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트에도 품격이 있다.”

철강제품 중에서 가장 많은 가공과정을 거치고, 다양하게 사용되는 제품이 선재다. 열처리, 압연, 인발 등의 가공을 거쳐 가전, 자동차, 기계 부품, 산업용, 건설용 소재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만큼 가공과정도 길고, 관련업체도 많다. 흔히 ‘암나사’라고 불리는 너트 역시 선재를 소재로 사용한다. 사용처도 가정에서 쓰는 것부터 건설, 교량, 자동차, 조선, 기계 등 매우 폭이 넓다. 현재 국내에는 약 30여개 너트업체가 있는데 삼진정공과 풍강, 프론텍 등 이른바 빅3가 전체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가 찾은 삼진정공(주)(대표 어준)은 한마디로 국내 너트업계의 간판이다. 1973년 설립된 삼진정공은 충남 천안에 본사 및 R&D센터, 공장을 두고 있으며, 울산과 전주에도 공장이 있다. (전주공장은 2011년 ㈜삼진정공을 법인분할 했다) 자본금은 23억원, 지난해 총 매출액은 1,700억원이다.

삼진정공은 현재 현대기아차의 1차 벤더로,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생산 제품은 자동차용(샤시 및 차체, 구동 및 제동, 조향 및 변속기, 엔진), 건설용 등 제품 종류만 5,000여종에 달한다. 전체 생산량의 90%는 자동차용(수출 포함)이다.

삼진정공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자동차용 너트제조업체다. 880대에 달하는 설비와 47년의 경험, 풍부한 인재는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2015년 7,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자동차용 너트는 종류도 많고, 공정이 다양하다. 또 원청사의 품질 요구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이 때문에 자동차용 너트 제조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우상각 상무는 “투자비는 많이 드는데 반해 제품은 너트 한 개당 가격으로 결정이 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고, 기술과 품질을 요구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너트업계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품질결함 제로를 향하여...”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삼진정공은 어떻게 강소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첫 번째 비결은 품질중심 경영이다. 어준 사장은 품질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1979년 5월 미국에서 이륙 중이던 항공기가 추락, 승무원과 탑승객 271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시 언론들이 사고 원인을 엔진부위의 나사부품 체결 불량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자동차나 건설현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너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삼진정공의 품질에 대한 애착은 선대인 초대 어윤홍 회장 때부터 2대 어진선 회장, 3대 어준 대표이사까지 이어져 오는 전통이다. “품질이 곧 고객만족”이라는 것이 오너의 지론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2010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각종 시험 장비를 통한 철저한 시험과 전자 검사장치를 통해 불량품을 사전에 추출 제거함으로써 수요가에게 신뢰를 쌓고 있다.

“과거에는 백만개 중 불량품이 몇 개인가를 헤아리는 PPM 개념을 가지고 품질의 척도를 가늠했다면 향후에는 1억 개를 측정 단위로 하는 PPB 개념이 척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품질관리 궁극적인 목표는 결함 제로(Zero Defect)입니다.” 어준 사장의 자신감 넘치는 설명이다.


“相生의 표본이 된 삼진정공 협동화단지”

두 번째는 협업시스템이다. 현재 천안 성남면에 5만평 부지를 조성, ‘삼진정공 협동화단지’를 운영 중인데, 이곳에는 16개 협력사(표면처리, 열처리, 금형, 임가공)가 입주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1990년대 초반 인천공장 시절부터 거래하던 모든 협력사들이 2008년 천안공장으로 이전시 아무 불평없이 함께 이전을 추진하였고, 이에 삼진정공은 천안시와 협의하여 삼진정공 이전부지에서 5분 거리에 이들 이전기업을 위한 삼진정공 협동화단지를 별도로 조성하였다.

