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강준영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 한국외대 강준영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동시에 중국은 내년부터 14-5규획이 시작된다. 강도와 속도가 관건일 뿐 정권이 바뀌었다고 미-중 관계가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다수의 전문가 의견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에게 길을 묻는 자리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강준영교수를 모셨다.[편집자 주]

대선 후 3주간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과 소송전으로 혼란에 빠졌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대선 승자를 확인하고 정권 인수위원회와 현 정부의 원활한 인수인계를 돕는 미 연방총무청(GSA)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공식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여전히 싸울 것임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연방총무청과 자신의 참모들에게 정권 이양에 협력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힘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시대가 공식화 된 것이다.
바이든 시대는 과연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최고조의 갈등을 겪고 있는 미중 관계의 향배 그리고 양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은 과연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바이든과 트럼프, 무엇이 다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난 4년간 미국을 이끌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새 대통령이 되는 조 바이든 당선인은 성장 환경이나 정치적 배경 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가이며 TV 리얼리티 쇼의 진행자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우며 정치에 입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4년 내내 미국의 이익을 외치며 동맹국을 포함한 우방국과 경쟁국을 막론하고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압박과 긴장 정책을 추진해 왔다.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으로써 현안이 있는 모든 국가들과 일대일로 상대하고, 국제기구 무용론을 설파하면서 파리 기후협약이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탈퇴하기도 했다. 미국의 전통 정치 시스템보다는 1인 정치를 추진하면서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이나 이란 핵 협정 파기 등 기존의 협정도 무력화 시켰다.

특히 대중 관계에 있어서는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와 제조업을 강탈했다면서 관세 전쟁을 촉발했다. 결국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해체나 중국 주도의 기술 패권에 대해 강력한 압박 정책을 실시하면서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는 독재 정권’이며 주변국을 괴롭히는 ‘약탈 경제’국가로 규정하였다. 궁극적으로 중국을 미국에 대한 도전자의 반열에서 탈락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나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강력한 반 이민정책을 실시하였고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세율 인하 및 투자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시도하여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대응과 방역 실패, 유색 인종에 대한 경시가 드러나는 백인 우월주의 색채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50년에 걸친 상원의원 경력을 가진 전형적인 의회 정치가이며 과거 오바마 행정부 8년의 부통령직 수행에서도 나타나듯 외교 행정전문가다. 당장 정책의 우선순위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미국의 ‘정치적 부족주의(tribalism)’를 치유하면서 민심을 통합하고 중산층 복원과 민주주의 가치 회복에 둘 수밖에 없겠지만 그 역시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의 대통령임을 잊지 않았다.
11월 10일 승리를 선언한 바이든 당선인의 첫 마디는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였고 미국이 리드(America Must Lead Again)하는 다자주의 노선으로의 회귀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화시킨 동맹 관계의 회복을 공언한 것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국제기구 재 가입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트럼프식 이민정책의 재조정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제적으로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정강에 의거해 노동조합의 권리를 확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기업세 감면 철회와 함께 민주당의 전통 아젠다인 인권 문제나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대처할 것임을 공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나타났듯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7,300만 미국 유권자의 의사를 여하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는 집권 내내 부담스러운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미국 우선주의’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말과 바이든 당선인이 말하는 ‘미국이 돌아왔다’, ‘미국이 세계를 리드해야만 한다’는 말은 엄밀한 의미에서 동의어다. 추구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복원을 강조하는 동의어일 수밖에 없다.

■ 대중 압박, 바이든에게 남겨진 트럼프의 유산
정책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바이든 당선자지만 대중국 정책에서만큼은 공통점이 많다. 선거기간 동안 바이든 후보의 캠페인은 대부분 국내 정치이슈였고 외교정책과 대중정책 미션은 상대적으로 분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기술절취와 해킹, 지식 재산권 도용과 불법적인 기술 이전 등으로 생산한 제품을 불법 보조금과 환율 조작을 통한 불공정 무역을 자행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재화를 군사력에 투사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미국에 도전장을 던졌다면서 중국을 악마화했고, 이는 미국 조야의 광범위한 긍정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 당선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이 비판은 너무 일방적이고 거친 방법으로 시행되었다는 것이었지 중국에 대한 견제나 압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었다. 관세 전쟁의 확대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관세를 철회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대통령처럼 미국 내 제조업을 더 튼튼히 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미국 내 일자리를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 높은 법인세를 물리겠다는 공언도 하였다. 대중 압박을 완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에 의해 소외됐던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바이든 당선자의 의도는 지난 3월 포린 어페이어지에 기고한 문장에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과 동맹국이 환경·노동·무역·기술 및 투명성 관련 규칙을 제정할 것임을 밝히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올 8월에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통과된 정강은 기술·산업 측면에선 중국의 미래 기술 및 산업 발전 주도를 저지할 것임도 분명하게 밝히면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것임을 천명했다.

