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가격이 전 저점을 하향 돌파하면서 바닥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이번 가격 인하에 성공하면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가격은 중량A가 27만 원 전후, 경량A는 24만 원 전후로 떨어진다. 중소상 판매가격은 20만 원 언저리까지 하락 할 것으로 추정된다.

20만 원이라는 숫자는 직접 수집을 하는 유통업체에도, 철 스크랩의 최종 소비자인 제강사에게도 식물의 ‘수목 한계선’처럼 ‘거래 한계선’마냥 인식돼 왔다. 즉 경량A 기준으로 납품가격이 20만 원 이하가 될 경우 수집 활동이 위축돼 거래가 급감하리라는 것이 그 동안의 통설이었다. 실제로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 기준으로 28만 원 전후에서 바닥을 형성한 사례가 최근 몇 년간 몇 차례 있어 유통업체들의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 위축과 제강사의 가격 인하가 맞물리면서 20만 원 하향 돌파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을 시장이 불투명하고 불확실하지만, 2회 이상 내려가면 1톤 차들의 철 스크랩 수집활동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수익성 악화로 소상들이 수집활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제강사도 유통업체들의 이러한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보진 않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10만 원대 중반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통상 20만 원 이하에선 수집 활동이 어렵다는 것이 통념이다”이라고 말했다.


- 20만 원 밑은 불가능한가?

스틸데일리의 철 스크랩 가격 인덱스인 KSSP(납품사 야드 매입가격 기준) 중 중량A 가격은 2015년 9월 하순에 20만 원 이하로 미끄러져 2016년 12월에 12만 7,500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20만 원 돌파는 2016년 4월부터였다. 즉 6개월간 KSSP상으로 중량A가 20만 원 이하에서 형성됐던 것이다. 6개월이라는 기간은 일시적 성격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긴 기간이다.

당시(2015년 10월~2016년 3월) 한국의 철 스크랩 소비는 총 332만 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359만 톤 대비 7.7% 감소했다. 적지 않게 소비가 줄었지만 가격이 15만 원 밑으로 떨어질 만큼 소비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철 스크랩 가격이 급락한 것은 중국산 빌릿의 여파 때문이었다. 중국산 빌릿이 전 세계에 저가로 공급되면서 전 세계 주요 제강공장이 철 스크랩 대신 빌릿으로 제품을 만들면서 철 스크랩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제강공장 가동률이 줄었지만 동남아시아 등지처럼 제강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빌릿을 대체 투입하지는 않았다.

제품 가격이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한국의 철근 유통가격과 고시가격은 철 스크랩 가격에 후행 했고, 철 스크랩 가격이 반등한 후 시차를 두고 반등했다.

과거의 경험을 끌어 온다면 20만 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수집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 철 스크랩 가격이 급락하면 한국 시장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임을 당시 상황이 암시하는 것이다.

이 기간 터키의 프리미엄급 철 스크랩의 평균 수입가격(HMS No.1&2 80:20)은 204달러였다. 일본 내수가격은 1만 7,340엔 이었다. 지난 주 터키의 철 스크랩 가격 인덱스는 243달러로 떨어졌고, 일본의 철 스크랩 내수가격은 1만 8,500엔으로 하락했다.

국제가격이 더 떨어지면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이 20만 원 이하 추락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 유통업계, 올해는 다르다.

유통업체들은 2015년 말과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제가격이 더 하락해도 한국 시장은 견고하리라는 것이 유통업체들의 판단이다.

유통업체들은 2015년 말과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시중 재고를 꼽았다. 2015년 말은 장기 하락으로 시중 재고가 넘쳐나던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가격이 하락을 하더라도 수집 활동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국내 제강사의 감산이 있었지만 철 스크랩 소비가 매월 120만 톤 이상에서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중 재고가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가격마저 낮아 수집 비용이 더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5년과 달리 시중에 재고가 없다. 만일 10만 원대 가격에 더 넓은 지역을 돌아다녀야 한 차를 채울 수 있다면 수집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과거 선례를 보면 2~3회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10만 원대 진입 가능성도 있지만 시중 재고가 적어 조만간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1~2회 정도 더 하락할 가능성은 있지만 4월 성수기 도래와 함께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제 시장의 급락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 시장도 20만 원이라는 견고한 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2015년 말 상황이 알려주고 있다.

유통업계와 제강사 관계자들은 “지금은 철 스크랩 가격 예상이 어렵다. 국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예측보다는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재고 확보보다는 회전이 답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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