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 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노래 구절은 참 야속하다. 점 하나가 뭐라고 없으면 죽고 못 살았던 사람과 사람의 사이의 관계를 그토록 갑작스럽게 띄워놓는단 말인가. 그간 쌓아왔던 애정과 신뢰를 싸그리 무시하는 가사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이 구절을 보고 있노라면 최근 한 제강사와 유통대리점들 간의 관계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갑작스러운 정책변화로 확대된 마찰음과 코로나19로 인해 의도치 않게 발생한 소통의 부재가 가져온 결과는 그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생각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중순부터다. 제품 가격정책의 변화를 꾀한 해당 제강사는 자사 유통대리점들의 역할 확대를 기대함과 동시에 대리점들이 판매 원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길 바랐다.

그리고 가격경쟁을 뛰어넘는 자사 대리점만의 강점을 만들어주기 위해 기술영업 활동의 현업 밀착도를 한층 확대하는 등 분주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좋은 의도로 찍었던 점 하나가 대리점 입장에서는 너무 빠른 경착륙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십 수년간 이어져온 관성을 외면한 채 정책의 방향이 갑작스럽게 급선회하자 대리점들은 판매마진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고 서로를 향한 불편한 시선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번지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어려워진 상태다. 이대로라면 옆에서 얼핏 바라보기에도 상황이 썩 좋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대리점들은 가격정책 변화가 가져온 손실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모든 것에 앞서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야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본 기자가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리다고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다. 그리고 양측의 상황을 모두 이해한다고도 말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려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대로 정체되어 있다면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을 둘러싼 악재들이 모두 걷히고 양측의 노력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서로 간의 신뢰가 다시금 철옹성 같이 쌓아올려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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