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유통업체 CEO의 큰 화두 중 하나는‘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이다. 많은 업체들이‘다각화’나‘전문화’중에서 고민을 한다. 그런데 사업영역을 찾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부분 영역이 이미 세팅이 되어 있다 보니 그 틈새를 뚫고 들어가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STS 후판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업체가 있다. 에스엠스틸(주)(대표 김기호)이 그 주인공이다. STS후판은 시장 규모도 작을뿐더러 30년 가까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DKC의 아성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지난 6월 준공식을 마친 에스엠스틸은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기호 대표는 비 철강인 출신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오랜 기간 대우자동차 구매부서에서 일했다. 철강에 대해 완전히문외한이라고 할 수는 없다. 김 대표 스스로도“결국에는 돌아서 철강에 발을 딛게 됐다”고 말한다. 필자가 김기호 대표를 만난 날은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태풍‘바비’가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시점이었다. 김기호 대표를 만나 현재의 주안점과향후 계획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주]

SM스틸 김기호 대표
▲ SM스틸 김기호 대표

Q> 취임 직후부터 사업적 측면과 기업 문화적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4년 차에 접어 들었는데,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잘된 점과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A> 에스엠스틸은 2016년 말에 SM그룹으로 편입되었다. 당시에는 모기업의 법정관리 영향으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2017년부터 수차례에 걸친 유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그 결과, 2019년 말 기준으로, 우리 회사는 부채비율 56% 수준의 양호한 재무 상태를 확보했다. 이런 재무역량을 바탕으로 기존사업의 강화와 신규 사업의 추진이 가능해졌다고 말할수 있다.

사업구조 측면에서는 포스코 스테인리스 지정가공센터로서 스테인리스 유통이 사업의 주력이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 사업은 시황에 의해 사업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테인리스 시황이 매우 나빠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사업역량을 확보해 보고자 노력했다. 스테인리스 후판 제조업에 진출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시도한 것이다. 특히, 영업측면에서는 회사의 기존 사업역량과 시너지를 크게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아쉬운 부분은 영업부문의 조직과 인력이 안정되지 못했던 점이다. 2017년 봄 당시 이재억 영업본부장이 (주)신화에스티로 독립해 나간 이후, 영업본부장을 비롯하여 영업본부에서 인원 변동이 많았다. 지난 3년 반 동안 실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금년 6월부터 STS 영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강선태 본부장이 리더십을 잘 발휘하고 있다. 비로소 적재적소의 인물을 만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Q> 공장부지 매입부터 건설, 가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후발업체인 만큼 레이아웃부터 다르게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A> 공장을 건설할 당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환경’과 ‘안전’이다. 우선 공장 천정을 높여 통풍을 좋게 했으며, 산세공정에 사용되는 혼산탱크도 실내에 뒀다.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가서 민원이 발생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또 공장 내 소재나 제품 이동은 가능한 크레인보다는 대차를 이용해 지상에서 움직이도록 했다. 군산공장은 새로 개정된 환경기준에 맞춰 허가된 국내 두 번째 공장이다.

Q> STS 후판공장이 주변 예상보다도 빠르게 안정적 궤도에 진입하지 않았나 싶다. 조기정착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제일 큰 요인은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레벨러를 확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테인리스 후판 제조 공정 중 열처리 과정에서 변형된 소재의 평탄도를 잡는 것은 기계의 몫이 99%라고 생각한다. 공장에는 롤(Roll) 타입과 프레스(Press) 타입 등 2대의 레벨러가 있다. 에스엠스틸 레벨러는 2,000톤 파워를 내는 유압모듈 4세트가 8,000톤의 파워를 내고, 소재 자체에는 5,700톤으로 직접 작용한다. 교정기의 파워와 정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 우리는 “슈퍼 레벨러로 만든 슈퍼플레이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또한, 설비 구매과정 전반에 걸쳐, 우리 회사 내부에 없는 역량은 아웃소싱해서 역량을 보완했다. 그 결과 국내는 물론 해외 많은 나라들의 설비를 폭 넓게 검토하고 선별해서 도입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AGM(표면자동연마기)은 일본 메이커 1대, 독일 메이커 1대로 구성했다. 코로나 유행 직전에 독일산 AGM이 설치되고 가동되어 지금까지 혁혁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후판공장 설비는 해당 분야 전 세계 최고 설비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월드베스트 공장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는 스테인리스 후판분야 일본 유수기업 출신 기술자인 야나이 가즈히로씨를 기술고문으로 모시고 지도를 받고 있다. 특히 우리공장 엔지니어들이 취약할 수도 있는 스테인리스라는 물질에 대한 이해 및 후판 주요 공정의 근본 원리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군산공장은 건물과 설비도 새것이고 직원들도 전반적으로 젊다. 새로운 공장을 짓고, 제품도 최초로 만들어 내고 하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1980년대~1990년대 우리나라 고도 성장기에 당시 젊었던 제가 느꼈던 분위기가 있다. 한마디로 ‘해보자는 열정’ 같은 것이 있다.

이러한 점들이 지난 7월부터 생산되어 고객들에게 선을 보인 제품들에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우선은 수입재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마켓사이즈에 대해 우리 회사 전국 영업거점에 재고를 비치해 놓았다. 와서 보시고, 평탄도, 표면상태, 각종 마감상태에서 세계 최우량 급이라는 평가를 해주시는 분도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후판 제조업 진출 당시 ‘수입재 대체를 위한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마침내 지난 8월 10일에는 수입 대체재를 런칭했다. 시장에서도 기대가 크다. 향후 수입대체를 위해 어떤 전략을 펼 계획인가?

