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지난달 고탄소강 냉연업계가 받아든 성적표는 참담했다. 4월까지 선방한 실적을 올린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견딜만하다’는 생각은 한 달 만에 비명 섞인 현실로 뒤바뀌었다.

문제는 이제야 코로나19발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수요처인 완성차 및 부품업계에 닥친 어려움이 연쇄 피해를 낳기 시작한 것.

고탄 냉연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완성차업계나 부품업체에 미친 영향은 3개월 정도 텀을 두고 반영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산차질 이슈가 2월부터였으니 앞으로 서너달은 피해가 지속될 것”이라며 “요즘말로 ‘찐(진짜의 강조)’ 타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
출고 대기 중인 코일.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 출고 대기 중인 코일.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현장에서는 이미 웅크리기에 돌입했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지출을 줄이거나, 유‧무급 휴직을 권장하고 있다. 회사에 따라선 설비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인력 고용을 유지하여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등 저마다 대응책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고객사가 보유한 재고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 고탄소강 냉연업체로서는 고객사가 재고를 털어내야 제품을 납품하고,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소재 공급처에 발주를 넣을 수 있는데 이런 순환체계가 꽉 막힌 셈이다.

고탄 냉연업계 관계자는 “고객사가 가진 재고도 가득, 우리(고탄 냉연업계)가 가진 재고도 창고 가득이다. 하위 공정부터 재고 적체 현상이 해소되질 않으니 원재료 신규 주문 투입마저 중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순환체계 회복의 키를 쥐고 있는 부품업계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부도와 자진폐업으로 쓰러지는 중소규모 업체가 늘고 있다. 버티기를 선언한 업체에서도 주3일 근무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르노-닛산자동차 협력 부품업체 중 한 곳은 전체 300명 중 8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숫자다. 관련 업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눈길은 정부 지원책에 쏠리고 있다. 정부와 완성차업계는 15일 경기도 소재 코리아에프티 판교연구소에서 개최된 ‘상생을 통한 자동차산업 살리기’ 현장 간담회에서 자동차 부품사에 3,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중견 자동차 협력업체를 집중 지원함으로써 이들 업체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주겠다는 의도다.

이는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상생특별보증 프로그램에 이은 두 번째 지원책이다. 두 지원방안을 합칠 경우 약 8,000억원대 규모가 예상된다.

관건은 해당 정책이 얼마나 빨리 실효를 거두느냐다. 9월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는 고탄소강 냉연업계로서는 기대감이 작지 않을 터. 회복시점을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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