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 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한국경제가 빠르게 잠재 성장력을 잃어가고 있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공공연한 사실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경제 전체가 심각한 구조적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 등 전통 제조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숙되어가고 있고 일부 산업에서는 노쇠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그 와중에 선진국들은 IoT, Big Data, AI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하여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은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첨단분야에서는 오히려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선진국은 물론 중국보다 뒤처지는 국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점에 지난 12월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은 늦은 감이 있으나 그나마 다행이라 할 것이다. 이 발표에서 정부는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모토를 표명하면서 2030년까지 AI를 통해 디지털경쟁력 세계 3위, 경제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삶의 질 세계 10위라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가히 AI가 현재의 한국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책임질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관련한 많은 정책들이 구체화될 것이고 투자 또한 이 분야에 집중될 것이다.

정부의 핵심 미래정책이 되고 있는 AI를 철강산업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구조적인 변혁기에 직면해 있는 국내 모든 철강업체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때이다. 관련하여 포스코가 2019년 6월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4차산업혁명 기술을 선도하는 ‘등대기업’을 선정되었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한국 철강업체들은 우선 원가절감, 생산성 혁신의 도구로 AI를 우선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여러 언론 매체에서 다루었듯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AI 적용의 성과를 일부 분야에서 창출하고 있다. AI를 통해서 최적으로 도금량을 도출하여 적용하고 있고, 철강제조의 핵심 공정인 고로 공정에도 이미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특정 공정별로 AI를 개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넘어 프로세스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철강공장은 수많은 기계장치들로 구성되어 있는 가장 전통적인 자본집약산업이다. 자본재는 그 특성상 기계장치에 대부분의 기술들이 녹아 들어가 있다. 최신의 설비를 얼마나 많이 갖추고 있느냐가 생산성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설비투자 시기를 놓치거나 갱신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한국 철강산업이 선진국 철강산업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도, 중국이 불과 10년이 채 안되어 한국의 경쟁력을 넘보고 있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당시로서는 최신예인 설비를 도입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철강산업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설비 노후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동시에 소득 3만 달러가 말해 주듯이 생산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생산성을 향상시키지 않는다면 수년 내에 후발국인 중국에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조차도 내줄 수도 있다. AI는 이러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철강산업에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관련 기술의 개발과 현장 적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철강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분야에서 AI를 적용하여 성과를 이루었다. 앞으로는 대기업의 성과를 철강관련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철강 제품은 여러 공정을 거쳐서 다양한 산업의 부품으로 재가공 된다. 이러한 철강가공산업은 국내 철강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토대이다. 국내 철강수요가 정체 혹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가공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철강수요는 더욱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이다. 중국 등 경쟁국이 철강가공제품 자체를 한국으로 수출하여 시장을 독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철강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전방산업인 철강가공산업 또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국내 철강가공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규모의 기업으로 AI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능력이 없다. 자금 또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감안하여 수년전부터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들의 스마트화를 위하여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화의 수준이 생산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제품의 생산이력을 관리하는 기초 단계에 불과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그러나 Data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었다. 이 Data의 기반 위에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생산성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경험이 있는 대기업들이 보다 개방된 정책으로 이들 기업들을 지원한다면 성과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고, 철강산업 및 관련산업 전체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AI를 생산 혁신의 수단으로만 활용하여서는 그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생산 혁신만이 아니라 판매 혁신의 수단으로도 AI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생산과 판매의 혁신이 모두 이루어져야 4차 산업혁명의 근본적인 목표라 할 수 있는 동일한 비용으로 고객맞춤형 다품종 대량생산(Mass Customization)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철강제품의 상당량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기업을 통해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소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철강제품의 전자상거래를 시도한 바가 있으나 중국에서만큼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거의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오프라인 판매를 온라인 판매 방식으로 단순히 전환시키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철강생산업체들은 대부분의 제품이 주문생산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제품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여 플랫폼 판매가 불가능하거나 혹은 투자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일부 재고나 등급 외 제품에 한해서만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 온라인 판매를 플랫폼 판매로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혹은 온라인 판매는 폐쇄형/일방향 모델이 대부분이다. 이 모델은 개방형 모델인 플랫폼이 지향하고 있는 상호작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 이유 때문에 단순한 전자상거래는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고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게 된다면 판매 제품의 종류뿐만 아니라 고객 또한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고객과 고객, 고객과 판매자, 판매자와 판매자 등 다양한 참가자 간에 무수한 상호작용이 발생하고 이는 판매 확대와 품질 개선의 동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AI를 통하여 고객의 구매 제품, 패턴, 시기, 방법등을 각 공급자의 생산, 재고, 가격, 위치 등과 통합하여 분석할 경우 지금까지 철강산업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던 고객맞춤형 대량생산도 가능한 판매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확보, Data의 축적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으나,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대형 플랫폼 기업에 자사의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확장성을 활용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Business Model과 이를 통해 새로운 철강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때 철강업체들은 새로운 철강수요를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스틸하우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였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수요 확대를 위해서 시범단지까지도 조성하였다.

그러나 스틸하우스 시장은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였다.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여 대량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도 확보하지 못하였고, 관련 부재의 개발과 시공방법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만약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틸하우스 플랫폼은 설계, 비용/견적, 시공, 사후관리에 이르는 One Stop Shopping을 제공하고 이를 위해서 동일 플랫폼에 소재 공급사, 설계회사, 부재생산 및 시공회사 등 관련 기업들이 모두 참여하게 된다면 기술적 솔루션을 공유하고,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생적인 기술 혁신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스틸하우스 관련 기업들이 공동으로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금융기관과도 연계하여 자금제공과 같은 부가기능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향후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운송수단 예를 들면 전동보드와 같은 개인용 운송수단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기자동차의 생산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AI와 플랫폼의 활용은 철강 생산과 판매에 혁신을 야기할 수 있고 이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철강산업의 새로운 부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철강회사들의 보다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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