평소 신뢰관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 협력사를 중심으로 ‘삼진 협력회’를 운영 중인데, 1990년대부터 모든 거래대금을 현금지급하였고 해외 우수업체들에 대한 벤치마킹을 주선하는 등 동반성장 및 상생협력을 통해 상호 매출 및 이익확대를 추구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협력사 중 4개사가 품질 최고 등급인 SQ인증(현대기아자동차 2차사 품질기준) S등급을 획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 중견기업을 꿈꾸다”

삼진정공도 자동차산업의 트렌드 변화에 맞춰 다양한 부품 개발 및 비 자동차부문 매출 확대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건설용 너트다. 아직은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지만 최근 국내에도 강구조 건축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건설용 너트는 경쟁이 치열하다. 무엇보다 중국산 저가제품과 싸워야 한다. 삼진은 소재메이커와의 협업과 제도적인 품질 이력 시스템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모든 소재는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는데, 현장에 맞게 소재개발부터 협력하고 있다.

또 소재부터 국내산 제품임을 입증하는 납품표와 검사성적서를 함께 공급하고 있다. 가령 문제가 발생 시 어느 납품표와 검사성적서에 나와 있는 공사현장을 찾아서 ‘로트번호’와 대조를 하면 소재부터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

수출도 늘릴 계획이다. 현재 수출은 에너지, 석유화학, 건설용을 중심으로 전체 매출의 5% 정도를 차지고 있는데, 향후 전체 매출의 1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완성차업체와 에너지, 설계업체를 대상으로 적극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전시회 및 코트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철수한 중국공장 대신 베트남 호치민에 공장을 설립 중이다. 삼진정공은 지금 국내 최고업체를 넘어 세계 최고수준의 중견기업으로 더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삼진정공 연혁]
1973년 3월 설립
1990년 3월 인천공장 준공
1994년 3월 울산공장 준공
1997년 9월 ISO 9002 인증획득
2005년 4월 미국판매법인 설립
2008년 4월 인천공장에서 천안공장으로 이전
2010년 8월 기업부설 기술연구소 설립
2011년 11월 전주공장 (주)삼진정공으로 법인분할
2013년 3월 금탑산업훈장 수훈(대통령상)
2015년 12월 7,000만불 수출의 탑 수장(대통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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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이 말하는 “삼진정공”

건축용 자동차용 볼트/너트 전문제조 및 유통
(주)태화화스너

Q> 태화화스너는 어떤 회사인가?

A> 2010년 설립됐으며, 건축용 자동차용 볼트와 너트를 전문적으로 제조, 유통하는 회사다. 주력 품목은 철근용 커플러, 앙카볼트, 건설용 너트와 PLAT이다. 이 중 철근용 커플러와 앙카볼트는 직접 제조를 하고 있으며, 건설용 너트는 삼진정공 제품을 받아서 판매하고 있다.

Q> 거래처로서 삼진정공을 평가한다면?

A> 기술과 품질 면에서는 국내 최고라고 생각한다. 또 고객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줄 아는 의리 있는 회사다.

Q> 건설용 너트 및 커플러가 왜 필요한가?

A> 최근 건설은 단가도 중요하지만 작업자의 안전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시공의 용이성, 공기단축 이를 통한 전반적인 공기단축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철근이나 H빔 가공이나 PC가공(선조립가공)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는 초보 단계지만 선진국 사례를 봤을 때 향후 이 부분이 더 확대될 것이다.

Q> 중국산 커플러나 너트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무엇이 문제인가?

A> 중국산 커플러나 건설용 너트의 강점은 가격이다. 국내산보다 40% 정도 싸다. 제품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품질보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택은 수요가(건축주나 시공사)의 몫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다. 건축물 붕괴사고는 볼트나 너트가 망가지거나 하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자동차도 볼트 하나 때문에 대형사고가 나지 않는가? 건축물 붕괴 피해는 더 크다.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가격이 싼 수입재를 쓰는 것은 이해하지만 내가 평생을 사용할 집이라는 생각으로 봐야 한다. 최근 대형 건축물 방화로 내화성능 패널 사용을 의무화 했듯이 건설용 자재에 대해서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Q> 그렇다면 대응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품질 이력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쉽게 말해서 지금 자동차나 가전사들과 거래를 할 경우 밀시트(Mill Certification)를 당연히 제출하는데, 커플러나 건설용 너트에 대해서도 밀시트를 첨부해서 판매를 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 발생 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삼진정공의 경우 현재 모든 거래 시 밀시트를 같이 첨부해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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