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철강업계 내 인수합병 ‘역사적 순간들’ 1·2부
- 철강업계 내 인수합병 BEST/WORST
- 철강업계 인수합병 시사점과 향후 전망

대한제강이 YKS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철강업계의 M&A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과거 철강업계의 M&A를 회고하고 시사점과 전망을 뽑아 봤다. [편집자 주]

국내 주력산업들은 재벌 중심으로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면서 지금의 산업구조가 안착됐다. 인수 합병을 통해 성장한 대표 기업은 아마도 SK일 것이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이 적극적인 인수를 통해 그룹의 근간이 되었다. 자동차에서도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국내에서 추격 불가능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고 글로벌 자동차사로 도약했다.

철강산업도 SK나 현대차 정도는 아니지만 활발한 M&A가 현재의 철강 생태계와 시장 구조를 만들었다.

1. 굵직한 M&A는?

철강사 M&A는 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판재류는 포스코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의 사주가 두 세 번씩 바뀌었다. 지금 보면 먼 얘기가 되겠지만 동국제강 냉연부문은 과거 권철현씨에서 국제그룹으로, 다시 동국제강으로 주인이 순차적으로 바뀌었다. 동부제철도 1982년 일신제강으로 출발해 동진제강을 거쳐 동부제철로 지금은 KG그룹이 인수해 KG동부제철이 됐다.

전기로 분야도 사주의 손바꿈이 심했다. 현대제철은 강원산업과 한보철강을 인수해 봉형강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됐다. 동국제강은 1972년에 한국철강을 인수했으며, 계열분리 된 한국철강은 환영철강을 인수했다. 또 (주)한보는 일본 야마토고교가 인수해 YK스틸로, 그리고 올해는 대한제강이 철근 사업권을 인수했다. 한국철강도 1972년 동국제강이 인수하고 계열 분리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특수강도 부침이 컸다. 대표 특수강 기업인 세아베스틸도 주인이 세 번 바뀌었다. 대한중기공업에서 기아특수강으로 그리고 세아그룹에 편입되면서 세아베스틸이 됐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삼미그룹으로 시작해 포스코 그룹에 속했다가 세아베스틸에 인수돼 지금이 이르렀다. 스테인리스 냉연 분야도 삼미특수강이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이 인수해 현대BNG스틸이 됐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이 한국철강산업의 M&A시장의 중심에 있었고, 각 기업이 지금의 모습이 되는데 M&A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이한 것은 포스코이다. 다른 업종에서는 지배적 사업자가 M&A에 적극나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면 포스코는 철강 M&A 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굵직한 M&A 대체로 철강업계 내부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철강업이 장치산업인데다 많은 자본과 기술 그리고 업(業)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다 보니 철강업계 내부에서 이루어진 M&A가 주류를 이루었다다. 동종업체의 인수 합병보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M&A가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예외가 있다면 철근 제강업은 일찌감치 사양산업으로 지목돼 내부의 인수가 주류를 이루었다.

또 다른 특징은 M&A 시기이다. 판재류는 대체로 1980년대 초 중반, 전기로와 특수강은 1997년 IMF 사태가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됐다. 판재류는 구조조정이 먼저 이루어진데다 수출 비중이 높아 외환위기에 흔들림이 적었던 것으로 보이며, 봉형강류는 내수 산업의 특성상 외환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렇게 본다면 판재특수강의 시장 및 경쟁구도는 1980년대 초중반에, 봉형강류는 외환위기 이후에 만들어졌다. 판재류 M&A는 경쟁강도가 강해지는 쪽으로 기능했고, 봉형강류는 완화되는 쪽으로 이행했다.

2. M&A에 대한 평가는?

한국 철강기업들은 사업다각화의 관점에서 M&A를 봤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전까지 조강생산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업종보다 상대적으로 이해력이 높은 철강사 M&A가 사업다각화에 효과적이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2017년 이후 한국의 조강생산은 7,000만 톤 초반에 묶여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등의 여파가 있었지만 5월까지 전년대비 8.6%나 줄었다. 8% 이상 줄어든 것은 지난 2009년 -9.4% 이후 최대이다.

