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 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지난 19일 대한제강은 YK스틸에서 공장설비와 영업권이 물적 분할된 YKS의 지분 51%를 468억 원에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로 인해 대한제강은 연간 118만 톤의 철근 압연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다. 기존 155만 톤과 합쳐 총 273만 톤의 철근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는 1위 현대제철의 335만 톤보다는 작지만 2위 동국제강의 275만 톤에 버금가는 물량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200만 톤 이상의 철근생산 능력을 갖춘 대형기업이 3개 사로 확대되었다(동일한 그룹에 속해 있는 한국철강과 환영철강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할 경우 4개 사). 이와 관련하여 업계 내에서는 국내 철근 수요가 장기적인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금번 통합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통합으로 대형 4사 간의 치열한 경쟁을 예상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4사를 중심으로 상생 협력 관계가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통합이 국내 철근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실 국내 철근시장은 2000년 이후 시장규모가 지속 확대되어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까지는 연평균 1100만 톤 이상의 큰 시장규모를 유지하였다. 덩달아 철근업체들의 수익률도 크게 상승하였다. 이와 같이 국내 철근업계가 200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루어진 성공적인 구조조정 덕분이었다. 부도가 난 강원산업을 현대제철이, 한보철강 부산공장을 일본의 YK가 그리고 한국철강이 환영철강을 인수하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들 기업들은 영원히 시장에서 사라졌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었다면 골디락스 호황의 혜택을 중국이나 일본의 철근업체들이 대부분 가져갔을 것이다.

국내 철근산업의 구조조정 이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이 급락하면서 다시 부상하였다. 2008년 1137만 톤에 이르렀던 국내 철근수요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3년 후인 2011년에는 860만 톤으로 급락하였던 것이다. 3년 만에 무려 24% 이상의 국내 철근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철근업체들은 매출 감소와 수익성 급락으로 다시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정부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정책까지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00년대 초와 같은 대형 구조조정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가 뒤이어 적극적인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2017년에는 사상 최대의 철근 수요를 기록할 만큼 철근시장의 활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산업구조조정은 경기가 하락하거나 급격한 경제충격으로 기업들이 위기에 빠질 때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 기업부도, 설비폐쇄, 실업증가로 이어져 국민경제 전체의 위기로 확산된다. 1998년의 외환위기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산업구조조정은 되도록이면 산업 환경이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이미 언급하였다시피 현재 국내 철근시장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장 축소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건설투자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고, 건설투자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 특히 철근 수요 유발 효과가 큰 신규 건축이나 신규 SOC 투자보다는 리모델링이나 보수 혹은 첨단화 방향으로 투자의 성격이 변화되고 있다.

동일한 건설투자를 하더라도 철근을 예전보다 훨씬 적게 소비하는 구조로 변화되는 것이다. 국내 철근 생산 업체의 전문가는 수년 내에 국내 철근 수요는 현재보다 2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수요도 20% 하락한 상황에서 소폭 등락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수요 감소는 결국 국내 철근생산업체들을 심각한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아직 위기의 징후가 명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수년 내에 그 위기가 현실화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 때가 되면 국내 철근 생산 업체들간의 시장 쟁탈전은 크게 확산될 수밖에 없고 수익성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위기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번 대한제강의 YKS 합병은 수요 위축의 시작단계에서 이루어진 선제적인 조치라고 일단 평가될 수 있다. 개별 기업의 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지긴 했지만 축소된 시장을 산정할 경우, 경쟁자 수를 줄임으로써 과당경쟁과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미연에 차단한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피인수기업인 YKS가 상대적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이 낮은 상태에서 가동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통합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는 양사의 경쟁력을 동시에 제고시키는 효과도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철근산업 전체의 측면에서 보면 이번 통합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대형업체간 경쟁이 강화되어 산업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철근산업은 대형업체와 중소형업체들 간의 규모 차이로 인해 소수의 대형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여타업체들은 선도업체들의 전략을 추종하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합병을 통해 새로운 대형회사가 탄생함으로써 앞으로는 대형업체간에도 경쟁은 불가피하게 되었고, 이는 대형업체들의 기술개발, 설비투자, 경영효율성 제고 활동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산업 전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금번 통합이 부정적인 결과도 초래할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형회사들 간의 경쟁이 효율성 경쟁이 아니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새로운 설비투자 경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산업전체적으로 과잉설비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설비증설은 산업 효율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과잉생산과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져 산업 전체를 위기로 내몰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의 합병 결과는 합병 이후 통합기업의 새로운 전략과 기존 기업들과의 경쟁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적으로는 설비투자 경쟁보다는 기술력을 통한 효율성 경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축소되고 있는 시장에서 소모적인 시장점유율 경쟁을 지양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협력적 생태계를 공동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금번 대한제강과 YKS의 통합이 기업과 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업계 모두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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