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생활과 일하는 방식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학교 개강이 늦어지면서 온라인 수업이 대안이 되는가 하면 음식점은 배달로 연명을 해가고 있다. 당연히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 업체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콘서트나 세미나도 온라인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가수들의 콘서트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폰서트’라는 말과, 세미나를 온라인에서 하는 ‘웹이너(Webiner)’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굳이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시대적 대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코로나 19가 그 속도를 앞당긴 것이다.

철강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우선 철강산업 역시 영업방식의 변화가 예상된다. 철강은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혹자는 장치산업의 특성이나 관행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차별화할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제품이나 마케팅 방식의 차별화보다는 인맥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온라인 마케팅이 활성화될 것이다. 사람을 만날 수가 없으니 최상의 방법은 온라인뿐이다. 물론 품질이나 A/S 등 대면 영업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얼굴을 보고 해왔던 많은 부분이 온라인 영역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과 지속적으로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나 중국, 일본,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경기부양이라는 이름하에 대규모 자금을 시중에 풀었다가,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면 금리 조절이나 국채 발행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회수하는 방법을 써왔다. 이번에도 각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다.
문제는 정부 및 기업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6월말 현재 전 세계 국가의 부채 총액은 약 251조 달러(약 29경2800조원)이며, 이중 기업부채는 세계 GDP 합계의 93%에 이르는 74조4000억 달러(약 9경1,17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 당장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겠지만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면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이다.
이 때문에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각국의 기업부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거리는 세계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경제 시스템이 부채 감당 못하는 국면 맞을 것” 경고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8개국의 기업부채 중 19조 달러가량에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선 이미 회사채 부도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300억 위안까지 늘었다. 오랜 저금리 시대에 빚으로 버텨온 기업들이 앞으로 매출 감소로 자금난을 겪게 되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고, 중산층의 몰락을 불러올 것이다. 기업의 경우 규모를 떠나 자금력 약한 기업부터 몰락할 것이다. .

세 번째는 서플라이체인의 붕괴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 후폭풍이다. 자동차나 가전, 기계 등은 많은 부품들로 이뤄져 있고, 원가와 시장을 좇아서 세계 각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철강은 소재산업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이 제조업체 최종 생산라인에 투입되기까지 많은 가공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철강-운송-가공-부품-제조에 이르는 서플라이 체인은 긴 사슬로 돼 있으며, 각각의 소재 보유 기간도 다르다. 경기 호불황(好不況)에 따른 영향이 철강산업에 도달하기까지 시차가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있다는 점이고, 특정 부품 하나만 없어도 최종 생산라인이 멈춰 선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로든지 가동중단은 모두에게 치명적인 리스크가 된다. 고리는 약한 곳부터 끊어지기 마련이다. 자동차는 벌써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나 가전은 부품을 한곳에서 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만든다. 코로나19 사례에서 보았듯이 어느 한곳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생산라인은 올 스톱이 된다. 제조업 부품사들의 어려움은 시차를 두고 철강 유통 및 가공, 메이커에 전달될 것이다. 철강산업 구조조정 얘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공급과잉에 대비한 선제적 차원의 논의였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현실적인 이유로 해서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네 번째는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강화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치명타를 입었다.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기업의 도산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것이 보호무역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필자는 역내 수요가 많은 봉형강류보다 수출비중이 높은 판재류가, 건설이나 조선보다는 자동차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 번째는 재무구조를 견실하게 해야 한다.
가능한 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이번 위기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좋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금융위기 수준의 회복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금력이 튼튼하면 다각화나 성장성이 좋은 알짜배기 기업을 인수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서플라이체인 굳건하게, 그리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선도기업의 역할이 중요한데, 꼭 필요한 업체의 경우 실질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하다. 또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수요가가 외면하면 소용없다. 동반자적 서플라이체인이 필요한 이유다.
세 번째는 원가경쟁력, 차별화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경쟁사보다 싸게 만들거나, 경쟁사가 만들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100년 기업을 꿈꾼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몇 번의 위기와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가 기회인줄 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환경이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준비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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