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 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국내 철강산업이 코로나 19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이면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포스코가 지난 2분기 설립 이래 최초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 뉴스는 국내 대부분의 철강 전문가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와 달리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다른 국내 대형 철강회사들은 이 어려운 환경하에서도 영업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와 여타 철강업체들의 실적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생산량의 50% 내외를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포스코의 판매구조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국내 철강산업은 평균적으로 생산량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외 환경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의존도 또한 거의 4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에서 철강제품의 수출의존도 40%, 수입의존도 40%를 동시에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이러한 교역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조그마한 대외환경의 변화에도 국내 철강업체들의 성과는 춤을 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 수출을 최대한 내수로 전환하여 해외로부터 오는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지난 해 총 30백만 톤의 철강재를 수출하고 17백만 톤을 수입하였다. 수출은 국내 총 생산량 41%, 수입도 내수의 31%를(중간재 수입 포함) 차지하였다. 금년 8월까지 수출량은 전년동기대비로 6.5% 감소한 19백만 톤을 기록하였다. 코로나 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수출물량 감소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수출가격은 2019년 8월까지 평균 톤당 907달러에서 금년에는 783달러로 14%나 하락하였다. 수출가격이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았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철강재 수출은 수익성이 내수판매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다. 어떤 경우에는 국내 판매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철강재 수입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수출가격이 14%나 하락하였다는 것은 국내 철강업체들 또한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거의 적자 수출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수출비중이 다른 기업들보다 높았던 포스코가 2분기 영업이익률 적자를 기록한 주된 요인이 바로 수출가격 하락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수출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일정부분 내수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의존도를 기록하고 있다. 충분히 수출을 내수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출의 내수 전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철강재를 사용하는 수요업체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수출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철강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현 위기를 수출지역의 다변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수출의 거의 70%를 아시아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환경변화가 국내 철강수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수출지역을 더 다변화하지 않으면 향후에도 금년과 같은 악몽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사실 금년들어 수출지역의 다변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19로 전통 수출지역으로의 수출이 막히자 궁여지책으로 철강사들이 대체 수출시장을 개척했던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수출 창구 또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철강회사들은 해외수출을 그룹사 혹은 내부의 수출 전담회사나 부서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이 수출을 통해서 빠른 속도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종합상사의 역할이 매우 컸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한국 종합상사들은 글로벌 차원에서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창구를 내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이를 다른 종합상사에도 더욱 개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내 철강사들의 보다 개방적인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셋째, 저가 수입에 대한 보다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국내 철강수입은 금년에 크게 감소하였다. 국내 수요산업의 수입수요 감소와 국내 철강업체들의 일부 내수전환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결과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부 국가는 자국의 내수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으로의 저가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금년 8월까지 총철강재 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24%의 큰 폭 감소를 기록하였던 반면에 대일 수입량은 6.8% 감소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입 평균 단가는 2019년 876 달러에서 2020년 875 달러로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단가는 톤당 854 달러에서 751달러로 무려 12%나 하락하였다. 이는 일본이 매우 낮은 가격 혹은 거의 덤핑 수준으로 한국에 수출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러한 행태는 한국 철강사들의 적극적인 내수전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보다 적극적인 수입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산 철강재를 소재로 사용하는 기업들에게는 일본의 저가 수출이 코로나 19로 극도로 어려운 시기에 수익성을 그나마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수입산의 과도한 이용은 사업활동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코로나 19로 국내 대부분 산업이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있다. 철강산업도 여기에서 비껴 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계곡을 벗어난다면 어떠한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기업과 산업만이 코로나 19 이후의 새로운 미래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철강업계만의 노력만으로는 이러한 미래를 포착할 수 없다.

수요산업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 또한 저가재 수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동시에 철강산업과 수요산업과의 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업계의 코로나 19 극복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