A> 큰 틀에서 볼 때,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후판은 여태까지는 공급 측면에 제약이 있었다. 전체 시장규모가 연간 약 12만~14만 톤인데 비하여, 공급능력은 수출을 제외하고 연간 약 7만~8만 톤으로 수요 대비 공급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러한 공급능력 부족은 우리가 군산에서 스테인리스 후판을 공급함으로써 근본적으로 해소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테인리스 후판 수입재는 크게 저가의 마켓사이즈 수입재와 고가의 고급강종 수입재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저가 마켓사이즈 수입재는 앞서 말씀드린 절대적인 공급능력 부족으로 말미암아, 외국산 저가제품에 사실상 안방을 그냥 내어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부문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가격인데, 포스코에서도 소재가격을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고 있다. 그 밖에 품질격차, 주문~입고까지의 소요시간, 환리스크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수입재의 매력도가 떨어지게 되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포스코 소재를 사용한 고품질의 후판을 전국 각지의 5개 영업소에서 큰 가격 차이 없이 즉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수입재의 사용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사가 수입대체재로 생산하는 ‘STS 슈퍼플레이트-마켓사이즈’가 빠른 속도로 저가 수입재를 대체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스케치 사이즈의 경우 범용설비로는 대응이 어렵다. 우선 후판의 두께와 폭 측면에서 보면 우리 회사는 5mm의 박판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4,000mm 광폭 후판도 생산 가능하다. 두께 150mm 후물재까지도 온라인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꾸며놓았다. 그동안 두께와 폭 측면에서 수입이 불가피했던 영역의 제품들이 당사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고급강종으로는 듀플렉스나 6몰리 같은 고급강 후판들이 있다. 이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설비측면에서 고온제어 능력과 같은 보다 정교한 생산능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회사는 포스코와 공동으로 6몰리 후판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강원도 삼척에 짓고 있는 화력발전소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개발에 시간은 조금씩 소요될 것이지만, 여타의 고급강종 스테인리스 후판들도 우리 회사가 점차 국산화로 대체해 나아갈 것이다.

Q> 지난 7월에는 처음으로 수출 출하를 하는 쾌거도 이뤘다. 앞으로 수출을 얼마나 늘릴 계획인가? 또 수출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A> 이상적인 얘기지만 내수 5만 톤, 수출 15만 톤 정도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수출은 호주와 동남아 일부 국가인데,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이를 위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제품, SM의 강점을 널리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Q> STS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향후 국내 STS 유통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아울러 이러한 시장변화에 에스엠스틸은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A> 에스엠스틸에 부임하면서 처음으로 스테인리스 산업분야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제 만 4년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그동안 스틸데일리에 게재된 기사나 분석리포트들을 보면서 공부해오고 있다. 우선 그러한 도움에 감사드린다.

현재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유통시장은 외국으로부터의 시장파괴적인 수입으로 말미암아 생태계가 크게 교란되어 있다. 급격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상황으로 말미암아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혼란을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포스코 등 리딩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역규제 같은 것도 그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의 스틸데일리 분석의 주요 관점은 “단순한 전절단 위주의 생산에 기반을 둔 유통 중심의 사업은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라는 것 아닌가 싶다. 돌이켜보면, 스테인리스 유통의 첫 번째 주자로서 너무 안주해온 경향이 있지 않나 반성하고 있다. 전절단 위주의 생산과 유통 비중이 너무 높다. 그래서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등 어려운 숙제다.

사업 분야로는 우리의 고객이 운영하고 있는 분야는 새로 진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지켜오고 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스테인리스 후판이다. 우리 회사는 스테인리스 유통과 스테인리스 후판의 두 축을 중심으로 당분간 운영될 것이다.

스테인리스 유통에 있어,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시흥, 천안, 광주, 대구, 부산 지역에 있는 각 지방영업소 공히, 지역 유통업체들과 공존하는 영업, 서로 이익이 되는 지역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방향이 잘 완성되면, 스테인리스 유통 분야에서도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향후 에스엠스틸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궁금하다.

A>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두가 그러하듯이, 올해 상반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까지 무사히 온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우리 회사는 ‘생존’을 현실적인 기본 목표로 두고 현 난국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일단, 직원 개개인의 안전과 행복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많은 서울사무소의 경우, 아침 9시 반 출근, 저녁 5시 퇴근으로 운영하고 있다. 점심시간은 11시 반부터 자유롭게 하고 있다.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의 붐비는 시간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시흥과 군산 공장 근무자의 경우, 하루에 세 번 체온 체크를 하고 있다. 출근할 때 공장 입구, 출근해서 각자 근무지, 그리고 점심시간 구내식당 입구에서 체온 체크를 한다. 화상회의 시스템도 도입중이다. 회의를 위한 집합, 이동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설비 측면에서는 향후 열처리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교정 능력에 비해 열처리 능력이 다소 부족한데, 추가 설비가 도입되면 열처리 능력이 현재 5만4,000톤에서 10만8,000톤으로 늘어나게 돼 스케치 사이즈 및 고급강 니즈에 보다 더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에스엠스틸이 국내 STS 후판 제조의 한 축으로, 또 세계적인 메이커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A> 어려운 시기에, 모든 분들이 파이팅하고 건강하길 기원한다. 어려운 시기에 군산까지 인터뷰 차 왕림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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