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철강 원자재 가격 및 제품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철광석(호주산 62% 분관기준) 구매가격은 톤당 131달러로 연초대비 40.4%나 오르면서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국제 강점탄 수출가 역시 다시 100달러를 돌파했다. 스크랩도 강세다. 터키에서 스크랩 구매가격은 톤당 350달러를 넘어섰다.

원료가격 강세는 고스란히 제품가격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산 열연 오퍼가격은 톤당 580달러(fob 상해)로 도착도 기준으로는 600달러가 넘는다.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철강산업뿐만이 아니다. 국내외 주식시장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시와 한국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동시에 주저앉은 상황에서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자는 다음 몇 가지 이유로 본다.

첫 번째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효과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가 길고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 효과라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경제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가급적 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공화당의 정책이고, 이와는 달리 민주당은 경기 조절을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을 해야 한다는 쪽이다. 바이든은 대선 공약으로 코로나 퇴치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고, 재무장관으로 과거 중앙은행격인 연방이사회 의장을 지냈던 제닛 앨런을 지명했다. 시장에서는 바이든이 돈을 더 풀어서라도 경기를 부양할 것이고, 그 때문에 달러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는 일종의 보상심리라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손실을 기회가 된다면 만회하려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주식이나 철강 원료, 철강재 가격 상승은 경기 호전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기대심리와 보상심리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철강 원료 및 제품 가격 역시 수급요인보다 기대심리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뜻이고, 그만큼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이 있듯이 예상을 벗어났을 경우 생길 후폭풍이다. 따라서 부화뇌동(附和雷同)보다 좀 더 냉정하고 멀리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코로나가 종식되면 ‘V자 형태의 회복’과 철강재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잉문제도 대비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정작 코로나가 끝나고 성수기가 돼도 과잉문제 때문에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은 기존과는 다른 제2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굳이 제2 구조조정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기존(11-5규획~13-5 규획)의 방식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양(量) 중심에서 질(質) 중심으로 질적 변화와 함께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공급 측 개혁을 통해 1억5,000만톤의 설비능력을 줄였다고 하지만 치환과 전기로 신설, 확대 이전 등을 감안할 때 실제 감산 폭은 그렇게 크지 않으며,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생산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바오산은 정부 주도 M&A를 통해 몸집을 2억톤까지 불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외 M&A를 통해(철강 및 수요산업) 단기간에 기술을 따라잡는 전략을 펴고 있다.

당장은 스스로 저급재 생산설비를 없앰으로써 빌릿과 슬래브, 열연 등을 중심으로 수입을 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머지않아 다시 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것도 품질이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우리보다 싼 가격에, 그것도 정부의 물량공세를 앞세워 수출에 나설 경우 우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동남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소위 미국의 영향력이 약한 곳에 자금과 인프라 투자를 내세워 수출을 하고 있다. 소위 ‘일대일로’를 앞세운 수출전략이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방식이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다는 점이고, 점차 힘의 논리를 앞세운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바이든 시대에도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양측의 노골적인 편 가르기로 우리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제2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는 2~3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가 어쩌면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연말 세미나에서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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