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멈춰 섰던 세계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생산공장이 대부분 재가동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의 공장 가동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일 기준 가동 중인 공장 비율은 96.8%로 집계됐다. 이는 앞선 4월(28.8%)과 5월(83.5%)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로 사실상 대부분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당장 회복세로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공장 문은 열었지만 생산라인 가동률은 여전히 저조한 탓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들 공장의 가동률은 60~70% 수준. 부품 수급 지연과 수요량 감소 등 여파로 생산이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는 단계다.
국내 메이커도 마찬가지다. 내수의 경우 판매 촉진책과 신차효과 등에 힘입어 비교적 선전하고 있지만, 수출용 생산라인은 개점휴업 상태다. 오죽하면 수출 생산라인의 절반만 제대로 돌려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지표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전해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국산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7.6% 급감한 9만 5,400대에 그쳤다. 월간 수출량이 10만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3년 7월(8만 6,074대) 이후 16년여 만이다.
문제는 완성차 생산량 감소가 부품업체 매출 하락과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면서 그 피해가 철강업계까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물론이고, 이들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소재를 가공‧판매하는 고객사와 유통업체까지 줄줄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용 소재 매출 비중이 높은 고탄소강 냉연업계의 경우 최근 열연강판 등 소재 신규 주문을 넣지 못할 지경까지 내몰렸다. 고객사인 자동차 부품업체의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자사 공장에 재고도 꽉 들어차면서 더 이상 제품을 찍어낼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

유통업계도 자동차 연계물량이 급감한 것을 체감한다는 입장이다. 인천 소재 모 냉연 가공센터는 6월 자동차 연계물량의 80%가 증발했고, 같은 기간 대구 소재 모 가공센터는 월간 1만톤 이상의 자동차 연계물량이 줄어들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고 대기 중인 코일.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출고 대기 중인 코일.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업계에서는 문을 연 완성차 공장이 많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반등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부터 확산세가 빨라졌던 코로나19가 5월부터 철강 및 자동차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듯, 적어도 3개월 정도 뒤에야 반등 효과가 후행할 것이란 예측이다.

냉연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 공장 가동률이 올라오면 부품업체가 재고를 소진하고, 재고를 소진한 부품업체가 철강재를 구입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회복세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런 일련의 과정에 2~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볼 때 현금유동성과 기초체력이 부족한 업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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