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테인리스 업계의 최대 화두는 수익성이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제조업의 가동이 중단되고 수출 차질이 발생하면서 메이커나 유통 모두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수익성 악화의 모든 원인이 수입상인양 매도되고 있다. 마침내 포스코가 AD 제소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호에는 국내 대표적인 스테인리스 수입 유통상인 (주)명진강업 박영기 회장을 만나, 왜 수입유통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는지, 왜 수입이 많이 되는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들어 보았다. [편집자주]

(주)명진강업 박영기 회장
▲ (주)명진강업 박영기 회장

Q> 회장님께서는 어떤 경로로 철강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셨습니까? 아울러 회장님에게 ‘스테인리스’란 어떤 의미일까요?

A> 20대 후반 나이에 첫 직장이 비철금속을 제조하는 업체였습니다. 당시에는 밤 10시가 넘도록 야근이 다반사였지만 힘든 줄을 몰랐어요. 그런데 79년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게 됐고,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철강 유통, 가공의 밀집 지역이었던 영등포 시장을 돌면서 시장조사를 해보니 스테인리스가 동이나 황동보다 수요처가 많고 수익성이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81년 사업자 등록을 내고 사업을 개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88올림픽 특수에 힘입어 외형이 급증했고, 98년 법인으로 전환을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약 5년간 A사 대리점도 했고, 헤어라인 제품의 시장 확대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수입유통을 시작한 것은 2006년 1월부터이니, 약 15년이 됐습니다.

20대 후반을 제외하고 지난 40여 년간 스테인리스 한 우물을 판셈입니다. 그러니 나에게 스테인리스는 삶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을 뽑을 때에는 꼭 ‘스테인리스가 우리생활에 어떻게 쓰이느냐’고 물어봅니다. 스테인리스는 삶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지난해에는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전년대비 21.6%나 증가하였습니다. 오늘날 명진강업이 있기까지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사실 외형은 의미가 없습니다. 1,000원어치를 팔아서 10원을 남기는 것보다 500원을 팔아서 10원을 남기는 게 더 낫습니다. 수입상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입니다. 다만 수많은 질시와 견제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 판매가 아니라 고객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였고, 늘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코일판매보다는 시트판매를 위주로 하거나, 가공판매를 한 것이 예입니다. 물론 직원들의 헌신도 한몫을 했지요.


Q> 회장님께서는 ‘인간존중 경영’과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강조하고 계십니다. 이에 대한 사례가 있으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형편이 닿는 대로 불우이웃 돕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어디에 내세울 만큼은 아닙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하면서 지역 구청이나 세무서 등 기관에서 상도 받고, 주민들에게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은 것은 자명하고, 그만큼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2000년대 초반에 국내 메이커 대리점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수입 유통으로 돌아선 계기가 있을까요?

A>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입니다. 약 5년간 대리점을 했는데, 임원이 바뀌고 가격 변동이 생기자 처음 약속과 달랐어요.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점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입 유통을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전에 왜 수입으로 돌아서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메이커와 유통은 신뢰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상생하기가 어렵습니다.

(주)명진강업 화성공장
▲ (주)명진강업 화성공장

Q> 최근에는 경기도 화성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설비 증설을 하셨습니다. 사실 국내 STS 가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비증설을 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수입 유통을 시작하면서 외주 가공을 했는데, 홀대가 심했어요. 다른 업체는 3일이면 가공을 해주는데, 우리는 1~2주되어야 가공이 되고, 그 사이 시장은 이미 식어있고.. 고스란히 회사에 리스크가 됐습니다. 그래서 마도공단에 CR 시어링 가공을 시작했고, 이번에 더 좋은 기회가 생겨 이전과 함께 HR 시어링 설비증설을 하게 된 것입니다. CR 시어기는 기존 설비가 두께 0.3~3.0mm, 폭 1,524mm 코일중량 20톤까지 가공이 가능하며, 신규 CR 설비는 두께 0.5~5.0mm, 폭 1,524mm, HR 시어기는 두께 3.0~6.0mm, 폭 1,524mm, 길이 12m, 코일 중량 30톤까지 처리가 가능합니다.

Q> 국내 스테인리스시장의 최대 화두는 통상과 수익성인 것 같습니다. 특히 통상문제(AD 제소)와 관련해서 회장님께서는 남다른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우선 AD 제소를 논하기 전에 수입이 덜 되는 방안이 있는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 말했듯이 수입이 되는 이유는 신뢰감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지금은 모든 메이커 대리점이 겉으로는 내수 대리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수입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수 대리점에 대해 분명하고 현실적인 메리트를 줘서 수입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 메이커가 한국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두 번째는 현실적으로 수입제품과의 가격차를 좁혀야 합니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내수제품과 수입제품의 가격차가 톤당 10~15만원이었지만 지금은 40만원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수입제품에 눈길을 돌리지 않겠습니까?

세 번째는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믿음을 주고 포용을 하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청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설사 이번은 안 되더라도 제2, 제3의 시도가 있을 겁니다. 메이커와 유통 간 신뢰의 끈이 끊어지면 언제든지 중국 메이커 편에 서는 유통업체가 나올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포용은 강자가 하는 것입니다. 메이커가 마음만 먹으면 한 수입상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또 다른 수입상이 생겨납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한마디로 숨통을 터줘야 합니다.

이러한 방법이 논의 된 후, 현실적으로 수입전문업체를 상대로 총량규제를 한다든지 식의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도 적극 호응할 생각이 있습니다.

인터뷰중인 (주)명진강업 박영기 회장
▲ 인터뷰중인 (주)명진강업 박영기 회장
Q> 혹자는 국내 철강산업은 성숙기를 지났다고 얘기합니다. 향후 국내 STS 유통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십니까?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유통으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SNS 발달로 가격 정보가 공유되면서 과거처럼 적정마진을 취할 수 있는 시대도 끝났고, 업체의 규모나 인맥에 의한 메리트도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봅니다. 코로나가 끝나도 2~3% 마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도 과거의 성장방식에서 벗어나서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향후 스테인리스 유통업체가 어떻게 살아남을지는 2세들의 몫이 되겠지만, 더 늦기 전에 메이커가 시장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시장 정리할 시기가 됐다고 봅니다. 포스코가 적극 나서 국내 대리점의 변칙 수입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다만 규제 이전에 왜 수입으로 눈을 돌리는지 원인을 찾고, 그 안에서 메이커의 역할과 유통의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메이커는 원가경쟁력이나 품질 경쟁력, 제품 차별화에 주력해야 하고, 유통은 고객의 목소리를 메이커에 전달하고, 이를 통해 충성스런 고객을 확보하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Q> 장기적으로 명진강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입니까?

A> 외형을 늘리기보다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또 반드시 스테인리스 유통만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좌 : 명진강업 시화하치장 , ◇우 : 명진강업 부산지점
▲ 좌 : 명진강업 시화하치장 , ◇우 : 명진강업 부산지점


(주)명진강업 (www.mjsco.kr)
- 서울본사 : 02-2676-5533
- 시화하치장 : 031-434-9070
- 화성공장 : 031-355-1594
- 부산지점 : 051-315-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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