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
중후장대한 철강산업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일까? 사람의 등뼈와 같은 기능을 하는 철강산업의 주축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의 수급균형식에서 철강재 총공급은 생산 아니면 수입이다. 총수요는 내수 아니면 수출이다. 수급균형식을 종으로 보면 생산과 내수가 주축에 해당하고 수출과 수입은 보조축에 해당한다.

철강산업에서 수출은 국제경쟁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생산된 철강재 중에서 남는 부문을 처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철강재 수입은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것을 수입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국내 수급불균형을 메우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철강산업에서 생산과 내수가 주축에 해당하고 수출과 수입은 보조축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 수 있듯이 철강산업은 자국중심, 내수중심의 산업이다. 그래서 한 나라 철강산업의 건강함은 생산과 내수를 연결하는 주축의 건강함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수출입이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보조축이 강회되고 국내 생산과 내수의 일관체계가 무너지면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철강산업이 후퇴 국면으로 들어서는 사양화 단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생산과 내수가 직결되는 산업내 일관체계를 강화하여야 한다. 국내 철강시장의 거래효율성을 높여 국내에서 생산되는 열연 등 상공정 철강재가 가능한 국내 하공정에서 사용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열연이 가능한 국내 냉연단압이나 강관사에서 사용되도록 하여 상하공정간 연결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관공정체계는 철강사내 일관공정이 아니라 철강산업내 일관공정체계를 의미한다. 철강산업내 일관공정을 강화한다는 것은 산업내 수직계열화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이러한 노력이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하공정 냉연 업체가 국내 상공정 열연을 구매하지 않고 굳이 많은 물류비를 들이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수입 열연을 선택하는 것은 일관공정의 단절과 산업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사람으로 말하면 이러한 현상은 성인병과 같은 것이다. 국내 단압밀들은 열연을 수입하고 국내 고로사는 유사한 열연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철강시장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사한 철강재를 한쪽에서는 수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입함으로써 철강재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지면 산업경쟁력은 약화된다.

국내 상공정 열연에 대한 하공정의 충성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상하 공정간 불균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상공정 열연의 독과점적 시장지배력과 이로 인한 공급자 중심의 영업전략, 가격구조의 왜곡 때문이다.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철강 선도기업은 고객보다 생산자 중심으로 경영을 하게 된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철강재를 생산하기보다 생산하기 편한 것을 만들어 공급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만족보다 생산성 중심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다.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철강사는 국내시장과 국제시장을 이원화하고 국내가격을 더 경직적으로 만들어 간다.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철강사는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가격을 경직적으로 끌고 간다. 그만큼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연동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국내 하공정의 불만이 커지고 철강사에 대한 충성도도 낮아진다. 그만큼 수입이 늘어나고 수출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철강재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국내 철강시장의 비효율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다. 늘어나는 수입을 줄이기 위해 수입상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의 유연성을 높여 철강재 국내거래를 촉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도기업의 힘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선도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공정위를 중심으로 견제하고 시장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여야 한다. 중국 수출업자에게 한국향 수출을 자제해줄 것을 부탁하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존적인 산업정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사양화 국면으로 들어서고 중국 등 주변국에 대형 고로사가 생기면서 이제 선도기업이 힘이나 시장지배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든다. 따라서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어느 정도 견제하면서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연동성을 높여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영업전략을 포기하고 고객 지향적인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제 상공정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그 일부를 하공정으로 주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 이상 상공정에서 투자나 규모 시장지배력 중심의 성장전략이 어렵다. 상공정보다 하공정이나 수요산업과 가까운 곳에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수요산업과의 산업간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거대한 고로사와 거대한 자동차산업 사이에서 철강재 가공산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하공정이나 가공산업 중심으로 성장하여야 한다. 하공정과 가공산업에서 신기술과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반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상공정 철강재가 어느 정도 공급과잉으로 풍부하여야 한다. 풍부한 상공정을 기반으로 하공정에서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것이다. 철강과 수요산업의 연결부위에서 산업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2021년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위한 두가지로 과제를 정리하였다. 첫째는 철강재 수출입 의존도를 낮추고 철강산업의 주축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철강재를 국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국제가격과 연동성을 높이고 고객지향적 영업전략을 강화하면 된다.

둘째는 상공정보다 철강수요산업과 연결고리에 있는 하공정이나 가공산업 중심으로 철강산업 경쟁력을 강하하는 것이다. 하공정은 규모나 시장지배력 보다 기술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체제가 일반적이다. 하공정은 규모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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