼 하락하는 순간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하고 싶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 상황이다. 조선업체들이 이처럼 여유로운 것은 무엇보다 가격이 결정되지 않아도 후판 제품은 무조건 납품되는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물론 조선소 가동이 멈추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만큼 가격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고 후판 납품은 납품대로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매월 가격도 정하지 못한 후판을 납품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조선업체들은 느긋하게 가격 협상에 임할 수 있는 것은 어찌보면 상생을 위해 제 가격도 받지 못한 채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국내 후판 제조업체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후판 제조업체들은 인상을 요구하지만 원자재 확보 어려움이 없는 조선업체들은 느긋하게 협상을 지연하는 이처럼 기울어진 야드에서 언제까지 해야 할 것인지 이것이 진정 국내 조선산업과 철강산업이 함께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길인지 의심이 점점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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