조강 생산량의 감소는 철강 시장의 악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M&A가 사업다각화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철강업계 내의 M&A 방향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1) 사업 다각화를 위한 M&A 시대의 종언

철강사 M&A는 사업다각화에서 기존 사업의 강화로 방향이 선회되어야 한다. 공급과잉 시대 진입과 함께 생존 전략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M&A, 특히 동종업계 내의 M&A는 생존전략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특히 1~2위 기업들의 전향적인 M&A 전략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제철의 강원산업과 한보철강의 잇단 인수의 긍정적인 효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현대제철은 두 철강사 인수를 통해 철근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현대제철은 시장 주도적 사업자로서 건설사와의 협상에서 철근 제강사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 철근 제강사의 이익이 유지됐던 것은 건설업계와의 협상에서 현대제철이 협상력에 기반을 한 것이다.

공급과잉 시대의 철강사 전략은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에 달렸고, M&A도 이에 귀속되어야 한다. 즉 철강사의 M&A는 대(對) 수요산업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설수 있는 방향으로 기능해야 한다.

철강사들이 동종업체의 M&A 관점을 바꿔야 할 두 번째 이유는 M&A의 결과 때문이다. M&A 당하는 기업은 크게 두 종류이다. 부실이 누적돼 M&A되는 경우가 있고, 이번 YKS의 매각 과정처럼 수익을 내는 회사가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가 일반적이고, 후자의 경우는 한국 철강 M&A 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는 부실기업의 재탄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동부제철의 매각 과정이 철강업계에 주는 교훈은 한계 기업이 이 업종 기업에게 인수될 때 더 강해져서 진입한다는 점이다.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의 채무 탕감 등 일정한 지원을 받아 인수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니 부실 기업이 생존 기업을 위협하는 상황이 속출하는 것이다. 생존 기업이 부실 기업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 부실 기업이 설비가 퇴출되지 않는 한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되어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동부제철의 매각 과정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동종사가 수수방관했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2) M&A 실력을 키워야 한다

철강사들이 M&A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산업 중심적이다. 철강의 수급이나 인수 후 시너지 그리고 인수후의 미래에 대한 것을 M&A의 중심 가치로 두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M&A를 바라본다면 동종사가 M&A물건이 나오더라도 인수 참여가 어렵다. 동부제철의 사례처럼 말이다.

당사에서는 철강사들이 M&A 관점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철강 제품만 상품이 아니라 기업도 상품이다. 기업도 사고파는 대상이고, 자본의 논리로 운영되는 것이다. 경쟁의 관점에서 타사에 매각되었을때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보철강 인수자가 현대제철이 아니라 포스코였다면 지금의 포스코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지금과 많이 다른 기업이 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철강사들이 M&A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M&A가 기본적으로 상품인 기업을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결과이다.

최근 한국의 M&A 시장은 사모펀드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시장이 됐다. 사모펀드의 관심은 경영이 아니라 수익률이다. 즉, 철강사들이 M&A를 원한다면 외부 자금을 동원해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동종사 M&A는 시장 지배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가격 협상력 증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적극 고려해 볼만 하다.

게다가 과거 철강사 M&A는 부실 기업 인수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철강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고, 자본의 효율성을 쫓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사업구조 조정을 위한 M&A 시장도 열리기 시작했다.

이 글이 씌어진 계기가 됐던 대한제강의 YKS 인수가 대표적이다. 작은 규모이지만 대창스틸이 부일철강의 영업권을 인수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M&A에 대한 근력을 키워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3. 새로운 M&A 시장이 열렸다.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철강사 M&A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M&A는 종언을 고했다. 철강사 M&A는 시장 지배력 향상의 관점에서 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즉 M&A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기능해야만 유용한 시대가 된 것이다.

철강사의 통폐합은 앞으로 크던 작던 계속 이어질 것이다. 사업의 한계 때문에 M&A가 되고, 이익을 내고 있지만 자본의 논리상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조정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새로 열리는 M&A 시장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새로운 시대에 어떤 위치에 있느냐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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