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
(1) 이번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후퇴하는 국면에서 직면한 위기라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코로나19를 분기점으로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사양화와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수 있다. 고도성장기에는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기초체력이 약회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부터 철강산업이 받는 타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2)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과거 사례보다 더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 충격의 경우 치료재가 나오면 바로 회복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번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재감염 우려마저 생기고 있어 철강재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보다 더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내수가 침체되면 수출로 그 충격을 완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은 철강재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위축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비지출의 김소가 당장 직접적으로 철강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간접적으로 2020년 우리나라 철강경기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3) 코로나19로 철강재 재고증가와 가격하락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철강수요는 급속히 감소하는데 산업의 특성상 철강재 생산은 경직적으로 대응한다. 특히 고로와 같은 대형 철강사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철강재 재고증가와 가격하락 압력은 불가피한 것이다. 철강재 재고가 늘어나면서 명목소비와 실질소비의 괴리가 확대된다. 그 강도는 다르겠지만 최근 원유산업에서 나타나는 수요급감과 가격하락 현상이 철강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중국시장으로 더 강하게 편입될 전망이다. 중국내 철강재 재고가 늘어나고, 중국산 철강재가 저가로 우리나라 철강시장을 잠식하면서 철강산업이 빠르게 후퇴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무역갈등이 증폭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중국시장으로 통합될 것이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중국과의 분업구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철강산업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철강시장이 중국시장으로 통합되면서 우리나라 철강 선도기업들의 국내시장 지배력이 약화되고 철강사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

(5) 코로나19 충격이 철강산업에 전달되는 데는 일정한 시차가 발생한다. 그래서 철강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위기를 감지하는 속도가 느리고, 정부나 철강사가 철강산업의 위기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철강산업의 경우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강산업의 중간재적 특성 때문에 철강수요산업의 후퇴는 일정한 시차를 가지고 직간접적으로 철강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는 자동차 산업의 후퇴속도가 빠르다. 자동차 산업은 다른 수요산업에 비해 간접적인 파급효과가 강해서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금융부문에서 시작하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도 일정한 시차를 가지고 실물부문에 영향을 준다. 만약 실물부문까지 영향이 파급되기 전에 차단한다면 위기로부터 회복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다.

(6) 코로나19로 판재류를 생산하는 고로사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봉형강류보다는 판재류가 전기로보다는 대형 고로사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많은 철강재를 수출에 의존하는 포스코와 같은 대형 고로사의 경우 타격이 더 클 수도 있다. 봉형강류의 수요산업인 건설은 내수중심의 산업이지만, 판재류의 수요산업인 자동차나 가전은 국제적으로 생산공정이 분업화되어 있고 국제교역량이 많아 코로나19로부터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이다.

(7) 코로나19로 인해 철강재가 수요산업으로 흘러가는 supply chain이 붕괴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아야 한다. 철강은 중간재 산업으로 전후방 산업과 강한 연결의 고리를 가지고 있고, 이 연결의 고리가 무너지면 철강산업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한번 연결고리가 무너지면 복원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철강재 유통과 가공단계에 있는 많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철강 선도기업도 진정한 상생의 자세로 적극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8) 코로나19 이후 전자상거래와 비대면 철강영업이 활성화 될 전망이다, 철강산업의 특성상 철강재 영업에서 지금까지는 영업사원을 중심으로 하는 대면영업이 주를 이루었다. 철강재의 경우 여전히 비대면 영업이 어색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철강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전자상거래가 많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철강재 유통 채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9)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감산과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다. 철강업계 스스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조절과 최소산업규모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공정한 경쟁과 이를 위한 정부와 선도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철강사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현안은 감산일 것이다. 감산을 위해서는 철강업체간 공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철강사간 공조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감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감산을 통해 구조조정 속도를 조정하면서 코로나19로부터 받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 감산의 단계를 지나면 퇴출로 이어져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다.

(10) 철강산업은 정부 산업정책에 주목하여야 한다. 철강경기가 정부의 위기극복 산업정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주로 SOC 건설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함으로써 봉형강류를 중심으로 철강수요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철강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위기로부터 회복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투자는 상대적으로 철강수요를 적게 유발하는 IT관련 투자로 바뀌고 있다. 이제 코로나19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산업정책의 방향을 철강업계 스스로 제시하고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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