또 ‘동맹’과 함께 중국에 맞서 가장 강력한 입장에서 무역 조건을 협상할 것임을 적시했다. 가령 ‘중국의 군사적 도전에 대응’해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한다거나, 대만관계법 지원, 그리고 중국의 인권탄압 대응 등에도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임을 강조했다.

물론 비핵화나 보건·환경 분야 등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교차하는’ 영역에서는 포용과 압박 전략을 구사할 것임을 밝혔지만, 외교의 상대성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 대중 압박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지난 4년간의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 정책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리 있는 견제였음을 공감하는 미국 조야의 대중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중국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미국을 추격하고 있고 이는 미국인의 삶과 국제지위를 중국이 강력히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국 대중 정책에선 초당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맹 연대방식도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에 초강대국의 힘을 이용, 동맹국을 압박하는 형태로 반중 연대를 추진했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다자주의·동맹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말기에는 군사적으로는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연결하는 쿼드(Quad)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경제적으로는 EPN(경제번영 네트워크)을 통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노력했지만 기본적으로 바이든 당선자는 ‘독단적’으로 대중 압박을 추구한 트럼프 방식에서 벗어나 ´동맹과 함께´ 중국에 대응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미국이 혼자 책임지는 대중 전략보다는 ‘중국 대 국제사회’ 구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의 대응은?
중국 입장에서 본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년간 싸워본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예측이 어려운 인물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과정에서 겉으로는 거칠어도 트럼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다면 협상 여지가 있다는 걸 파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은 태도는 부드럽지만 원칙론을 견지하면서 우회적 협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관계를 복원하고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제도적으로 압박할 경우 대응 수위를 놓고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여기에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중국에게는 부담이다.

중국의 첨단기술 주도를 용인하지 않겠다며 ‘산업 재건’(Build Back Better)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중국의 첨단산업 추격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한 것이다. 중국 의존적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함으로서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전기차·5G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에 4년간 3,000억 달러를 투입하고, 정부 조달로 미국산 제품을 4,0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는 계획에서 보듯 ‘바이든식 경제 민족주의’ 역시 트럼프에 뒤지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중국 역시 미·중 갈등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중국은 일단 10월 말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를 열고 미국의 압박과 견제에 대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특히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을 입안하면서 국내 수요 확대와 국제 무역 활성화를 병행하는 쌍순환(雙循環·dual circulation) 발전과 ‘과학기술 강국 건설’ 목표를 제시했다. 불확실한 국제 경기나 미국의 중국 중심 공급망 와해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내수시장을 구축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 과학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절취한 기술과 강제 기술 이전을 통해 획득한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는 미국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미·중 경쟁이 더 복잡하고 치열하게 펼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과 견제에 맞서 중국 스스로 미래 핵심 기술을 개발·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제조 2025’의 첨단 기술에 대한 국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역량을 강화해 종국적으로 과학기술로 무장된 과학기술 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Digital Leninism)국가 건설을 천명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정치적 조치를 한 가지 추가했다. 중앙위원회 공작 조례를 제정해 시진핑 개인의 권력 강화에 힘을 실어줬다.
당 최고정치 실체인 중앙정치국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소집권과 의제 설정권을 앞으로는 총서기에게만 국한함으로써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권한을 강화해 작금의 위기를 돌파할 원동력이자 구심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또 중국은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대중 견제에 방점을 두고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11월 15일 타결시켰다.
중국이 RCEP을 통해 시장을 넓혀 대중 의존도를 높이면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RCEP에는 미국의 중요한 아태 지역 동맹인 한국, 일본, 호주 등이 포함돼있어 중국의 ‘외교적 승리’로도 평가 받는다. 미국이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TPP에 재 가입해 새로운 다자 연대를 구축할지도 관심거리다.
결국 미·중 간의 갈등은 향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 구도를 둘러싼 힘겨루기와 첨단 기술을 둘러싼 경쟁에서는 ‘탈 동조화’(decoupling)가 불가피할 것이다.

■ 한국, 무엇을 해야 하나?
미·중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동맹 중시와 미 하원의 ‘한미 동맹 강화 결의안’에서 나타났듯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은 다시 린치 핀(linchpin)이 되고 있다.
중국에게 있어 한국은 바이든 당선자의 대중 압박 기조와 동맹 강조라는 미국의 포위 전략을 돌파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우군의 하나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우리만의 독자적 행보나 어설픈 선택은 오히려 우리의 입지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의 핵심적 국가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야별로 정확히 설정하고 사안별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미·중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설득의 대상이다.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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