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냉연 메이커의 동남아향 수출이 일부 지연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포스코)
▲ 국내 냉연 메이커의 동남아향 수출이 일부 지연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포스코)
당분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향하는 냉연 수출 선적이 지연된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경한 대응책을 펼치면서 인적·물적 이동에 제한이 생겼기 때문. 뱃길이 끊기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냉연 수출업계의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20일 냉연 수출업계에 따르면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지역 고객사들은 최근 포스코 등 국내 메이커에 수출 선적 지연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는 우선 이달 31일까지, 필리핀은 우선 4월 14일까지 선적 지연이 예상된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수도인 마닐라를 한 달간 봉쇄하는 초강수를 둔만큼 국내 메이커와 무역상사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로선 제품 출하 일정을 조정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월간 판매 실적 및 매출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일단 현재로서는 선박의 입항까지 막고 있진 않은 상태다. 앞서 제품을 싣고 출발한 배가 정박할 수 있도록 항구를 정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륙 지역에 있는 고객사에 제품을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냉연 수출업계 관계자는 “이미 출발했던 배는 마닐라 항구에 정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동제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품을 무작정 (하치장에) 내려놓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면서 “동남아 현지 항구의 경우 모래, 먼지 등으로부터 취약하고 적치 비용도 만만치 않아 차라리 정박한 배에 그대로 보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부식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북반구에서 남반구 지역으로 수출할 경우 기온 차를 고려해 방청유를 도포하는데, 그 양이 넉넉해 짧은 기간을 무리 없이 견딜 수 있다.

문제는 최근 모든 통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동남아 국가의 부담이 점차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달러로 수입한 제품을 현지 화폐로 판매하는데, 달러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것이 결국 수요 침체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냉연 수출업계 관계자는 “국내 메이커의 수출 여건만 놓고 보면 원화 대비 달러화 강세가 단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 건 맞다. 그러나 전체적인 시장 상황과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수출 여건이 나빠지는 시장이 여러 곳 나오기 마련”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편, 국산 메이커의 3월 셋째 주 냉연 수출 오퍼가격은 전주 대비 소폭 낮은 톤당 500달러 초반대(동남아시아향/1.0mm/FOB)에 형성됐다. 4월 선적분 계약까지는 비교적 순탄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와 라마단 기간이 겹치는 등 변수를 고려하면 5월 이후 하방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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